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금보다 금리가 더 무서워..노도강 영끌족 속앓이
26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 서울 아파트 가격 변동률은 -0.03%로 지난주(-0.02%) 대비 낙폭이 커졌다. 25개 자치구 중 21곳이 하락했다. 상승과 보합은 각각 1곳과 3곳에 그쳤다. 특히 노원·도봉·강북구가 속한 강북권(-0.04%)의 내림세가 두드러졌다.
매매수급지수는 88.1로 집계됐다. 지난주(88.8)보다 0.7포인트 낮아졌다. 지난달 둘째 주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해 7주 연속 하락세를 기록한 것이다. 매매수급지수는 수요와 공급의 비중을 지수로 환산한 것이다. 이 지수가 기준선(100)보다 낮으면 집을 사려는 사람보다 팔려는 사람이 많다는 뜻이다.
권역별로 보면 노원·도봉·강북구가 속한 동북권이 83.3으로 지난주(84.3) 대비 1포인트 떨어졌다. 같은 기간 동남권(-0.6포인트), 서남권(-0.3포인트), 도심권(-0.6포인트), 서북권(-0.8포인트) 등과 비교해 낙폭이 컸다.
거래량도 눈에 띄게 줄었다. 최근 몇 년간 매수세가 몰려 부동산 가격이 급등했던 노원·도봉·강북구의 아파트 거래량은 1년 만에 반 토막 났다. 지난해 기준 노원·도봉·강북구 아파트 거래량은 6602건으로 전년(1만5213건)보다 56.60% 감소했다.
아파트 가격 하락 속도도 빠르다. 실제로 국토교통부 실거래가공개시스템에 따르면 노원구 월계동 풍림아이원 전용면적 84㎡는 지난 1일 9억2000만원에 계약서를 새로 썼다. 지난해 7월(10억5000만원)에 비해 1억3000만원 떨어진 것이다. 노원구 상계동 수락리버시티3단지 전용 84.81㎡는 지난달 21일 7억5000만원에 손바뀜됐다. 지난해 9월(8억2500만원)보다 7500만원 저렴해졌다.
도봉구 방학동 대상타운현대 전용 84㎡는 지난해 12월 신고가(10억2900만원)를 찍은 지 반년도 채 지나지 않은 지난달 4일 9억4000만원에 계약을 체결했다. 도봉구 창동 주공3단지아파트 전용 66.56㎡도 지난달 12일 7억2000만원에 팔렸다. 지난해 11월(8억9500만원)과 비교하면 1억7500만원이나 빠졌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다주택자들이 핵심 지역 주택을 남기고 외곽 주택을 정리하는 선택을 하면서 집값 하락세가 두드러진 것"이라며 "노도강의 경우 금액대가 상대적으로 저렴해 진입장벽이 낮은 편이어서 지난해 매수 움직임이 많았는데 최근 금리 상향과 대출 규제 등의 영향으로 압박을 받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지난해 아파트 매매시장의 큰 손이었던 청년층의 한숨도 짙어지는 모습이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 건수는 총 9만3784건이었다. 이 가운데 30대가 3만1372건(33.5%)을 매입했다. 서울 아파트 3채 중 1채를 30대가 사들인 것이다. 전통적인 부동산 매수층인 40대(2만5804건)와 50대(1만6428건)를 뛰어넘는 모습이었다.
하지만 올해 들어 부동산 시장 분위기가 바뀌고 있다. 다주택자의 절세 매물이 쌓이고, 금리가 연이어 상향 조정되면서 이자 부담이 가중됐다. 다음 달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자이언트스텝(한 번에 0.75%포인트 금리 인상)'과 한국은행의 '빅스텝(한 번에 0.0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이 커지면서 영끌족이 패닉에 빠지게 됐다.
재작년에 4억원을 대출받아 아파트를 구입했다는 직장인 A씨(36세)는 "상환할 능력이 되겠다는 계산이 나와 집을 샀는데 갑자기 금리가 치솟았다"며 "소득의 대부분이 빚을 갚는 데에 쓰이고 있다"고 호소했다. A씨의 주택담보대출 초기 월 이자 부담은 90만원가량이었다. 원금을 합쳐도 170만원 수준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200만원 넘게 지출하고 있다.
현재 시중은행의 주택담보대출 금리 상단은 연 7%를 넘어섰다.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7%를 넘어선 것은 2009년 이후 13년 만이다. 직방은 최근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연 7%에 도달한다면 서울 중형아파트 구매 시 대출금으로 한 달에 291만원씩 갚아야 한다는 분석을 내놨다. 올해 연말까지 주택담보대출 금리가 8%에 도달할 것이라는 전망도 제기됐다.
이처럼 청년층의 부채 부실 우려가 커지면서 금융당국도 은행권에 대출금리 인상 속도 완화를 주문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최근 은행장들과 만나 "금리를 보다 합리적인 기준과 절차에 따라 산정·운영할 필요가 있다"며 "대출 금리를 인상할 때 연체가 우려되는 차주에 대해서는 은행이 저금리대출로 전환해 주거나 금리 조정 폭과 속도를 완화해 주는 방안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가람 매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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