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5조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카카오페이 먹튀와 뭐가 다르냐"
김범수 센터장에 직접대화 요구
전 계열사 반대서명 운동까지
카카오모빌리티가 흔들리고 있다. 매각설이 불거지자 직원 과반 이상이 노조에 가입하는 등 동요가 이어지는 모습이다. 카카오 노조는 매각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하는 한편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미래이니셔티브센터장)에 직접 대화를 요구하고 나섰다.
26일 IT(정보기술) 업계에 따르면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을 두고 경영진과 구성원들 간 갈등이 심화하고 있다. 전국화학섬유식품산업노동조합 카카오지회는 카카오모빌리티 사모펀드 매각 사태와 관련, 27일부터 전 계열사 임직원을 대상으로 반대 서명운동을 시작한다.
카카오 노조는 "현재 카카오 계열사에 재직 중인 인원은 1만5000여명"이라며 "전 계열사 임직원의 서명을 받아 매각의 주요 당사자인 남궁훈 카카오 대표와 김범수 미래이니셔티브 센터장에게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 "카카오의 최대 주주인 김 센터장과의 면담을 요구한다"고 했다.
앞서 IB(투자은행) 업계를 중심으로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의 지분 및 경영권을 매각하기 위해 MBK파트너스와 물밑 협상을 진행 중이라는 소식이 전해졌다.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를 주력 사업으로 하는 국내 1위 모빌리티 기업이다. 3100만명의 가입자와 25만명의 카카오T 택시기사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택시 외에도 대리·내비게이션·공유 자전거·택배·렌터카 등 MaaS(서비스형 모빌리티) 플랫폼을 지향한다.
카카오모빌리티는 카카오가 57.5%, 미국계 사모펀드인 TPG와 칼라일이 각각 29.0%와 6.2%를 보유하고 있다. 회사 기업가치가 약 8조5000억원으로 평가된다.
카카오는 매각설이 제기된 직후 "카카오의 주주가치 증대와 카카오모빌리티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서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나 현재 결정된 사항은 없다"고 해명 공시를 냈다. 그러나 매각 추진 사실 자체를 부인하지는 않았다. 오히려 지난 17일 카카오모빌리티 내부 구성원들이 참여하는 올핸즈 미팅에서 경영진이 매각 추진 사실을 인정했다.
매각설 이후 구성원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노조 측은 "카카오모빌리티 직원들은 대체적으로 경영진의 해명이 부족하고 불투명한 매각 진행으로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고 있다"며 "경영진이 약식 간담회를 열었지만 오히려 혼란만을 초래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고 지적했다. 구성원들은 일방적인 매각 추진을 반대하며 노조로 집결했고, 그 결과 2~3일 만에 카카오 계열사 최초의 과반 노조를 결성했다.
카카오가 카카오모빌리티 매각을 검토하는 주된 배경으로는 정부 규제 리스크와 골목상권 침해 이슈 등이 거론된다. 카카오는 지난해 골목상권 침해, 문어발식 확장 논란에 휩싸인 이후 2022년까지 계열사 30~40개를 정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카카오모빌리티는 계열사 중에서도 골목상권 침해 논란의 중심에 섰던 곳이다. 초기 투자자인 TPG 컨소시엄과 연내 IPO(기업공개)를 약속한 상황에서 주식시장 불확실성 등으로 상장이 어려워진 점 역시 매각 가능성이 제기된 강력한 이유 중 하나로 꼽힌다.그러나 구성원들은 카카오모빌리티의 사모펀드 매각이 '책임경영'을 약속했던 경영진의 의지와 정면으로 충돌한다는 입장이다. 서승욱 카카오노조 지회장은 "사회적 책임을 약속했던 지난해 9월의 경영진 선언이 잉크가 마르기도 전에 사모펀드 매각으로 빛을 바랬다"며 "카카오 모빌리티 플랫폼의 미래 가치를 보고 투자한 주주들에게 이번 매각에 대해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지 걱정된다"고 비판했다. 이정대 카카오모빌리티 분회 스태프 또한 "직원은 뒷전인 채 오로지 경영진의 이익만을 위해 진행됐다는 사실에 분개한다"며 "지난해 12월에 있었던 카카오페이 블록딜 사태와 다를 게 무엇인가. IPO(기업공개)가 사실상 막혔으니 다른 방법으로 엑시트(투자금회수)를 하려는 게 아닌가"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카카오 노조는 카카오모빌리티 매각 반대 서명운동과 함께 오는 28일 판교역 카카오아지트 출입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이 자리에서는 IT위원회 넥슨지회 배수찬 지회장도 연대 발언을 한다. 서 지회장은 "카카오페이 블록딜 사태 직후 주주친화 정책을 밝힌 지 3개월여 만에 매각 카드를 꺼내든 카카오에 '먹튀그룹'이라는 오명이 더 이상 남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윤선영기자 sunnyday72@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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