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수우위 미 연방대법원의 거침없는 역주행..어떻게 견제할까
미국 연방대법원이 최근 미국 사회 진보와 보수의 입장이 날카롭게 대립하는 갈등 사안에서 보수에 기우는 판결들을 잇따라 내놓으면서 보수우위 대법원의 역주행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대법원은 24일(현지시간) 여성의 임신중단권을 보장한 1973년 ‘로 대 웨이드’ 판결을 무효화했다. 전날인 23일에는 공공장소에서 권총을 휴대하는 것은 헌법이 보장한 권리라고 판결했다. 대법원은 또 같은날 법 집행 공무원이 미란다 원칙을 지키지 않아도 시민이 이에 대해 고소할 수 없다고 판결했다. 앞서 지난 21일에는 종교색을 띤 학교에는 수업료를 보조하지 않는 메인주의 조치에 대해 위헌이라는 판결을 내놨다. 임신중단, 총기규제, 범죄 용의자 인권, 정교 분리 등 사안에서 모두 보수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일련의 보수 일변도 판결 뒤에는 대법원의 보수우위 구도가 자리잡고 있다. 현재 대법원 판사 9명 가운데 6명이 보수, 3명이 진보다. 이번 판결에서는 보수 대법관 6명 중 비교적 온건파로 분류되는 존 로버츠 대법관을 제외하고도 5명이 임신중단권 무효화에 찬성하면서 약 50년 동안 여성의 임신중단권을 보장해온 판례가 파기됐다. 로이터통신은 “임신중단권을 폐기하고 총기 소유권을 확대한 최근 대법원의 주요 판결들은 다수를 차지한 보수성향 대법관들이 얼마나 대담하게 자신들의 힘을 행사하고 있는지 보여준다”고 평가했다.
연방대법관은 종신직이기 때문에 교체 시점을 예상할 수 없다. 그러나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대법관들의 별세 등으로 집권 기간 4년 동안 브랫 캐버노, 닐 고서치, 에이미 코니 배럿 등 무려 세 명의 보수성향 대법관을 지명했다. 공화당도 적극 협력했다. 버락 오바마 전 대통령은 임기말인 2016년 안토닌 스칼리아 대법관의 후임으로 메릭 갈란드 현 법무장관을 지명하려 했으나 임기말 대통령의 대법관 지명에 반대하는 공화당의 반대로 좌절됐다. 반면 공화당은 트럼프 전 대통령이 임기말인 2020년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 별세로 생긴 공석에 배럿 대법관을 지명하자 인준안을 통과시켰다.
연방대법원의 독주를 견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뉴욕타임스 칼럼니스트 자말 부이는 “연방대법원은 헌법 위에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의회가 헌법이 부여한 대법관 탄핵 권한 등을 행사해 대법원을 제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워싱턴포스트는 사설을 통해 “임신중단권을 무력화시키려는 보수의 10년간의 성전이 성공을 거뒀다”면서 “이 비극적인 순간에 미국인들은 스스로 권리를 지키지 않으면 잃게 된다는 현실에 눈을 떠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1월 퇴임을 공식화한 스티븐 브라이어 대법관 후임으로 흑인 여성 커탄지 잭슨을 대법관으로 지명했다. 잭슨 대법관은 내달 취임할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잭슨이 취임해도 대법원의 보수 대 진보 비율은 6대 3으로 변함이 없다.
정원식 기자 bachwsi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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