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정세포만 공격' 방사선..암정복 앞당길 무기 [생활속 건강 톡 '메디神']

2022. 6. 26. 1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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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5년 미국의 원자폭탄 투하, 1986년 체르노빌 원자력발전소 사고, 2011년 후쿠시마 원자력발전소 사고.

이들 사건의 공통점은 원자력, 즉 방사성 물질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유명 영화의 거대한 초록색 영웅이 방사선에 의해 탄생한 것을 제외하면 일반인에게 '방사성, 방사선, 핵'이라는 단어는 그 자체만으로도 거부감이 드는 것이 사실이다. 병원에서 환자를 검사하기 위해 사용하는 자기공명영상장치(MRI)는 원래 이름이 핵자기공명영상장치(NMRI)였으나 '핵'이라는 단어의 부정적 어감으로 이름이 바뀌는 해프닝이 있었다. 하지만 방사성, 방사선 그리고 핵은 나쁘기만 한 것일까?

방사성이라 함은 그 중심핵에서 방사선을 내뿜는 성질을 말한다. 큰 에너지를 가지고 있는 방사선은 어떻게 사용하는지에 따라 위험할 수도, 이로울 수도 있다. 필자는 최근까지 최첨단 방사선의학 분야에서 연구하며 방사선이 인류의 생명을 이롭게 하는 데 큰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온몸으로 느꼈다. 이 글을 통해 독자들에게 방사선의 이로움을 조금이라도 공유하고자 한다.

가장 활발히 방사성 의약품이 활용되고 있는 분야는 단연 암 진단과 치료제 분야다. 암 진단용으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물질로는 FDG(Fluoro Deoxy Glucose)가 있는데, 쉽게 말하면 방사선을 내뿜는 밥이다. 암세포는 급격히 성장하면서 많은 에너지를 요구하는, 항상 배가 고픈 상태가 된다. 이때 방사성 빛을 내는 밥을 주면, 암세포는 정상세포에 비해 이를 더 많이 먹는다. 이를 통해 우리는 몸 밖에서 영상화 장치를 이용해 더 밝게 방사선을 뿜어내고 있는 암세포의 위치, 크기 등을 파악할 수 있다.

방사선은 암 치료를 위해서도 사용되고 있다. 크기·위치·진행 정도에 따라 물리적 수술이 힘들 때 자주 활용된다. 방사선은 인체를 통과할 수 있기 때문에 물리적 접근이 힘든 암세포는 몸 밖에서 고에너지의 방사선을 쬐어주면 사멸시킬 수 있다. 이를 방사선치료라고 한다. 다만 고에너지의 방사선이 암세포에 도달할 때까지 경로에 있는 모든 정상적인 세포가 방사선의 영향을 받게 된다는 단점이 어느 정도 존재한다.

최근 미국 한 제약사에서 최초로 '표적형' 방사선치료제 개발을 완료하고 전이성·저항성 전립선암 치료제로 만들어 판매하고 있다. 여기에서 표적형이라고 한 것은 앞서 언급한 일반 방사선치료와 달리 일반 세포에 주는 영향을 최소화했기 때문이다. 이것이 가능해진 것은 방사선을 외부에서 쬐어주는 방식이 아니라 매우 짧은 거리까지만 방사선을 내뿜는 물질을 암세포에만 들러붙도록 설계했기 때문이다. 기존 방사선치료가 융단폭격이라면 표적형 방사선치료는 정밀 유도탄인 셈이다. 표적형 항암치료제는 암 치료에 매우 뛰어난 효과를 보이고 있다. 하지만 이 또한 암세포 전부를 제거하기에는 어려움이 있고, 살아남은 암세포는 해당 표적형 항암치료제에 내성을 가진 상태로 다시 세력을 불려나간다. 방사선을 이용한 치료도 내성이 생긴 암세포는 생존할 수 있지만, 고에너지의 방사선을 맞은 세포는 살아남더라도 정상적인 세포분열이 어려워 결국 사멸하게 될 확률이 크다.

현재 많은 연구자는 방사선의 장점을 활용해 더 효과적인 방사성 암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연구에 몰두하고 있다. 방사성 물질을 사용하다 보니 안전에 대한 걱정이 가장 먼저 들 것이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정밀 유도탄의 정확도를 높이려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전립선암뿐만 아니라 다른 암에도 적용할 수 있도록 암종별 암세포에 특이적 결합력을 가지는 물질을 지속해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또 더욱 강력하고 안전한 방사선을 내뿜는 방사성 물질을 활용하는 방안도 꾸준히 연구되고 있다.

방사선은 알게 모르게 우리 주위에서 자주 찾아볼 수 있다. 핵 발전소, 엑스레이, 연대측정, 연기감지기 등 다양한 곳에서 이미 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큰 사건·사고로 이미지가 좋지 않은 방사선이지만, 앞으로 인류의 건강을 위해 더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필자는 믿어 의심치 않는다. 독자분들께서도 선입견 없이 방사성 의약품 발전을 관심 있게 지켜봐 주셨으면 하는 바람이다.

[이슬기 디앤디파마텍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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