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레에다 "영화 '브로커' 스토리, 송강호 등장 장면부터 썼다"
송강호 "국적을 떠나 따뜻한 이야기를 충분히 느끼길"
(도쿄=연합뉴스) 이세원 특파원 = "송강호 씨가 처음 등장하는 장면을 생각하고 우선 그것만 썼다."
영화 '브로커'를 만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무슨 생각으로 송강호에게 아기 브로커 역을 제안했느냐는 물음에 26일 이렇게 답했다.
그는 당시에는 시나리오가 아직 A4 용지로 3∼4장의 짧은 스토리였다며 영화 브로커와 송강호의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를 설명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브로커 일본 개봉 사흘째인 26일 도쿄의 한 영화관에서 송강호·강동원·이지은(아이유)·이주영과 함께 무대에 올라 관객과 만났다.
그는 "아마도 15년도 더 전에 부산의 영화제에서 '한국에서 영화를 찍는다면 누구와 찍고 싶으냐'라는 물음에 송강호의 이름을 말했다"고 송강호에 대한 오랜 애착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그 인터뷰를 끝내고 돌아가려고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는데 문이 열리니 송강호가 있었다"면서 "그 우연에 뭔가 인연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기억했다.
송강호는 고레에다 감독에게 대략 6년 전에 부산 영화제에서 캐스팅에 관한 얘기를 처음 들었다면서 "(나는) 고레에다 감독의 전작을 다 본 팬이었다. 존경하는 감독의 새로운 작품에 좀 설레었고, 그래서 어떤 역할이든 너무 영광스럽게 생각했다"고 말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6년 전의 플롯에는 송강호, 강동호, 배두나의 이름을 써 놨다"며 이지은과 이주영에 대해서는 "코로나19가 확산한 가운데 내가 한국 드라마에 빠졌고, 거기서 보고 인상적이던 두명에게 말을 걸었다"고 캐스팅에 과정을 설명했다.
그는 자신을 "아이유의 오랜 팬들에게는 죄송한 갑작스러운 팬"이라고 소개하면서 "가장 행복했던 현장이었다. 이상적인, 마음속에 그리던 대로의 캐스팅이 실현됐다"고 덧붙였다.
이지은은 "(고레에다) 감독이 내 음악이나 작품을 보기 전에 우연히 한국에서 식당에서 마주친 적이 있는데 나는 감독의 팬이었고, 감독은 나를 모르던 때여서 너무 인사드리고 싶었지만 그냥 지나친 때가 있었다"고 말했다.
이어 "감독의 영화에 내가 참여하고 감독이 내 작품과 음악을 아는 상황이 몰래카메라 같고 신기하다"고 했다.
그는 자신의 배역에 관해 "소영이를 설명할 수 있는 수식어가 굉장히 많다"며 "입체적으로 표현될 수 있도록 감독과 많이 상의하고 그 지점을 많이 생각하면서 연기했다"고 말했다.
송강호는 브로커에 대해 "한국과 일본, 일본과 한국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모두의 이야기"라며 "국적을 떠나서 누구나 공유할 수 있는 따뜻한 이야기를 충분히 느끼고 의미 있는 시간으로 기억되기를 바란다"고 기대했다.
고레에다 감독은 "영화를 만들기 위해 서울에 가서 베이비 박스 주변 분들에 대한 취재를 반복했다"며 취재를 할수록 인간의 목숨이라는 것을 어떻게 생각해야 할 것인가 고민하게 됐다고 밝혔다.
그는 촬영을 시작하면서부터 영화는 처음 생각했던 이야기와는 달라졌다면서 "내 영화가 늘 그런지 모르겠지만 명쾌한 답이 마지막에 기다리고 있다기보다는 등장인물들과 마찬가지로 보는 사람도 여행을 계속하면서 한 아기의 운명을 함께 생각하면 기쁘겠다"고 작품에 대한 생각을 드러냈다.
강동원은 고레에다 감독이 "항상 자상했고 현장에서는 즐겁게 했다"면서 생일을 혼자 보내는 고레에다와 식사를 함께 했던 일화를 소개했다.
이주영은 자신이 대학 시절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를 보러 가던 일개 영화학도였다면서 "감독이 내 작품을 봤고 나를 알고 있다는 것 자체가 너무 신기한 경험이었고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행복감을 느끼면서 작품에 임했다"고 존경심을 표현했다.
한국 주요 영화인이 일본은 방문한 것은 팬데믹 직전인 2020년 2월 송강호와 봉준호 감독이 일본에 온 것에 이어 2년 4개월 만이다.
이날 무대인사가 열린 영화관에는 행사 시작 전부터 많은 팬이 문전성시를 이뤘으며 '하트♥주세요', '아이유', '★별을★★ 그려주세요' 등 한글 메시지가 적힌 종이를 들고 온 관람객이 눈길을 끌었다.
이지은은 "(관람석의) 팬이 울고 있다"며 "너무 오랜만에 와서 죄송한 마음이고 보고 싶었다"고 일본의 팬들을 자주 만나지 못한 것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냈다.
송강호는 이지은이 일본에 도착할 때는 공항에 팬들이 100명 넘게 나왔는데 강동원의 경우 세 명이 나왔다면서 "나는 다섯 명이 나왔다. 그래서 어제 온종일 기분이 좋았다"고 일본 도착 때의 상황을 소개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기도 했다.
무대 인사 현장에는 대략 100명 정도의 취재진이 몰렸다.
sewonlee@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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