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책이 벽지로 변신..아이들 상상력 키우죠

박대의 2022. 6. 26. 1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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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백화점-현대어린이책미술관 1社1메세나
5년간 그림책 작가 40여명에
전문가 지원해 작품 제작
현대L&C 벽지로도 만들어
작가에 작품 사용료 지급

◆ 2022 신년기획 이젠 선진국이다 / 기업이 예술 꽃피운다 ⑮ ◆

현대어린이책미술관(MOKA) `언-프린티드 아이디어`를 통해 그림책 작가로 활동하는 이수미·이희은 작가(왼쪽부터)와 그들을 지원해온 정동지 MOKA 책임학예사(오른쪽)가 현대L&C에서 제작한 벽지 앞에서 사진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 = 현대백화점]
"잃었던 꿈을 찾을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 같았어요."

이희은 작가(36)는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게 좋았다. 예술고에 진학하고 미대에서 패션디자인을 전공하면서 패션업계에서 그림 그리는 것을 꿈꿨다. 하지만 현실은 달랐다. 디자이너가 모든 작업을 하는 과정에서 그가 상상했던 일을 할 수 있는 자리는 없었다.

지인의 소개로 일러스트레이터(삽화가)로 일하게 된 그는 다른 그림책 작가의 삽화를 그리면서 그림책 작가라는 직업을 알게 됐다. 이 작가는 "삽화가라는 게 원고를 읽고 해석하는 일이다 보니 내 의도를 살린 그림을 그려 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온전히 내 작품을 만들 수 있는 길을 찾아 나서게 됐다"고 회상했다.

이수미 작가(41)는 우연히 찾은 백화점에서 그림책 전시를 보고 작가가 되기로 마음먹었다. 꾸준히 그림을 그려왔지만 결혼하면서 펜을 놓을 수밖에 없어 아쉬워하던 차에 그림책 작가는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학원을 다니면서 글 없는 그림책을 그리기 시작했다. 두 사람은 현대백화점이 운영하는 현대어린이책미술관(MOKA)에서 진행한 '언-프린티드 아이디어'를 통해 그림책 작가가 됐다.

'언-프린티드 아이디어'는 MOKA가 2017년부터 진행하는 신진 그림책 작가 육성 프로젝트다. 매회 10여 명의 그림책 작가 지망생을 선발해 경기 성남 소재 MOKA에서 기획전을 진행한다. 출판을 목적으로 하는 기존 그림책 공모전과는 달리, 신진 작가들에게 출판되지 않은 아이디어를 공모받아 현대어린이책미술관 소속 그림책 전문가들과 함께 그림책을 완성해가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이 같은 특성으로 인해 1회당 2년이 걸리는 장기 프로젝트로 진행된다. 단순한 아이디어를 시작으로 그림책이 완성될 때까지 MOKA 소속 전문가들의 도움과 조언을 받으며 진행할 수 있다는 점에서 이제 막 그림책 작가로 발돋움한 이들에게 큰 관심을 얻고 있다.

정동지 MOKA 책임학예사는 "기존 그림책 공모전은 완성된 작품을 공모받아 우수작에 출판의 기회만 제공하는 방식으로 진행됐다"며 "저희 프로젝트에서는 전시를 보고 출판사에서 작가에게 직접 연락해 출판하는 경우도 많아 신진 그림책 작가들 사이에서 이 프로젝트가 하나의 등용문으로 자리 잡았다"고 말했다.

작가들은 주어진 4개 분야 중 하나를 골라 응모할 수 있다. 주제 제한 없이 작가의 창의적인 상상만을 담은 '자유', 오직 그림만으로 열린 상상을 하는 '글이 없는 그림책', 친구들과의 다양한 추억이 담긴 '친구', 어떠한 형식과 모양이든 그 자체로 우리의 친구가 되는 '책의 본질' 등이다. 2019년 2회에 지원한 두 사람은 자유 주제의 '숲의 하루'(이희은 작가)와 글이 없는 책 'find'(이수미 작가)로 각각 입상했다.

최근에는 참여 작가들의 작품을 다른 형태로 확장하려는 시도가 긍정적인 결실을 맺고 있다. 지난해 1~2회 참여 작가 24명이 모여 만든 '아트북'에서 작가들은 자신의 그림책을 패턴으로 만들었다. 패턴을 책에서 뜯어 접으면 모빌이 되는 형태로, 부모와 아이들이 함께 만들며 즐길 수 있는 놀이로 확장했다.

아트북에 사용된 두 작가의 패턴은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현대L&C를 통해 벽지로도 생산되고 있다. 벽지가 판매되는 기간 작가들에게 작품 사용료도 지급돼 작가의 수익으로 이어지고 있다. 이수미 작가는 "내 작품이 벽지로 만들어지는 과정을 보면서 뿌듯하고 즐거웠다"며 "기업들의 후원으로 이런 프로젝트가 더 늘어나 그림책 작가들이 설 자리가 많아졌으면 좋겠다"고 기뻐했다. 노정민 MOKA 관장(상무)은 "MOKA는 무한히 확장하는 상상 속 책장의 콘셉트로 책장 안에서 지식과 감성이 조화를 이룬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서 미술관 운영을 넘어서 신진 그림책 작가를 발굴하는 등 문화예술 육성의 기능도 적극 수행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박대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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