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쇄, 폭행, 조작'..불안한 중국인들

한겨레 2022. 6. 26.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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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의 창]

지난 3일 중국에선 건강코드를 체크해야 쇼핑 센터를 출입할 수 있다. REUTERS

[세계의 창] 왕신셴 | 대만 국립정치대학 동아연구소 소장

많은 국제기구의 장기 조사를 보면, 중국 주민이 느끼는 사회 안정감은 다른 나라보다 높고 정부 신뢰도도 세계에서 가장 높다. 그러나 최근 중국인의 사회 안정감이 급격히 떨어지고 정부에 대한 신뢰도 예전 같지 않다. 경제 불안과 코로나19 사태 이외에, 최근 중국 사회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이 영향을 미쳤다. 이 사건들은 정부와 관련된 경우가 많고, 인터넷에서 빠르게 퍼져 주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우선 코로나19 사태가 터지고 특히 상하이가 두 달 넘게 봉쇄되면서, 중국 주민은 ‘정부 권력은 과도하게 커지는데, 자신의 권익에 대한 보장은 점점 줄어드는 것’을 우려한다. 중국 유명 누리집 ‘즈후’에 올라온 ‘올해 코로나19 사태로 당신의 관념에 어떤 변화가 생겼나’라는 제목의 글은 누리꾼의 큰 관심을 받았다, 이 글에는 ‘코로나19 사태보다 무한히 확장하는 공권력이 더 무섭다’, ‘광적인 애국주의자 수가 최근 2년 사이 줄었다’, ‘정부 공신력은 이미 바닥으로 추락해, 정부가 하는 어떤 말도 믿는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등의 댓글이 달렸다. 무한히 확장하는 공권력에 대한 우려가 제기되고, 정부 방역 정책의 공신력에 대한 의문이 나오지만 중국 관영 매체는 여전히 애국심 가득한 글만 싣고 있다. 특히 이번 코로나19 사태에서 중산층들이 자신들과는 다른 집단이라고 믿고 있던 중하층과 같은 대우를 받으면서 불안이 커지고 있다.

둘째로, 허베이성 탕산의 바비큐 식당 폭행 사건을 계기로 불만이 커지고 있다. 지난 10일 새벽 건장한 남성들이 식당에서 몇 명의 여성을 집단 폭행해 온 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중국 사회의 폭력세력과 이들을 보호해온 세력 등 치안 문제에 여론의 관심이 집중됐다. 곧 공안이 용의자 9명을 체포해 사회적 분노를 진정시키려 했지만 제대로 되지 않았다. 사건 발생 뒤 인터넷에는 여러 탕산 시민이 자신이 겪은 현지 폭력세력의 폭행과 종업원 불법구금 사건 등을 실명으로 공개 제보했다. 또 이 사건에 대한 조사를 탕산시 공안국이 아닌 허베이성의 랑팡시 공안국이 맡았는데, 이는 탕산 공안국이 폭력세력과 결탁해 있는 것을 우려한 상부의 조처였다. 중국 당국은 2018년 1월 ‘폭력세력 척결 프로젝트’를 시작해 3년 만에 성공을 선언했는데, 여전히 공안이 폭력세력의 보호막이 되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다음으로, 이달 중순 허난성 정저우시 지방 은행 예금주들의 ‘전자 코로나 확인증’ 조작 사건이다. 예금주들이 자금난에 빠진 은행에 몰려와 돈을 인출할 것을 우려해, 정저우시 방역 담당관이 이들의 전자 코로나 확인증을 ‘문제없음’을 뜻하는 녹색에서 ‘문제 있음’을 뜻하는 빨강으로 바꿨다. 중국은 전자 코로나 확인증이 빨간색이 되면 물건 구매는 물론 이동과 직장 생활 등 모든 활동에서 큰 제약을 받는다. 중국 주민들은 방역 활동에만 쓰여야 할 전자 코로나 확인증이 지방 관리들의 ‘사회 안정’ 도구로 불법적으로 쓰인 것에 크게 놀랐다. “규제받지 않는 공권력이야말로 중국에서 가장 큰 전염병”이라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충격적인 사건들이 중국 사회의 숨겨진 구조적 문제를 드러내면서 중국인들은 언제든 나에게도 이런 상황이 닥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난 2년 동안 중국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과도한 소모적 경쟁을 뜻하는 ‘네이쥐안’(内卷)과 누워서 아무 일도 하지 않는 ‘탕핑’( 躺平)에 이어 최근에는 ‘탈출학’이 유행하고 있다. 과도한 ‘경쟁’을 견디다 못해 ‘포기’를 택하고 급기야 중국 사회에서 ‘탈출’을 꿈꾸는 것이다. 올가을 제20차 당대회를 앞둔 중국공산당은 사회 안정을 유지하기 위해 사회적 긴장을 더욱 강화하고, 주민의 권익을 제한할 것이다. 지난 10년 동안 중국의 사회 통제력은 매년 강화됐고, 20차 당대회 이후에도 나아질 것이라는 희망은 보이지 않는다. 중국 주민들이 가장 우려하는 것이지만 방법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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