1회 잠시의 위기가 마지막..'주간 2승' 이민호가 얻은 조정 능력[스경X히어로]
1회 첫 타자와 승부하는 것만 봐서는 어려운 하루가 될듯 보였다. 직구만 5개를 연달아 던졌다. 그 중 단 1개만 스트라이크존을 통과하며 볼넷. 제구가 흔들리는 날은 늘 경기가 어려웠다. LG 우완 이민호(21)의 습성이 보통 그랬다.
그러나 그 또한 이미 옛날 얘기인지 모른다. 이민호는 최근 성장의 계단을 하나씩 밟아올라가고 있다. 26일 수원 KT위즈파크에서 열린 원정 KT전에서는 1회말 시작과 함께 제구 난조로 선두타자 김민혁을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바로 페이스를 찾았다. 바로 정상궤도에 오르더니 6이닝 3안타 1실점의 견고한 피칭으로 시즌 7승(4패)째를 따냈다. 볼넷은 1회 첫 타자에게 내준 것이 전부였다. 삼진은 7개나 잡아냈다.
이민호는 1회 무사 1루에서 2번 앤서니 알포드를 삼진으로 낚아낸 뒤 3번 강백호를 좌익수 뜬공을 잡아내고 4번 박병호마저 삼진으로 엮어내며 중심타선 앞에 놓인 위기를 바로 정리했다. 3-0으로 리드하던 4회말 1사 뒤 박병호와 승부에서 볼카운트 1-2로 몰아가고도 시속 140㎞짜리 슬라이더가 한복판으로 몰리며 좌중월 솔로홈런을 허용한 것이 이날 경기의 유일한 흠이었다. 이민호는 외국인타자 알포드를 상대로 바깥쪽 보더라인을 타고 들어가는 슬라이더를 무기로 3연속 삼진을 잡아내는 등 위력적이면서 세련된 피칭을 이어갔다.
이민호는 경기 뒤 “1회 첫 타자와 승부에서 왼쪽 어깨가 조금 빨리 열리면서 밸런스가 흐트렀지만, 키킹 이후 아주 미세한 멈춤 동작을 통해 밸런스를 잡아갔다”고 말했다. 전과는 다른 경기 중 조정 능력을 보인 것이었다.
이민호는 올시즌 팀의 무너진 국내파 선발진을 다시 일으켜세우고 있다. LG가 이번주 4승1패로 호조를 보인 가운데 홀로 선발 2승을 따냈다. 지난 21일 잠실 한화전에서 5이닝 5안타 1실점(비자책)으로 역투하며 승리투수가 된 데 이어 이날도 1실점만 하면서 한주간 11이닝 1실점이라는 내실 있는 피칭을 이어갔다.
팀 타선과 야수진의 지원도 적절했다. 이민호는 1회초 김현수의 선제 투런홈런을 등에 업고 마운드에 선 데 이어 2회에도 추가점을 등에 업었다. 이민호가 3-1이던 7회 정우영에게 마운드를 넘긴 뒤에는 2이닝 연속 박해민이 우중간 2루타성 타구를 스파이더맨처럼 달려가 잡아내며 상대 흐름을 끊었다. 이민호는 “우리팀 수비는 내야, 외야 모두 정말 최고다. 정말 든든하고 고맙다”고 말했다. 덕분에 이민호는 2020년 데뷔 이후 KT전 첫 승리 이력도 만들었다.
안승호 기자 siwo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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