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어질 결심' 박찬욱 감독 "표현 잘 못하는 사랑이 더 애틋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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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을 분출하고 격정적, 치명적인 사랑이야기가 갈수록 많아지는데, 사랑이 다 그렇지는 않잖아요. 표현을 잘 못하는 사랑도 있는데, 그런 사랑이 더 애틋하죠. 그런 사랑이 사람의 특징을 드러내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요."
박찬욱 감독이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라고 말한 신작 영화 '헤어질 결심'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 채 숨겨야 하는 힘겨운 사랑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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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툰 표현에 힘겨운 사랑 이야기
"외국인 캐릭터 낯선 한국어 발음
지나쳤던 의미 다시 음미한 계기"
대사 속 단어 하나도 공들여 골라
“감정을 분출하고 격정적, 치명적인 사랑이야기가 갈수록 많아지는데, 사랑이 다 그렇지는 않잖아요. 표현을 잘 못하는 사랑도 있는데, 그런 사랑이 더 애틋하죠. 그런 사랑이 사람의 특징을 드러내는데 더 효과적이라고 생각해요.”
박찬욱 감독이 ‘어른들의 사랑 이야기’라고 말한 신작 영화 ‘헤어질 결심’은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한 채 숨겨야 하는 힘겨운 사랑 이야기다. 형사 장해준(박해일)은 변사자의 아내인 중국인 송서래(탕웨이)를 보는 순간 용의자임을 직감하면서도 그에게 빠져든다. 둘은 경찰과 용의자라는 관계 탓에 끌리는 마음을 숨기기 위해 본심을 돌려 말해야 한다. 후반부에는 의심과 함께 커가는 둘의 감정이 걷잡을 수 없이 폭발한다.
지난 24일 화상으로 만난 박 감독은 사랑이야기를 이렇게 풀어낸데 대해 “인간이 어떤 존재인지 깊이 들여다보려 하면 힘든 상황에 놓여야 한다. 어려움을 극복하거나 좌절할 때 진짜 성격이 드러난다”며 이같이 말했다. ‘헤어질 결심’은 자극적 표현이 없을 뿐더러 전반적 분위기와 스타일부터 그의 전작들과 전혀 다르다는 평가를 받는다. 그는 “더 섬세하고 미묘하며 우아하고 고전적인 영화”라고 소개했다. 그렇다고 팜므파탈 캐릭터 중심으로 갈 거라는 관객의 예상도 벗어나며, 서래는 후반부 들어 장르적 관습을 철저하게 배반한다.
그 빈 자리를 채우는 건 대사 속 단어 하나하나 공들여 고른 언어의 힘이다. 극 중에서 서래가 드라마를 보며 배우는 한국어 대사는 물론 해준이 쓰는 말도 상당히 정제돼 있는데, ‘마침내’, ‘붕괴’ 등의 단어가 흔히 쓰이지 않을법한 맥락에서 갑자기 나타나 극에 고전적 느낌을 부여한다. 한국어와 중국어의 미묘한 의미 차이, 이해에 걸리는 시간차가 주는 긴장감도 일품이다. 박 감독은 서래의 한국어에 대해 “한국말을 우리와 다른 발음으로 들으면 낯설기에, 무심코 지나쳤을 말도 의미를 음미하게 된다”며 “그게 외국인 캐릭터라서 가능했다”고 돌아봤다. 번역 앱까지 동원해서 소통하는 모습에서는 연애뿐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서 느끼는 답답함을 표현하려고 했다.
죽은 사람의 눈으로 바라본 하늘의 장면 같은 독특한 숏과 편집도 인상적이다. 그는 주제가인 정훈희의 ‘안개’ 속 “안개 속에 눈을 떠라”라는 가사를 인용하며 “흐릿한 상황에서도 똑바로 눈을 뜨고 현실을 직시하려는 이야기를 보여주려고 했다. 그러려면 눈이 중요했다”고 설명했다. 그래서 죽은 사람의 눈으로 바라보는 모습이 많이 쓰였고, 심지어 생선의 눈으로 바라본 시선까지 등장한다.
박 감독은 여러 차례 ‘헤어질 결심’의 출발점이 노래 ‘안개’라고 밝힌 바 있다. 어릴 때부터 좋아한 곡이었다는 박 감독은 “송창식·윤형주의 트윈폴리오도 ‘안개’를 불렀다는 걸 알았을 때 개인적으로 놀랐다"며 “정훈희와 송창식을 다시 모셔서 듀엣으로 주제가인 ‘안개’를 다시 녹음한 건 영화감독으로서 보람을 느끼는 영광”이었다고 힘줘 말했다.
박준호 기자 violator@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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