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이민청 설립 나섰지만..깐깐한 비자정책·부처 칸막이 '난관'

박나은 2022. 6. 26. 16:3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전문지식·기술 갖춘 외국인도
취업 확정돼야 비자 내줘
자국서 한국 일자리 찾아야
결혼·근로·다문화 담당 제각각
인재유치 정책 효율 떨어져

◆ 위기의 인재강국 ③ ◆

정부는 이민청을 설립해 저출산으로 인한 인력난을 해결하려고 하지만 난관이 만만치 않다. 외국인 전문인력을 한국에 유치하려고 해도 폐쇄적 비자 정책에 가로막히기 일쑤기 때문이다.

21일 법무부에 따르면 한국의 비자 제도는 전문성을 갖추고 있더라도 한국에 정착하기 어렵게 설계됐다. 일단 비자 종류부터 지나치게 세분화돼 있다. 한국의 비자 종류는 대분류로 36개, 소분류로는 250여 개에 달해 '누더기' 수준이다. 심지어 법무부는 외국인은 물론 국내 기업이 비자 문제를 해결하려고 해도 비공개 내부 규정이 많다. 법조계 관계자는 "법무부는 비공개 규정이 많은 한국 정부부처 특성을 감안해도 지나치게 공개에 소극적"이라면서 "변변한 영어 서비스조차 부족한 실정이라 외국인은 정보를 얻는 것이 어렵다"고 전했다. 이런 난관을 뚫더라도 장애물은 남아 있다. 외국인 전문인력의 경우 전문적 지식이나 기술을 갖춘 외국인을 대상으로 발급하는 '특정활동(E7)' 비자를 발급받는다. E7 비자를 받으면 최대 3년 동안 국내에 체류할 수 있지만 취업이 확정된 상태에서만 발급받을 수 있다. 안준모 고려대 행정학과 교수는 "한국의 비자 제도는 외국인 고급 연구 인력을 단순 노무직 노동자 수준으로만 보고 있다"면서 "이들을 한국에 유치하고 계속 남아 있게 하는 유인책이 부족하다"고 비판했다. 실제로 영국 등 선진국은 자국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은 고급 인력이 일정 기간 머무르면서 구직 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한다. 한국은 내국인조차도 취업하기 어려운 국내 기업 취업이 확정된 뒤에야 비자를 발급하기 때문에 구직 활동을 하는 동안 자국에 머물러야 하는 사례도 발생한다.

정부가 외국인 정책을 총괄하는 이민청 설립을 검토하고 있지만 부처 간 칸막이를 극복하는 것 또한 과제로 남아 있다. 법무부는 이민자와 외국 국적 동포, 고용노동부는 외국인 근로자, 여성가족부는 결혼이민자와 다문화가족, 외교부는 재외동포를 대상으로 정책을 시행한다. 이렇다 보니 전문인력의 범주가 다원화되지 않아 기업이 요구하는 우수한 고급 인력과 중소기업에서 활용하는 대졸 수준의 외국인 전문인력을 구분하는 기준이 없다. 우수 인력을 선별하고 유치하기 위한 효과적 정책을 마련하기 어려운 상황인 것이다. 일부 악덕 고용주들이 외국인 전문인력 관리 체계에 대해 체류 점검은 법무부, 근로감독은 고용부 소관으로 이원화돼 있다는 점을 노려 임금 지급을 미루는 등 부당한 대우를 강요하는 경우도 있다. 전문인력이라도 언어 장벽과 법 지식 부족으로 인해 내국인 노동자처럼 대응하기 어렵다.

국내 한 스타트업에서 개발자로 일하는 베트남 출신 A씨는 "비자 갱신을 앞두고 사업주가 이를 빌미로 임금 지급을 미루고 있다"며 "회사가 비자 보증을 해주지 않으면 추방당하니 방법이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법무부 관계자는 "최근 발표한 비자 발급 개편안을 통해 발급 조건 완화를 고려 중"이라며 "개편안에 해당하는 비자 종류의 범위는 아직 검토하고 있지만 외국인 전문인력이 국내에서 일할 때 발급받는 비자들이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박나은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