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가 불붙인 '먹고사니즘'.. 전세계 지도자 지지율 굴욕 [글로벌 리포트]

강규민 2022. 6. 26.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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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솟는 물가가 바꾼 정치지형
美 바이든 중간선거 앞두고 비상
佛 마크롱 재선 했지만 과반 내줘
英 존슨은 불신임 위기서 생존
신흥국일수록 경제 위기 직격탄
벨기에 브뤼셀에서 지난 20일(현지시간) 생활비 상승에 항의하는 대규모 시위가 열렸다. 한 남성 시위자가 돈가방을 들고 있는 샤를 미셸 유럽평의회 의장의 사진이 달린 모자를 쓰고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 AP뉴시스
40년만에 최고치로 치솟은 미국발 인플레이션과 경기침체 영향으로 전세계 정치권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중국발 코로나19 봉쇄 및 우크라이나 전쟁 후폭풍의 영향이 각국의 정치권을 뒤흔들었다. 민심이 폭발하면서 글로벌 정치권의 대규모 지형 변화가 촉발되고 있다.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인플레이션에 대한 불만으로 지지율이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번 중간선거에서 상원과 하원에서 다수당 지위가 바이든 대통령이 소속된 민주당에서 공화당으로 넘어갈 위기에 직면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최근 연임에 성공했지만 4년전 대선 때보다 지지율이 급격히 떨어졌다. 보리스 영국 존슨총리와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는 불신임안까지 나오면서 굴욕을 당했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제로코로나 정책의 고수로 인해 민심이 요동치면서 2인자인 리커창 총리의 부상이 심상치 않다.

■지지율 하락 바이든, 탈출구 모색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지지율 하락의 최대 원인인 인플레이션을 막기 위해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을 이례적으로 백악관까지 소환해 자이언트 스텝 금리 인상을 관철시켰다. 뿐만 아니라 인권 탄압 문제 등으로 외교 관계가 껄끄러웠던 중국 및 사우디아라비아와 대화를 시도중이다. 사우디는 원유 증산에 나서지 않으면서 에너지 인플레이션을 촉발시켰다. 중국은 미국의 보복관세 조치로 인해 충돌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40여년만에 최악의 인플레이션에 대한 대응을 위해 중국에서 수입되는 소비재 등 일부 품목에 대한 고율 관세를 폐지하거나 인하하는 방안까지 적극 검토하고 있다. 이전 도널드 트럼프 전 행정부 당시 중국 관세 리스트에서 일부 품목을 제외하는 쪽으로 기울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7월중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대화까지 모색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해 1월 취임한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 지금까지 4차례 화상 회담 또는 전화 통화로 접촉했지만 대면 회담은 아직 없었다.

높은 인플레이션과 실질임금 하락은 유럽의 정치 지형도 바꾸고 있다. 지난 4월 프랑스 대선에선 극우 성향 마린 르펜 후보가 "휘발유와 경유에 붙는 부가가치세를 폐지하고, 청년 소득세도 대폭 깎겠다"는 공약을 내걸자, 좌파 성향의 근로자들마저 대거 르펜을 지지하면서 10%대 초반이었던 지지율이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에 근접한 20%대까지 뛰어올랐다. 유럽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촉발된 에너지와 식품 가격 앙등의 영향을 가장 크게 받고 있는 지역이다. 휘발유 가격은 1L당 약 2.3유로(약 3100원) 내외로 올 들어 45%가량 상승했다. 심지어 생수 값까지 브랜드에 따라 10~45% 올랐다. 유럽 내 최대 경제인 독일과 프랑스의 지난 5월 물가 상승률(전년 대비)은 각각 7.9%와 5.2%에 달했다.

중국은 '제로 코로나' 정책 고수로 민심이 흔들리고 있다, 중국 리커창 총리가 강력한 방역 정책인 제로 코로나 정책을 정면으로 지적하는 '소신 발언'을 잇따라 하면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제로코로나 정책이 시진핑 주석의 대표적인 치적이라는 점에서 일부에서는 권력 서열 1,2위의 권력 경쟁 아니냐는 분석도 등장했다. 리 총리의 '쓴 소리'는 4월 이후 알려진 것만 10번이 넘는 것으로 전해졌다. '잊혀진 총리'로 불리며 사실상 실권이 없는 것으로 여겨지던 리커창 총리가 잇따라 목소리를 높이는 배경에 전세계가 주목하고 있습니다. 오는 10월 당 대회를 앞두고 혼란스러운 지도부의 현 상황을 반영한다는 관측과 함께 시진핑 주석과 리 총리 사이 '권력 경쟁'이 벌어지고 있다는 시각까지 등장했다.

■영·일 총리 불신임안 굴욕

영국과 일본의 총리는 이달 초 불신임 투표에 내몰리는 굴욕을 당했다. 보리스 존슨 영국 총리는 지난 6일 불신임 투표에서 간신히 살아남았다. 그러나 그에 대한 지지가 매우 취약해 총리 자리를 유지한다고는 해도 심각한 반대 속에 입지는 더 좁아지게 됐다. 영국 정치권이 불안해지고, 이에 따라 경제적 충격 역시 가중될 것이란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여당 의원 가운데 148명이 반대표를 던져 그가 추진하는 정책들이 앞으로 의회에서 험로를 걸을 것임을 예고했다. 존슨에게 신임을 보낸 의원들도 그가 좋아서 그랬던 것만은 아니다. 그를 이을 확실한 후계자가 없었다는 점도 한 몫 했다.

존슨은 코로나19 봉쇄 기간 수칙을 어기고 술 파티를 벌인 것이 드러나면서 불신임 투표에 몰렸지만 대안이 없다는 현실 인식 속에 일단 자리를 보전했다. 비록 불신임 투표에서 살아 남았지만 존슨은 심각한 권력 누수에 직면하게 됐다. 존슨이 언제까지 자리를 지킬지도 의문이다. 브렉시트 협상 혼선 속에 2018년 12월 불신임 투표에 몰렸던 보수당의 테레사 메이 전 총리는 표결에서 존슨보다 더 많은 지지를 받았지만 결국 반년 뒤 사퇴할 수밖에 없었다. 영국경제의 하락세도 존슨 총리의 사임을 부추기고 있다. 영국 경제는 2월 성장이 정체됐고, 3월부터는 마이너스 성장을 시작했다. 영국 파운드는 올 들어 미국 달러에 대해 8% 가까이 급락했고, 경쟁 통화인 유로에 대해서는 더 큰 폭으로 하락했다.

일본 기시다 내각은 불신임결의안이 제출돼 지난 9일 중의원 본회의에서 실시됐다. 자민, 공명 양당과 일본유신회, 국민민주당 등의 반대다수로 부결됐지만 기시다 내각이 출범 1년도 되지 않은 상태에서 불신임결의안이 제출됐다는 점에서 주목받았다. 입헌민주당의 이즈미대표는 "물가가 올라 국민이 고통을 받고 있는데 정부가 물가대책을 내놓지 않아 소비가 침체되고 일본 경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이 있어, 그 사실을 국민에게 전하기 위해 불신임결의안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신흥국 정권 교체 이어져

치솟는 물가, 성장 둔화, 미국의 금리인상에 따른 부채부담 급증이 중저소득 신흥국들을 압박하고 있다. 스리랑카뿐만 아니라 잠비아, 레바논 등도 이미 채무 위기에 진입했다. 이들 국가는 채무조정,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등을 타진하고 있다. 국가 디폴트 상태에 빠진 스리랑카는 민심이 폭발하자 대통령을 제외한 정부 내각의 주요 인사들이 모두 물러났다. 스리랑카 정부는 지난 4월 12일 국제통화기금(IMF)과 구제금융 지원 협상이 마무리될 때까지 대외 부채 상환을 유예한다며 '일시적 채무불이행(디폴트)'을 선언했다. 기한 내에 국채 이자를 내지 못하면서 공식적인 디폴트 상태로 최근 접어들었다.

남미의 대표적 친미 보수 국가인 콜롬비아에선 경제난 여파로 첫 좌파 정권이 탄생했다. 지난 19일 치러진 콜롬비아 대통령 결선에서 좌파 연합 '역사적 조약'의 구스타보 페트로(62) 후보가 당선됐다. 최근 계속되는 경제난으로 인해 콜롬비아 민심이 기존 우파 대통령의 교체를 원한 것이다. 오는 10월 대선을 앞둔 브라질에서도 '실용좌파' 루이스 이나시우 룰라 다 실바 전 대통령이 '극우' 자이르 보우소나루 현 대통령을 지난달 말 조사에서 19%p 앞서고 있어, 정권 교체 가능성이 높다. 룰라가 승리할 경우 사상 처음으로 중남미 주요 6개국(브라질·멕시코·아르헨티나·콜롬비아·칠레·페루)에 모두 좌파 정권이 들어서게 된다.

camila@fnnews.com 강규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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