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 '최애' 뮤지컬 작곡가 프랭크 와일드혼 "BTS 뷔, '지킬 앤 하이드' 역도 해줬으면"

이강은 2022. 6. 26.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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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웃는 남자’ 공연 장면. EMK 뮤지컬 컴퍼니 제공
뮤지컬을 보지 않은 사람조차 한 번쯤은 들어봤을 ‘지금 이 순간(This is the Moment)’으로 유명한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등 주옥 같은 뮤지컬 넘버(노래)들을 숱하게 작곡한 프랭크 와일드혼(63). 2004년 ‘지킬 앤 하이드’ 국내 초연 이후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뮤지컬 작곡가’로 입지를 굳혀 온 와일드혼이 세계적 스타인 방탄소년단(BTS) 멤버인 뷔가 지킬앤하이드 역할을 해줬으면 한다는 바람을 피력했다. 지난 23일 방한 기자간담회에서다.

자신이 작곡한 작품 4편(‘웃는 남자’, ‘마타하리’, ‘데스노트’, ‘지킬 앤 하이드’)이 한국에서 동시에 공연되는 것을 기념해 3년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고 한 그는 “BTS 콘서트를 하기 전 뷔가 마이크 음향 테스트를 하면서 ‘지금 이 순간’을 부르는 게 유튜브에 떴는데 이를 본 지인 모두가 내게 ‘뷔를 캐스팅 해보라’고 하더라”며 이같이 밝혔다.  

와일드혼은 또 “장담하건대 머지않아 한국 창작 뮤지컬이 (본고장인) 런던과 뉴욕에서 공연되는 날이 올 것”이라며 한국 뮤지컬 잠재력을 높이 평가했다. 지금은 영국 런던 웨스트앤드와 미국 뉴욕 브로드웨이 등에서 만들어진 해외 유명 작품 판권을 사와 한국어로 번역해 공연하는 라이선스 뮤지컬이 많은데 반대로 우리나라 창작 뮤지컬이 외국에 수출돼 공연되는 날도 곧 올 것이란 얘기다.    

그는 “한국에 처음 왔던 18년 전과 달리 한국 뮤지컬계가 놀랍게 발전했다. 특히 (주·조연과 신인을 가리지 않고) 배우들의 음악성(노래)과 예술성(연기)은 세계 최고다. 한국에는 영혼을 담아 노래를 부르는 배우가 많다”며 “그런 배우들이 제 노래를 부르니 이보다 더 좋은 궁합은 없다”고 강조했다. 
프랭크 와일드혼
예컨대, 2018년 ‘웃는 남자’에 이어 4년 만에 세 번째 시즌 ‘웃는 남자’에서도 주인공 그윈플렌 역을 맡은 박효신에 대해 “‘국보’다. 목소리의 아름다움과 힘, 열정, 가사를 해석하는 능력이 있다”고 극찬했다. 그는 “박효신의 목소리를 (처음) 들었을 때 ‘와, 이런 목소리를 위해 작곡한다면 정말 재밌겠다’고 생각했다”며 “그를 위해 뮤지컬 ‘웃는 남자’에서 ‘모두의 세상’, ‘그 눈을 떠’, ‘웃는 남자’ 3개 넘버를 작곡했다”고 말했다. 박효신이 영어로 노래 부른다면 전 세계 어느 나라 가도 단번에 스타가 될 것이란 의견도 내놨다. 
그는 배우들뿐 아니라 연출이나 안무, 의상, 세트 디자인 등 뮤지컬 공연에 관여된 모든 부분에서 한국 뮤지컬계가 세계적 수준에 올라섰다고 덧붙였다. 
와일드혼은 한국 창작 뮤지컬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우선 과제로 “한국적이면서도 다른 나라 문화권 관객도 보고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찾아야 한다”며 스토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K팝과 영화 ‘기생충’, 넷플릭스 드라마 ‘오징어 게임’ 등이 성공한 것 역시 한국적이면서 외국인이 공감할 만한 요소를 갖췄기 때문이라고 했다.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공연 장면. 오디컴퍼니 제공
아버지가 6·25전쟁 참전 용사이기도 한 그는 “어렸을 때 아버지에게 ‘한국은 아름다운 나라’라고 많이 들었는데 그 당시는 어려서 잘 이해하지 못했다”며 “(18년 전) ‘지킬 앤 하이드’ 이후 한국 관객들과 연인 사이로 발전한 것 같다. 제 음악을 사랑해주는 한국 관객들께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그렇게 여길만 한 이유가 있다. 와일드혼은 “정식 음악교육을 받지 않고 재즈로 시작한 작곡가로서 한국 관객만 해도 매일 7000∼8000명가량이 자신의 작품을 즐길 정도로 대성공을 거둔 건 놀라운 일”이라며 “젊었을 때 미국 플로리다 해변에서 안전요원 아르바이트를 했던 내가 이렇게 될 줄 감히 상상할 수 없었다. 꿈만 같아서 ‘누군가가 이 꿈에서 나를 깨우지 않을까’ 생각할 때도 있다”고 웃었다. 

지금까지 작곡에 참여한 작품이 40개 정도로 뮤지컬마다 30곡가량 썼다고 하면 그가 만든 뮤지컬 노래만 1200곡에 달한다. 아무리 창작열이 높아도 쉽지 않은 작업이라 비결을 물었더니 와일드혼은 낚시에 빗대 설명했다. “작곡 안 된다고 스트레스 받는 스타일이 아닙니다. 언제나 굉장히 즐거운 모험이라고 생각해요. 작곡을 낚시에 비유할 때가 많은데, 낚시꾼은 (장비와 미끼를) 다 갖추고 낚시만 하면 되듯 나도 피아노 앞에 앉아 (음악적 영감)을 찾기만 하면 됩니다. 낚시가 잘 되면 대어가 잡히고, 그렇지 않을 땐 빈손으로 오는 것처럼 말이죠.”(웃음) 

이강은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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