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과 '훼손'이 공존하는 청와대의 '기묘한' 풍경
문화재청, 청와대 이용·대관 규정 6월12일부터 적용
새들의 지저귐 소리 사이로 날카로운 음성이 귀를 때렸다. 지난 17일 청와대 경내, 본관에서 녹지원으로 향하던 길에서 마주오던 장년층 남성이 바닥에 침을 뱉고 당당했다. 그는 일행 서너명과 함께 왁자지껄 웃으며 지나갔다.
인도를 벗어나 잔디 위로 올라가 전화통화를 하는 관람객도 있었다. 잔디를 밟은 발 바로 옆에 ‘꽃이 아파요. 들어가지 마세요’라고 쓰인 표지판이 있었다.
개방한지 41일, 청와대는 밀려든 인파의 웃음과 국가유산이 급속도로 훼손되는 현장이 공존하는, 기묘한 풍경이었다.
오버투어리즘과 훼손은 개방 첫날 이미 예고된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지난달 10일 청와대 정문이 열렸을 땐, 문화재청이 관리주체로 지정되지도 않은 상태였다. 관람존과 보호존이 정해지지도 않았다. 관람규칙도 없었다. 무질서가 당연했다.
정문이 열리자 통제를 받지 않은 관람객들은 마치 침략하듯 입장했고 점령하듯 경내에 퍼졌다. 돗자리와 김밥, 껍질이 나오는 과일을 가져온 사람이 많았고 아직 ‘점령’되지 않은 자리가 보이면 경쟁적으로 자리를 깔았다. 막걸리를 마시는 사람도 있었다. 나무에 올라가 앉는 사람들도 있었다. 그 나무가 어떤 수목인지, 천연기념물인지 아닌지, 어느 정치적 사건이나 외교의 역사를 가진 나무인지는 아무 설명도 없었고, 아무도 관심이 없어보였다. 문화재청이 대통령실로부터 지난달 23일 관리권한을 위임받은 뒤, 부랴부랴 만들어 공개한 훈령인 청와대 관람규칙 상으로는 모두 금지된 행위 및 소지품이다.
넷플릭스의 가수 비 예능프로그램 촬영을 앞둔 지난 17일 오전, 본관 앞 대정원에 무대시설이 청와대 대정원에 설치되고 있다. 촬영은 잔디보호매트를 깔고 진행됐으나 3일 후인 20일, 주말 새 문화재청 직원들이 일반 관람객을 맞이하기 위해 정비를 했음에도 불구하고 일부 땅이 파인 흔적들이 보인다. 대정원은 해외 정상이 한국에 왔을 때 환영행사를 하던 곳이다. 김예진 기자 |
이번 규정에 따르면 지난 17일 청와대 경내에서 진행된 해외 동영상서비스업체(OTT) 넷플릭스의 가수 비 예능프로그램 촬영이 아무 비용을 내지 않고 무료로 진행된 것과 같은 사례는, 향후에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하다.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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