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차 - 병배의 미학[남곡 김중경의 '보이차 한잔']

성차사진품보이차 대표 2022. 6. 26. 19: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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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곡(南谷) 김중경


■연재를 이어가면서

“물 흐르고 꽃 피니 차나 한잔 하시게.”

차[茶]는 커피와 같은 단순한 기호식품의 차원을 떠나 다선일미(茶禪一味)나 끽다거(喫茶去) 화두처럼 고요하고 신묘한 정신적 경지에 이르는 수단으로 인식돼 왔습니다. 필자는 이번 연재를 통해 우리나라 차 문화 현장의 맨얼굴을 들여다보고 크게 두 가지의 담론에 접근해 보고자 합니다.

靜坐處茶半香初(정좌처다반향초/고요히 앉아서 차를 반쯤 마셨지만 향은 처음과 같은데) 妙用時水流花開(묘용시수류화개 / 그 오묘한 시간 속에 물은 흐르고 꽃이 피네) - 추사 김정희의 다반향초(茶半香初)


첫째 담론은 보이차 시장의 정화(淨化)입니다. 필자는 그동안 무수한 종류의 보이차를 의뢰받아 품명(品茗)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보이차 시장 곳곳에 널리 퍼져 있는 다양한 유형의 깨끗하지 못한 차들을 무수히 경험해 왔습니다. 따라서 그동안의 실전 경험을 통해 축적해 온 정보들을 바탕으로 누구나 편안하게 깨끗한 차를 즐길 수 있는 건전한 음다문화(飮茶文化)의 확산에 도움을 주고자 좁고 굽은 길을 바루어 넓고 큰 길을 내는 우공이산(愚公移山) 길에 나서고자 합니다.

둘째 담론은 누구나 차를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여건의 조성입니다. 차는 특정 계층이나 부류에서만 즐기거나 특정한 신분과 능력을 과시하기 위한 도구가 아닙니다. 따라서 누구나 편하게 즐기면서 결과적으로 국민 건강에 기여할 수 있는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즐기는 차 문화’를 정착·확산시키고자 합니다.

열매와 꽃을 함께 볼 수 있어 실화상봉수(實花相逢樹)라 불리는 차나무처럼 진정으로 차를 즐기는 정신문화와 더불어 거기에 수반되는 국민 건강이라는 효과가 함께하길 바라는 마음입니다.

“벚나무 가지를 부러뜨려 봐도 그 속에는 벚꽃이 없다. 그러나 보라, 봄이 오면 얼마나 많은 벚꽃이 피어나는가.”(일본 잇큐 선사의 선시 중에서)

여기서 나누는 이야기들이 보이차 속에 감춰진 무궁무진한 세계를 누구나 쉽게 접하고 즐길 수 있는 계기가 될 뿐 아니라 나아가 대한민국의 차 문화 발전을 위한 새로운 논의의 출발점이 될 수 있길 희망합니다.

■병배의 미학

보이차 품명가(品茗家)라는 필자의 직업상 품명을 의뢰해 오는 모든 경우에 있어서 저 스스로 반드시 지키려 노력하는 철칙이 있습니다. 어떤 상황에서도 판매자보다는 구매자들의 입장에서 객관적으로 감평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감평한 내용을 전달해 드릴 때는 항상 가치명제(~하다)나 정책명제 (~해야 한다)보다 늘 사실명제(~이다)를 사용합니다.그런데 안타깝게도 의뢰해오는 차들 중에는 착한 보이차보다 착하지 않은 보이차들이 수두룩 하기 때문에 이에 대한 경계의 내용이 대부분인지라, 품명 내용을 의뢰인께 직접 설명하는 경우든 아니면 여기에서처럼 글로 쓰는 경우든, 보이차가 가지고 있는 우수한 자질에 대한 긍정적인 내용은 외면당한 채 오히려 부정적인 인상만 남게 될까 심히 저어하게 하는 것이 보이차 시장의 현실입니다.

그래서 오늘은 그러한 우려를 불식하고 보이차가 가지고 있는 우수한 특성을 소개해 보고자 전편에 이어 보이차가 가지고 있는 우수성을 가장 돋보이게 만드는 제작 원리인 ‘병배의 미학’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 보려 합니다.

‘왕의 여자, 조다 악바르’라는 인도 영화가 있습니다. 무굴제국을 대제국의 위치로 끌어올린 악바르 황제(1542~1605)의 삶을 다룬 영화인데, 영화를 보는 내내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많은 영토의 확장을 통해 대제국의 기틀을 만들고 전성기를 구가한 악바르 황제의 제왕적 면모보다는 힌두교도인 여러 세력들에게 이슬람교를 강요하지 않고 종교의 자유를 허용하는 등 모든 백성을 무굴제국의 실질적 동반자로 흡수하려는 노력을 실천함으로써 힌두 문화와 이슬람 문화의 융합을 통해 무굴제국의 전성기를 열었다는 점입니디.

이 대목에서, 보이차를 우뚝 서게 하는 가장 위대한 특성인 ‘병배의 미학’을 떠올리게 됩니다. 보이차는 고급 위주의 단일한 차청이 가지고 있는 순일(純一)한 맛만을 추구하지 않고 온갖 등급의 다양한 차청이 어우러져 승화된 맛을 창조해 내는 ‘다양성의 원리’가 빛을 발하는 ‘조화와 융합의 차’입니다. 결국 병배는 보이차가 단순한 ‘물리적 집합’을 뛰어넘는 ‘화학적 결합’이 만들어 내는 대동(大同)의 차이게 만드는 원리인 것입니다. 병배를 통해 창조된 보이차의 맛은 단순함을 지나 마치 바다 같은 폭과 깊이를 가진 장강(長江)처럼 웅장하고 큰 스케일을 선물합니다. 이런 연유로 필자는 보이차를 ‘마시는 오케스트라’라고 표현합니다.

그러면 지금부터 ‘병배’에 대한 이해를 돕기 위해 맹해차창의 상규상품(해마다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상품)인 숫자 보이차들 중 ‘7542’와 ‘8582’를 예로 들어 확인해 보겠습니다.

1.‘7542’

맹해 차창에서 매년 생산하는 상규상품 중 하나로 ‘생차의 교과서’라고 부릅니다. 특급~10급까지의 모든 등급의 찻잎이 쓰이지만, 표준적인 사이즈인 4등급의 비율을 가장 높여서 병배합니다. 마치 서해 바닷속같이 잔잔하면서도 풍부한 맛을 창조해 내는 병배의 특성을 보입니다.

2.‘8582’

맹해 차창에서 매년 생산하는 상규상품 중 하나로 특급~10급까지 모든 등급의 찻잎이 쓰이지만 비교적 큰 8등급의 비율을 가장 높입니다. 8등급이 주도하는 패기가 돋보이는 병배로, 동해의 물속 같은 깊고 경쾌한 맛의 레시피라고 할 수 있지요.

눈을 돌려 멀리 보면 보이차의 병배가 가지고 있는 ‘조화와 융합’의 원리는 다양한 인종들이 가지고 있는 다양한 능력들의 융합으로 이루어진 미합중국의 사례에서 보듯이 우리도 ‘단일민족’이니 하는 순일주의와 쇼비니즘의 구태를 과감히 벗고 도도하게 도래하는 ‘다문화 국가’의 시대적 조류에 자발적이고 적극적으로 순응병진(順應竝進)하는 것이 국가의 새로운 활로를 개척하는 길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오케스트라 한잔 하시며 하루를 여는 것은 어떨까요?”

성차사진품보이차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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