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O "원숭이두창, 국제보건비상사태 수준은 아냐" 선언 유보..전문가들 "논란 불씨 남아"

박근태 기자 2022. 6. 26.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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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보건기구(WHO) 세계보건총회(WHA) 개회 연설을 하고 있는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WHO 사무총장. WHO 제공

세계보건기구(WHO)가 유럽과 미국 등에서 급속히 확산하는 원숭이두창을 국제보건비상사태(PHEIC)로 선포하는 것을 유보했다. 대신 심각한 위협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는 의미로 ‘진화하는 건강 위협’으로 설명하기로 결정했다. 

테워드로스 아드하놈 거브러여수스 세계보건기구(WHO) 사무총장은 25일(현지시간) 성명을 내고 "원숭이두창의 현재 발병의 규모와 속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면서도 "현시점에서는 WHO가 발령하는 최고 수준 경보인 국제보건비상사태(PHEIC)로 지정하지는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이런 입장은 WHO가 앞서 이달 23일 국제보건규정비상위원회를 열어 유럽을 중심으로 확산하는 원숭이두창을 PHEIC로 지정해야 하는지 논의한 직후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현재 영국과 독일, 포르투갈, 나이지리아 등을 포함해 세계 48개국에서 원숭이두창이 발발해 3200명이 감염되고 1명이 숨진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특히 영국은 현재까지 800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하며 서아프리카지역에 다음으로 많은 환자가 나온데 이어 미국도 지난달 17일 첫 환자 발생 이후 100명이 넘는 환자가 발생했다.  WHO도  유럽을 중심으로 감염 사례가 급증함에 따라 원숭이 수두에 글로벌 비상 사태를 선포하는 데 무게를 둬왔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해 “이번 회의에서 위원들은 현재 발병의 규모와 속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갖고 있다”며 "위원회가 원숭이두창과 관련해 감시, 접촉 추적, 격리 및 환자 관리를 포함한 공중 보건 조치를 취해 원숭이두창 바이러스 확산을 막기 위한 조정된 조치가 필요하다는데 동의했다"고 전했다.

원숭이 두창 바이러스를 독일 로베르트 코흐 연구소(RKI)가 2004년 전자현미경으로 촬영한 사진.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날 현재까지 영국 내 20건을 포함해 유럽과 미국, 호주, 이스라엘 등 12개국에서 92건의 감염과 28건의 감염 의심 사례가 보고됐다고 밝혔다. 로베르트 코흐 연구소 제공.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하지만 이번 사태가 WHO가 발령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비상사태인 PHEIC에 해당하는지에 대해 위원들 사이에 의견이 엇갈렸다고 전했다. 일부 위원들은 원숭이두창의 심각성에 대해 제기했지만 전체적으로는 아직까지 PHEIC 단계에 이르지는 않는다는 결론이 도출됐다는 것이다.  PHEIC는 WHO가 내릴 수 있는 최고 수준의 국제보건 대응 단계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COVID-19 코로나19)를 유발하는 사스코로나바이러스-2는 2020년 1월 유사한 회의 이후 PHEIC로 분류됐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이와 관련해 “긴급위원회 회의를 소집했다는 것 자체가 원숭이두창의 국제적 확산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상황을 반영한다”며 “원숭이두창은 진화하고 있는 보건적인 위협은 명백하다”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원숭이두창이 새로운 국가와 지역으로 빠르고 지속적인 확산하거나, 면역 저하자, 임신부, 아동을 포함한 취약 인구로 계속 전염이 일어날 위험성이 있어 우려된다”며 “감시와 접촉자 추적, 격리, 환자 치료 등 공중보건 조치들로 추가적인 확산을 막고 위험에 노출된 사람들에게 백신과 치료제 등을 공평히 제공하기 위해선 회원국들의 공동의 관심과 조직적인 행동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일부 전문가들은 원숭이두창이 단시간내 여러 명의 동성과 성접촉이 잦은 특성을 보이는 일부 남성 성소수자들을 중심으로 감염된 상황에 주목해 6월 이후 전세계에서 열리는 프라이드 퍼레이드(성소수자들 인권 증진 행사) 시기에 확산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원숭이두창은 천연두(두창)와 가까운 인수공통감염병이다. 바이러스 감염에 의한 급성 발열 발진성 질환으로, 주로 유증상 감염환자와의 밀접접촉을 통해 감염된다. 호흡기 전파도 가능하나 바이러스가 포함된 미세 에어로졸을 통한 공기전파는 흔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환자의 체액, 침(비말), 오염된 침구나 성관계 등 밀접 신체 접촉을 통해 전염될 수 있다. 이번 확산 과정에서는 지금까지 주로 남성과 성관계를 가진 남성에게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잠복기는 5~21일 정도다. 대체로 감염 후 2~4주 만에 회복하지만, 중증으로 진행될 수도 있다. 치명률은 바이러스 변종에 따라 차이가 있다. 어린이가 성인보다 더 증상이 심하며 임신 여성이 감염되면 사산 위험이 있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증세가 상대적으로 가벼운 ‘서아프리카형’은 치명률이 3.6%, 중증 진행 확률이 높은 ‘콩고형’은 10.6%로 나타났다. 코로나19 국내 치명률인 0.13%보다 훨씬 높다.유럽에서 발견된 것은 서아프리카형으로 파악된다.

중앙아프리카와 서아프리카 일부 국가의 풍토병으로 알려진 바이러스성 질환으로, 올해 5월 이후 미국, 유럽 등에서 갑자기 확산하고 있다. 22일 한국에서도 독일에서 전날 입국한 내국인이 원숭이두창 확진자로 처음 보고됐다. 

위원회는 이날 회의에서 원숭이 수두가 수십 년간 여러 아프리카 국가에서 유행했는데도 연구와 관심 및 자금 조달 측면에서 무시되어 왔다고 지적했다. 거브러여수스 사무총장은 이날 성명에서 “원숭이두창뿐 아니라 세계가 건강이 상호 연결된 명제임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줌에 따라 저소득 국가의 다른 방치된 질병에 대해서도 변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근태 기자 kunt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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