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칫거리' 칡덩굴 제거해 한우의 조사료로 활용..1석2조
두 가지 문제가 있다. 하나는 전국 산림이 칡덩굴 등 온갖 덩굴식물로 뒤덮여가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코로나19 사태와 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영향으로 소에게 먹일 수입 조사료(건초나 짚처럼 양분이 적고 섬유질이 많은 사료) 가격이 급등하고 있는 것이다.
산림청과 전국한우협회가 이 두 가지 문제를 한꺼번에 풀기 위해 힘을 모은다. 두 기관은 골칫거리인 칡덩굴을 제거해 한우 농가의 조사료로 활용하는 사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26일 밝혔다.
산림청과 한우협회는 2021년 12월 ‘숲속 한우 농장 만들기 사업’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주요 협약 내용을 보면 산림 내 덩굴류을 제거하는 사업을 펼친 뒤 거기서 나오는 부산물을 사료화하는 것이다.
산림청은 지난 24일 강원 홍천군 국유림에서 한우협회·강원도·홍천군 관계자 등이 참가한 가운데 칡덩굴 등 덩굴식물을 제거하는 작업을 벌였다. 산림청과 한우협회는 제거된 칡덩굴 등 덩굴류를 소에게 먹일 조사료로 사용하기로 했다.
한우협회의 조사에 따르면 경북·강원지역에서 제거한 덩굴을 조사료로 사용하기를 원하는 농가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두 지역은 산림이 넓게 분포해 있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다. 산림청과 한우협회는 이들 지역을 중심으로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우리 산림이 덩굴식물로 인해 입는 피해는 심각하다. 지구온난화 속에 칡 등 온갖 덩굴식물이 왕성하게 자라나 숲을 뒤덮음으로써 나무와 풀 등 다른 식물이 제대로 자랄 수 없는 상황이 빚어지고 있다.
산림청이 2021년 7월 전국의 칡덩굴 등 덩굴류 분포 현황을 조사한 결과, 덩굴류로 피해를 입은 산림이 약 4만5000㏊(전체 산림면적 633만㏊)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별 덩굴식물 피해현황을 보면, 전남(2만125㏊), 경남(2788㏊) 등 남부지역에서 피해가 큰 것으로 조사됐다. 기후변화의 영향을 많이 받고 있는 제주(2106㏊) 지역의 덩굴류 피해 규모도 확대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163㏊), 부산(92㏊), 인천(623㏊), 대전(35㏊) 등 대도시 지역 산림 역시 덩굴류의 공격을 피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과거에는 칡 등 덩굴식물이 나무 생육이 어려운 계곡이나 산림 내 공한지, 햇빛에 지속적으로 노출되는 도로변 사면 등에서 주로 퍼졌다. 하지만, 요즘에는 애써 키운 조림지에서도 자주 발생, 피해를 일으킨다. 지난해 조림지의 덩굴식물 피해면적은 1만6679㏊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요즘 한우 등 소를 키우는 농가들은 치솟는 사료 가격 때문에 아우성이다. 수입 조사료의 경우 코로나19 팬더믹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에 따른 해상 운임 상승 등으로 인해 건초용 페스큐의 가격(5월 기준)이 t당 363.3달러로 전년 같은 시기 대비 20.6% 올랐다. 일부 수입 조사료는 40% 이상 오르기도 했다.국내산 대표 조사료인 이탈리안 라이그라스 역시 생산 비용 증가와 이상 기후에 따른 생산량 감소로 인해 가격(5월 기준)이 kg당 221원으로 전년 같은 시기 대비 20.8% 상승했다.
남태헌 산림청 차장은 “칡덩굴을 제거해 조사료로 사용하는 사업은 숲을 지키면서 농가에도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석이조의 사업”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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