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충신의 꽃·나무 카페>꽃양귀비-보훈의 상징, 경국지색 두 얼굴의 꽃
서양에서는 보훈의 상징…1차 대전 격전지 플랑드르 핀 양귀비 보고 지은 시에서 유래
동양에서는 경국지색 상징…당나라 현종 후궁 양옥환, 초패왕 부인 우희를 가리켜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길목에 가장 눈길을 끄는 꽃, 꽃양귀비꽃 또는 개양귀비꽃이다. 형용불가의 오묘한 색상 탓에 영혼을 홀리는 꽃,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이다. 꽃양귀비 피는 시기는 5월부터 7월이다. 낭창거리는 긴 꽃대궁 끝에 핀 품세는 가냘픈 듯하면서 항상 당당하고 기품이 넘쳐 염치와 인내, 겸손과 기백을 상징한다. 또 미낭(米囊)처럼 생긴 씨방은 씨앗을 가득 품어 ‘다산의 여왕’으로도 불린다.
서양에서는 보훈의 상징
양귀비는 동서양인의 사고를 읽는 척도가 되는 꽃이다. 서양에서는 ‘보훈의 상징’으로 여기지만 동양에서는 나라가 기울 정도의 미색, 경국지색(傾國之色)에 비유한다.
우리나라는 6월을 호국보훈의 달로 여기지만, 유럽에서는 11월 11일 현충일을 흔히 포피 데이(Poppy Day)라 부른다. 포피 데이 유래는 이렇다. 1차 세계대전 중이던 1915년 격전지였던 프랑스 북부의 플랑드르 들판에 피어난 양귀비꽃을 보고 캐나다군 의무장교 존 맥크레(John McCrae) 중령이 쓴 ‘플랑드르 들판에서(In Flanders Field)’라는 시에서 유래한다.
‘플랑드르 들판에 양귀비꽃이/십자가들 사이로 줄줄이 흔들리네,/그 자리가 우리가 누운 곳이라네’로 시작해 ‘만약 당신들이 죽은 우리와의 신의를 깬다면/우리는 잠들지 못할 것이라네, 양귀비꽃이 자라도/플랑드르 들판에서’로 끝난다.
이 시에 감명 받은 미국인 미첼이 처음 양귀비 꽃을 옷에 달자, 그녀의 동료 궤린이 양귀비꽃 조화를 만들어 판매하자는 제안을 했다. 영국의 조지 하우슨 경이 재향군인회에 공식 제안함으로써 양귀비꽃은 전사자를 추모하는 아이콘이 됐다. 그 후 양귀비꽃은 영국뿐 아니라 캐나다 아일랜드 호주 미국 등 많은 국가에서 공통으로 사용하는 가장 중요한 보훈의 상징이 됐다. 현충일을 전후해 양귀비꽃 조화를 패용하고 또 양귀비꽃을 전사자 묘지나 추모비에 바친다. 영국 재향군인회는 매년 11월 11일을 전후해 포피 어필(Poppy Appeal)이라 불리는 양귀비꽃 추모운동을 통해 전사자를 추모하고 기금을 조성한다.(김종성 저 ‘보훈의 역사와 문화’ 중 발췌)
동양은 경국지색, 절세 미녀
동양에서는 경국지색이다. 중국 당나라 현종의 후궁이었던 양옥환은 당시 중국 4대 미녀 중 한 사람으로 꼽혔다. 양옥환의 미색을 일컬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꽃 양귀비에 비유했다. 꽃양귀비를 우미인초 혹은 우미인 이라고도 부른다. 초한지의 초패왕 항우와 마지막을 함께 하며 자결한 최강 순애보의 주인공 우희가 우미인이다.
꽃양귀비는 품종에 따라 붉은색, 자주색, 노란색, 흰색, 주홍색 등이 있는데, 역시 주종은 붉은색이다. 꽃말도 여러가지 있으나 몽상, 환상, 덧없는 사랑 정도다. 온통 붉은빛으로 가득한 양귀비 꽃밭은 황홀과 유혹의 상념이 넘쳐 흐르는 장소다. 세상에 아름답지 않은 꽃은 없다. 꽃양귀비의 강렬한 색상은 가히 압도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진짜 양귀비와 꽃양귀비 구분법
양귀비는 크게 두 종류로 나뉜다. 진짜 양귀비의 학명은 ‘Papaver somniferum’. 줄기에 솜털 하나 없이 매끈하고 꽃 색깔도 정말 강렬하다. 양귀비는 마약 성분인 모르핀과 코데인을 담고 있다. 모르핀이나 코데인은 모두 진통 효과가 있어서 의약용으로 사용되기도 하지만 의약학에서 규정한 방식대로 제조하지 않을 경우 마약이 될 수도 있기 때문에 재배 자체를 금지한다. 우리가 꽃집에서 도시 거리에서 보는 양귀비는 꽃양귀비로,학명은‘Papaver rhoeas L’이다.
양귀비의 역사는 인류의 삶보다 훨씬 길다. 인간이 그것을 재배했다는 흔적은 기원전 3400년 전 메소포타미아 지역에서 발견됐고 이후 이란 등 주로 중동과 아프리카 지역에서 재배됐다. 관상용이기도 했겠지만 아마도 의약용으로 재배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꽃양귀비는 양귀비과, 양귀비속의 2년 살이 식물이다. 줄기에 고운 솜털이 있다는 점으로 마약 양귀비와 쉽게 구별된다. 꽃잎의 색깔도 상대적으로 부드러운 편이다.
정충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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