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조 쌓아놓고..채권단 체제에 발묶인 HMM
자산 급증했지만 투자 유보
외국선사 공격 행보와 대조
"비전 없이 관료 조직화" 우려
강석훈 産銀 회장 입장 주목
KDB산업은행이 '채권단 자율협약 후 출자 전환'을 통해 현대상선(현 HMM)의 경영권을 가져간 뒤 6년이 흘렀고, HMM은 적자 수렁에서 벗어난다는 경영 정상화의 1차 목표를 이뤄낸 셈이다. 그러나 최종 목표 격인 '새 주인 찾기'는 기약하기 어려워지면서 미래 성장동력을 오히려 잃어 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3월 말 기준 HMM의 유동자산은 12조2236억원, 현금·현금성 자산은 2조9036억원이다. 1년 전보다 각각 8조9400억여 원(273%), 1조6700억여 원(136%) 급증한 것이다. 해운업계의 장기 불황으로 2009년부터 2019년까지 10년간 연평균 4400억원의 적자를 내며 유동성 위기에 빠졌던 모습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문제는 장기 비전이다. 올해 1분기 실적 발표 당시 HMM이 내놓은 계획은 △신규 선박 인도 △추가 화물 확보 노력 △영업 체질 개선 △정보통신(IT) 시스템 개선 등에 그쳤다. HMM은 장기적 비전을 실현할 투자 계획을 내놓는 대신 1주당 600원씩 총 2934억원의 현금 배당을 11년 만에 실시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현재 HMM 지분은 산업은행이 20.69%, 한국해양진흥공사(해진공)가 19.96%를 보유하고 있다. 전체 배당금 중 40%인 1192억원이 산업은행과 해진공에 할당됐다.
반면 코로나19 팬데믹 기간에 막대한 현금을 확보한 글로벌 해운사들은 공격적인 투자를 단행하며 물류사업 전반으로 사업 영역을 넓히고 있다. 향후 해운 시황이 꺾이게 되더라도 지속적인 성장을 유지할 수 있도록 버팀목을 만들려는 전략이다. 세계 최대 컨테이너선사인 덴마크 머스크는 '공급망 통합자'를 자처하며 해상·육상·항공으로 물류사업 영토를 확장하고 있다.
HMM은 본업인 컨테이너선 사업에 매진하고 있다. 친환경 선박 도입 외에는 뚜렷한 투자 계획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채권단 관리하에 있다 보니 해외 선사들과 달리 HMM은 보수적 입장을 취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재계 관계자는 "HMM이 다각화에 나섰다가 실패할 경우 최대주주들이 책임을 면하기 어려운 구조"라며 "사업 다각화에 성공할 경우엔 HMM 기업 가치가 올라가며 오히려 민영화가 어려워진다는 역설에도 직면하게 된다"고 말했다.
HMM이 미래에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선 산업은행이 새 주인 찾기에 팔을 걷어붙여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해운업계는 강석훈 신임 산업은행 회장이 HMM의 미래와 관련해 어떤 대안을 제시할지 벌써부터 주목하는 분위기다.
전준수 서강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주인이 있는 기업이었다면 HMM은 미래를 대비하기 위한 탄환을 비축했을 것"이라며 "현재 HMM은 배포도 없고, 비전도 없다. 일이 잘못됐을 경우 책임 소재 문제가 크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HMM 민영화는 다른 공기업 민영화와 달리 원래 상태로 복귀시키는 차원으로 봐야 한다"며 "HMM이 글로벌 경쟁에서 뒤지지 않도록 공적 영역은 서서히 물러나고 민간 영역이 들어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문광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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