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철의 까칠하게 세상읽기] 우려스런 尹대통령의 검찰중심 생각

2022. 6. 26.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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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성철 경기대 미디어영상학과 교수

지난 3월 윤석열 대통령 당선자가 대통령 집무실을 청와대에서 용산 국방부 청사로 옮기려고 했을 때, 당선자가 검찰청의 업무공간을 이상적 모델로 생각하고 있구나 싶었다. 최고 책임자가 참모가 함께 일하면서 언제든 실무자를 불러서 확인할 수 있는 구조. 1층에 기자실을 두고 출·퇴근 시간에 기자들을 만나 현안에 대해 자신의 생각을 밝히고, 국민의 이해를 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검찰총장 시절 윤 대통령의 모습이다.

소통의 측면에서 보자면, 용산의 대통령 집무실은 나름 성공적이다. 윤 대통령은 역대 어느 대통령보다 자주 언론을 만나 국민에게 메시지를 성공적으로 전달해오고 있다.

윤 대통령이 취임하면서 전·현직 검사들을 청와대와 내각에 대거 포진시켰을 때에도 조금 이해가 갔다. 딱히 이렇다 할 정치기반도, 인력풀도 아직 만들어지지 않은 상태이기 때문이다. 언론에서는 이른바 '윤핵관' 혹은 '친윤'이라는 용어를 사용하지만 불과 1년만 해도 없던 존재들이다. 대통령이 노회한 여의도 정객들에 휘둘리지 않고 국정을 효율적으로 운영하기 위해서는 검찰시절 알던 인사들을 핵심참모그룹으로 기용할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그렇게 업무의 효율성을 높여 성과를 낸다면 국민으로서는 환영이다.

그러나 모든 정부부처를 검찰 모델로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각 부처마다 나름의 역사성과 특수성이 있기 때문이다. 최근 시행령을 개정해 행정안정부 안에 경찰국을 신설하려는 움직임에서도 검찰 중심의 사고가 그대로 묻어난다. 정부는 경찰제도 개선 자문위원회의 조언에 따라 경찰을 지휘 감독, 인사 감찰, 징계를 할 수 있는 경찰국을 행정안전부에 설치하려고 한다.

이는 문재인 정부의 '검수완박(검찰수사권 완전박탈)' 법안으로 생겨난 경찰 권력의 비대화에 대한 반작용인 셈이다. 윤 대통령은 "경찰보다 더 어떻게 보면 중립성, 독립성을 강하게 요구받는 검사 조직도 법무부에 검찰국을 두고 있다"며 경찰국 설치를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경찰은 어떤 조직보다 권력에 취약한 구조를 갖고 있다. 경찰은 상부의 부당한 지시에 검찰만큼 강단 있는 대응을 하지 못한다. 사표를 내고 로펌에 취업하거나 변호사 개업을 할 수 있는 검찰과는 처지가 확실히 다르다. 경찰 간부들은 사직서를 쓰는 순간 대부분 생계 걱정을 해야 한다. 그렇기에 경찰은 권력자의 뜻을 거스르는 행동을 좀처럼 하지 않는다.

후배가 먼저 승진해도 계급정년에 걸리지 않았다면 웬만해서는 사퇴하지 않는다. 이는 비대해진 경찰 권력이 자칫 권력자의 눈치를 보지 않을까 우려되는 지점이기도 하다. 만약 전·현직 검사가 행정안전부 장관이나 신설되는 경찰국장에 임명된다면, 경찰은 검찰의 예속기관으로 전락할 수도 있다.

지난 주 경찰 치안감 인사가 2시간여 만에 뒤바뀐 일이 있었다. 이를 검찰 입장으로 바라보면 대통령의 말처럼 "아주 중대한 국기문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경찰의 과거를 보면 어느 정도 이해가 된다. 과거 경찰에서는 승진을 앞두고 정치권과 청와대에 로비하는 경우들이 많았다. 인사가 확정된 뒤 치안비서관-민정수석을 거쳐 대통령의 최종 결재를 받는 과정에서도 인사가 뒤바뀌기도 했다. 막판 로비를 통한 승진이다. 이 경우, 승진에 도움을 준 사람들의 압력과 청탁에 취약해진다.

이를 막는 방법은 인사안이 결정되는 즉시, 내부 통신망에 올리고 언론에 공개하는 것이다. 설사 번복하라는 압력이 오더라도 "이미 언론에 발표됐다"면서 방어해왔다. 20년 넘게 역대 대통령들이 이런 관행을 '국기문란'으로 문제 삼지 않은 것은 경찰 인사의 특수성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물론 민정수석실 폐지와 발맞춰 이런 관행을 바꾸지 못한 것은 유감이다. 하지만 이를 행정안전부내 경찰국 신설의 빌미로 압박하는 것은 부적절하다.

지난 5월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110대 국정과제'를 발표하면서, 윤석열 정부 출범의 의미를 "반칙과 특권을 허용하지 않으며 공정하게 국정을 운영하기를 기대하는 국민의 염원"이라고 설명했다. 진정으로 경찰 권력 비대화와 권력 남용이 우려된다면, 편법인 시행령이 아니라 정공법으로 정부조직법을 개정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야당을 설득하고, 국민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그래도 경찰 권력의 비대화가 걱정이라면, 경찰의 업무를 수사 영역과 교통·경비 등의 영역으로 분리해 교통·경비·방범·정보 등을 지방자치단체장에 위임하는 것도 고려할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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