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여년 만에..대학 등록금 인상 시동
지역대학 재정난 악화.."등록금 인상 불가피" 주장
학생·학부모 "고물가 시대 책임 전가하는 셈" 비판
정부가 '대학 규제 완화'의 일환으로 등록금 인상 카드를 꺼내 들면서 10여 년간 동결로 인해 재정난을 호소하던 충청권 대학의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고물가와 경기침체가 겹친 스태그플레이션 현상이 짙어지는 상황에서 대학의 재정난 타개를 위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만 부담을 전가한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26일 교육계에 따르면 장상윤 교육부 차관은 최근 대구에서 열린 한국대학교육협의회 하계 총장 세미나에서 "정부 내에서 등록금 규제를 풀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며 "재정 당국과 시기와 방법을 논의 중"이라고 밝혔다.
당초 등록금 인상은 법정 상한선 내에서 가능하지만, 대학들이 등록금을 인상할 경우 학생들이 국가장학금Ⅱ 유형을 지원받을 수 없기 때문에 사실상 '그림의 떡'과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공개된 대통령직인수위 국정과제 이행계획서에도 '내년 상반기까지 국가장학금Ⅱ 유형과 연계한 등록금 동결 요건 폐지'라는 내용이 담겨있는 만큼, 등록금 규제 완화를 다시 한번 시사한 것으로 풀이된다.
정부의 이 같은 기조에 대해 지역 대학들은 대체로 환영하는 입장이다. 수년째 등록금 동결로 인해 대학의 재정이 악화된 데 이어 일부 대학의 경우 학생 정원 충족도 쉽지 않다는 설명이다.
대전 지역의 한 사립대 관계자는 "2009년부터 시작된 등록금 동결정책은 올해로 14년째를 맞았다. 대학에서는 재정난을 호소하며 등록금 인상을 허용해야 한다고 요구해왔으나 가계 부담 등의 이유로 실현되지 못했다"고 그동안의 등록금 동결 배경을 설명했다.
또 다른 대학의 한 관계자는 "10여 년 넘게 등록금이 동결된 데다 학령인구 감소로 신입생 충원도 힘들어져 정부 재정 지원에 목을 메달 수밖에 없는 분위기가 됐다"며 "등록금 인상이 이뤄진다면 교육·연구 투자나 학생 지원 면으로도 수월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교육계 일각에서는 등록금 인상을 재정난 타개를 위한 궁극적인 해결책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흘러나온다. 지역 A 대학 관계자는 "세계적으로 아직 국내 대학 등록금이 비싼 수준인 상황에서 등록금 인상을 강행하면 고스란히 학생·학부모의 피해로 돌아간다"며 "높은 등록금 의존도를 낮추기 위해 정부 차원에서 대학 재정 구조를 근본적으로 개혁하는 방향성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같은 등록금 인상 움직임에 학생과 학부모들의 비난 목소리도 거세지고 있다. 최근 2-3년간 비대면 방식 수업으로 인해 정상적인 수업을 받지 못했을뿐더러 학교 측의 재정난을 교육 수요자에게만 전가하려 한다는 이유에서다.
지역 사립대에 재학 중인 이모(23) 씨는 "코로나19로 이뤄진 비대면 수업에서 시작한 교육의 질에 대한 문제가 충분히 풀리지 않았다고 본다"며 "이런 와중에 등록금을 인상하는 것은 재정적 책임을 학생에게만 떠넘기는 행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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