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롯데 이어 이번엔 LG..전기차 충전기 업체 '애플망고' 인수

LG전자가 지난 5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상업용 디스플레이 전시회 ISE 2022에서 선보인 전기차 충전기. LG전자 제공.

LG전자가 전기차 충전기 사업에 본격 진출한다. LG전자는 GS에너지·GS네오텍과 공동으로 국내 전기차 충전기 전문업체 ‘애플망고’의 지분을 인수하는 주식매매 계약을 체결했다고 26일 발표했다. LG전자는 애플망고 지분 60%를 확보했고, 이에 따라 애플망고는 LG전자의 자회사로 편입된다. GS에너지와 GS 네오텍은 각각 34%와 6%의 지분을 취득한다.

지난 2019년 설립된 애플망고는 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설치하는 100kW 급속 충전기와 주택·아파트·마트 등에 놓는 7kW 완속 충전기 등을 제조하는 업체이다. 특히 설치 편의성을 높인 슬림형 급속 충전기 설계에 필요한 독자 기술을 확보한 기업이라고 LG전자는 설명했다.

그동안 LG전자는 GS칼텍스의 미래형 주유소인 ‘에너지 플러스 허브’에 전기차 충전소 통합 관리 솔루션을 공급하는 등 관련 역량을 축적해왔다. LG전자는 “자체 연구개발을 통해 축적해온 충전 관제 기술에 더해 이번 인수로 충전기 개발 역량까지 확보하면서 소프트웨어와 하드웨어를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 공급업체로 발돋움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2020년 11월 서울 서초동에서 처음 선보인 GS칼텍스의 미래형 주유소 ‘에너지 플러스 허브’. LG전자는 이곳에 전기차 충전소 통합 관리 솔루션을 공급하는 등 관련 역량을 축적해왔다. LG전자가 자회사로 편입하는 전기차 충전기 제조업체 ‘애플망고’ 역시 GS계열사들이 지분 40%를 소유한다. GS칼텍스 제공.

이번 인수로 LG전자는 자동차 전기장치(전장) 사업에 더해 전기차 충전 사업까지 진출하며 전기차와 관련한 다양한 사업 포트폴리오를 구축하게 됐다. 그룹 내에선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사업과도 시너지를 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LG 외에도 앞서 SK와 롯데가 전기차 충전기 제조 사업에 뛰어들었다. SK그룹은 지난해 충전기 제조업체인 ‘시그넷EV(현 SK시그넷)’를 인수했고, 롯데정보통신도 올초 ‘중앙제어’를 사들여 자회사로 편입했다. 이처럼 대기업들이 전기차 충전기 시장에 잇따라 진출하는 건 전기차 수요 증대로 전기차 충전 시장 규모가 크게 확대될 것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전기차 충전 인프라 시장은 내년 550억 달러(약 70조원)에서 2030년 3250억 달러(410조원) 규모까지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도 2025년까지 전국 주유소·고속도로 휴게소 등에 급속 충전소를 1만2000개 설치하고, 아파트 등에 완속 충전기를 50만 기 이상으로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SK시그넷의 전기차 충전기. SK시그넷 제공.

대기업들의 충전 인프라 구축 경쟁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SK시그넷과 중앙제어 등은 그룹 내 계열사는 물론, 자동차제조업체 등 외부 업체들과 합종연횡하며 충전 인프라 경쟁을 벌이고 있다. 중앙제어를 인수한 롯데는 지난 4월 현대차그룹 등과 ‘전기차 초고속 충전 인프라 SPC(특수목적법인)’ 설립 추진을 위한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LG전자가 인수한 애플망고 지분의 40%를 GS그룹이 사들인 것도 같은 이유다. LG전자는 “다수의 충전소 운영 노하우는 물론이고, 충전기 사용 고객과의 접점을 대거 확보하고 있는 GS계열사와 공동 인수를 통해 전기차 충전 솔루션의 안정적인 공급처 및 지속가능한 성장 동력까지도 단숨에 확보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LG전자는 연내에 경기 평택의 LG 디지털 파크에 전기차 충전기 생산라인을 구축하고 가정·백화점·마트·호텔·공공기관 등의 고객을 대상으로 충전기 공급을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