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비스 '에코펫', 생긴건 스티로폼 같아도 전자레인지도 'OK'

박민 2022. 6. 26.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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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휴비스 'R&D 심장부' 가보니..
국내 최초 '발포 페트(PET)' 식품용기 상용화
"PET에 미세한 공기 주입해 부풀린 폼 형태"
우수한 단열성에 찜용기 이어 빙수용기도 출시
자동차 및 건축용 경량화 ·단열 소재에도 접목
박성윤 휴비스 연구소장이 국내 최초로 개발한 발포 페트(PET)소재 ‘에코펫’(브랜드명)으로 만든 배달용 식품용기를 설명하고 있다.(사진=휴비스)

[이데일리 박민 기자] 지난 24일 휴비스의 대전 R&D센터 2층 세미나실. 박성윤 휴비스 연구소장은 총 3개의 용기에 음식을 담아 한창 온도 변화를 측정 중이었다. 흔히 간편식 컵밥에 쓰이는 종이 용기, 투명한 페트(PET·폴리에틸렌테레프탈레이트) 용기, 마지막으로 휴비스가 국내 최초로 페트에 공기를 주입해 만든 에코펫 용기다. 3개 용기 모두 동일한 제품의 차가운 빙수를 담아 15여 분을 기다렸다.

보냉효과 결과는 에코펫의 우승이었다. 용기 내부에 측정기를 꽂아 온도를 측정한 결과 에코펫 용기는 2도로 가장 차가웠고, 이어 투명 페트 용기는 5.7도, 종이 용기는 6.7도를 보였다. 같은 시간에 같은 빙수를 담아 동일한 환경(실온 24도)에서 나온 결과물이다. 박성윤 연구소장은 “에코펫 용기는 PET 내부에 공기층이 존재해 기존 용기류보다 보냉·보온성 등 단열성이 월등히 뛰어나다”고 말했다.

(왼쪽부터)에코펫 빙수용기, 투명 PET용기, 종이 용기에 동일한 제품의 빙수를 담아 보냉 효과를 측정하고 있다.(사진=휴비스)
국내 최초 ‘발포PET’ 소재로 배달용기 공략

화학섬유 소재 전문기업 휴비스가 독자 개발한 발포 페트 소재 ‘에코펫’을 들고 배달용기 시장 공략에 나섰다. 올해 초 배민상회와 함께 에코펫으로 만든 ‘찜용기’를 출시한 데 이어 여름 맞이 ‘빙수용기’도 이달 중순부터 출시했다. 에코펫은 페트에 미세한 공기를 주입해 부풀린 폼(Foam)형태의 발포 소재다. 쉽게 말해 생수 페트병처럼 비발포 상태의 얇고 딱딱한 소재에 기체와 압력을 가해 스티로폼처럼 부풀렸다고 보면 된다.

에코펫 용기는 발포 소재인 만큼 외관상 육개장 컵라면에 쓰이는 스티로폼(발포 폴리스티렌·PS)과 비슷하다. 언뜻 봐서는 구분이 어렵다. 용기 뒷면에 쓰인 PET(에코펫), PS(스티로폼) 등의 재질 표기를 꼼꼼히 체크해야 할 정도다. 두 용기 모두 각각의 원료에 기체를 주입해 부풀려 만드는 방식이어서 생김새 또한 비슷한 것이다.

다만 성능은 천지 차이다. 일단 에코펫 용기는 스티로폼 용기와 달리 전자레인지에 사용이 가능하다. 편의점 도시락이나 햇반 용기에 쓰이는 폴리프로필렌(PP)처럼 열에 강해 고온에도 재질의 변화가 없다. 환경호르몬 등 인체에 유해한 물질도 발생하지 않는다. 실제로 에코펫 용기는 식품의약품안전처(MFDS)와 미국 식품의약국(FDA) 검사에서 무독성 인증도 받았다.

박 소장은 “현재는 전자레인지에 사용 가능한 정도의 내구성을 갖춘 용기로 양산하고 있지만, 성형설비 및 조건에 따라 최대 200도까지 견딜 수 있는 오븐용으로도 제작할 수 있다”며 “다만 국내에서는 오븐 용기 수요가 많지 않기 때문에 미국 등 해외 시장 진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향후 폐페트병을 재활용한 원료를 사용하는 등 자원 선순환에도 나설 계획이다.

에코펫은 이러한 친환경성과 기술력, 우수성을 인정받아 국내 및 해외 패키징 관련 시상에서 국무총리상, 아시아스타상, 월드스타상 등 3관왕을 차지했다. 또 2020년에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주최하는 장영실 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에코펫과 관련된 특허만 120개가 넘는다.

박 소장은 “마치 뻥튀기처럼 발포를 많이 하면 적은 원료를 가지고도 큰 부피의 여러 제품을 만들 수 있다”며 “그러나 발포를 하면 할수록 중량이 줄어들고 강도가 줄어드는 문제가 있어 최적의 발포 한계점을 찾아내는 게 기술”이라고 말했다. 즉 얼마만큼 뻥튀기를 할 것인지가 에코펫의 기술과 경쟁력이라는 설명이다.

경기도 평택에 위치한 용기제조업체 신성팩에서 에코펫 소재를 가지고 배달용 빙수용기를 생산하고 있다.(사진=휴비스)
가격 경쟁력 확보가 ‘관건’

에코펫 용기는 국내 최초 발포 페트라는 개발 성과와 단열·경량성 등의 우수성에도 불구하고 대중화까지 넘어야 할 산이 있다. 관건은 ‘가격’이다. 흔히 배달용기로 주로 쓰이는 PP(폴리프로필렌)소재 찜용기는 배민상회에서 2000ml 기준으로 개당 300원~500원대에 판매되고 있지만 에코펫 용기는 518원이다. 빙수용기 또한 1000cc를 기준으로 종이 용기는 174원, 투명 PET용기는 187원, 에코펫 용기는 245원으로 가장 비싸다.

박 소장은 “사실 원료(레진) 가격 자체만 놓고 보면 페트가 PP(햇반 용기 소재)나 PS(스티로폼 용기 소재)보다 저렴하다”며 “다만 PS는 높은 강도를 요하지 않은 만큼 최대한의 발포로 단가를 낮출 수 있고, PP는 식기용기로 최적화된 장점 덕에 시장 규모가 크고 안정화돼 있어 가격 경쟁력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페트 발포 용기 시장은 지금은 초기 단계지만 향후 수요가 많아지면 가격이 낮아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휴비스는 에코펫을 식품 용기뿐 아니라 자동차 경량화 소재와 건축용 단열재로도 적용 분야를 확대할 계획이다. 박 소장은 “현재 디스플레이 보호 패드 등의 산업용 완충재로는 양산하고 있다”며 “이외에 자동차, 전자기기·가전 등 각종 산업 제품의 경량 내장재로도 적용이 가능해 관련 업체들과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민 (parkmin@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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