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대법원, 임신중단권 폐기..'3년 입법공백' 한국에 어떤 영향 미칠까
미국 연방대법원이 여성의 임신중단권을 인정한 ‘로 대 웨이드 판결’을 공식 폐기한 것이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3년째 입법 공백 상태가 이어지고 있는 국내에 미칠 영향에도 관심이 쏠린다. 최근 집권당인 국민의힘을 중심으로 낙태법 개정안 입법 세미나가 잇따라 열리면서 임신중단권에 대한 논의가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 터이기 때문이다.
지난 14일 국회에서는 국민의힘 서정숙, 최재형, 전주혜 의원이 공동 주최한 낙태법 개정안 입법 세미나가 열렸다. 발제 주제는 ‘낙태가 여성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 ‘여성의 선택권에 밀린 태아의 생명권’, ‘여성의 왜곡된 인권, 재생산권 다시 생각하기’ 등이었다. 세미나에선 “인류의 모든 구성원은 창조주로부터 생명권을 포함한 양도할 수 없는 권리를 부여받았다는 원칙을 존중해야 한다” 등의 주장이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1일에는 조해진 국민의힘 의원이 주최한 낙태법 개정안 입법 세미나가 있었다. 주최 측은 “낙태를 전면적으로 허용하려는 정부 입법안의 문제점을 지적하고, 헌재의 판결 취지를 살리되 태아의 생명을 적극적으로 보호하는 ‘낙태법 개정안 입법’을 제시하려 한다”고 취지를 설명했다.
미 대법원의 ‘로 대 웨이드’ 판결은 헌재가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는 결정문에도 인용할 정도로 주요 참고자료로 쓰였다. 그런 판례가 폐기된 점, 임신중단권에 부정적인 국민의힘이 대선에서 승리한 직후 관련 논의를 활발히 주도하는 점 때문에 국내에서도 임신중단권 관련 논의가 후퇴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같은 우려는 헌재의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 이후 ‘3년의 입법 공백’과 맞물려 있다. 헌재는 형법상 낙태죄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보완 입법 시한을 2020년 12월31일로 정했지만 후속 입법 논의는 지지부진하다. 헌재는 결정문에서 “낙태 전후로 적절한 의료서비스와 돌봄이 제공돼야 한다”고 했으나, 이 역시 답보 상태다. 이 때문에 여성들이 인터넷 등에서 낙태 방법을 찾는 등 부정확한 정보들로 신체 자기결정권과 건강권을 침해받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그런데도 방송통신심의위원회는 지난해 말 임신중지와 관련한 정보와 약물을 구할 수 있는 국제 비영리단체 ‘위민온웹’ 홈페이지의 국내 접속을 차단하기도 했다.
다만 여성계는 미 연방대법원의 판례 변경이 우려스러운 것은 맞지만 한국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본다. 임신중단권에 대한 세계적 논의가 ‘로 대 웨이드’ 판결이 나온 1973년보다 한참 진전됐다는 것이다.
낙태죄 폐지 운동을 이끌어온 시민단체인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SHARE)’의 나영 대표는 26일 “미 법원의 판결이 미국 사회나 낙태죄 폐지 운동에 있어서 후퇴인 것은 사실이지만, 오히려 미국이 세계적 흐름에서 거꾸로 갔다고 봐야 한다”며 “현재 미국의 상황은 트럼프 대통령 집권기에 임명된 대법관들로 인해 발생한 정치적 사건”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한국사회가 지향할 것은 미국이 아닌 세계적 흐름”이라며 “보건복지부 등 소관부처를 중심으로 여성의 건강권을 위한 보건의료 체계가 만들어져야 하며 정치권도 임신중단권에 대한 진전된 논의를 이어가야 한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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