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 일본인을 '바보'라고 부른 용감한 물고기
[편집자주] 알고 먹으면 더 맛있는 우리 수산물. 시즌2로 돌아왔습니다
"으윽, 이게 뭐야"
어린 적 아버지를 따라 나선 민물낚시. 낚시라고 하면 붕어와 잉어같이 '물고기답게' 생긴 것들만 상상하던 차에 괴물같이 생긴 물고기가 낚시대를 타고 올라왔다. 마치 개구리 같이 끈적거릴 것 같은 피부에 납작하게 눌린 머리, 길게 난 수염. 거기에 "빠각, 빠각"하며 괴기스런 소리까지 내는 물고기를 보며 눈살이 절로 찌푸려지기 십상이었다. 일명 빠가사리, '동자개'의 첫인상은 그만큼 강렬했다.
동자개는 '동자개과'에 속하는 담수(민물)어종으로 전 세계적으로 27개 속 약 205종이 있다. 우리나라에는 △동자개△눈동자개 △꼬치동자개 등 3종류가 서식한다. 주로 아시아 대륙과 아프리카 일부 지역 내수면에 분포돼 있으며 전체적으로 노란색(담황색)을 띠는 탓에 'yellow catfish'로도 불린다.
동자개는 낚시꾼들 사이에선 '빠가사리'라는 이름으로 더 친숙하다. '빠가사리'라는 이름은 일제 강점기 일본인들이 동자개를 잡으면 동자개가 가슴지느러미를 마찰하면서 내는 "빠각, 빠각"하는 소리를 불쾌하게 여겼다고 한 데서 유래했다는 설이 가장 유명하다.
동자개가 내는 소리가 일본어 '바카(バカ·바보)'와 비슷한 탓에 일본인들은 동자개를 잡으면 모두 풀어줬고, 우리나라 사람들은 동자개를 잡아 '빠가'라고 부르며 간접적으로 조롱했다는 일화다. 그밖의 이름을 살펴보면 동의보감에는 '황상어', 난호어목지와 전어지에는 '자가사리'로 기록돼 있다. 일부지역에선 △황자개 △황빠가 △황어 등으로도 불린다.
동자개는 머리가 위아래로 납작하고 몸도 좌우로 납작한 모습이 특징이다. 눈은 머리 위쪽에 모여 있고 입가에 4쌍의 수염이 있다. 메기와 같이 몸에 비늘이 없다. 등지느러미와 가슴지느러미에 강한 가시를 갖고 있다. 이 가시는 적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세울 수 있는데 한 번 가시를 세우면 인위적으로 눕히기가 어렵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주요 서식지역은 남서해안으로 유입되는 하천이다. △임진강 △한강 △금강 △만경강 △영상강 △섬진강 중·하류지역 60cm수심에 유속이 조금 느린 지역을 선호한다. 낮엔 수초와 모래가 많은 은신처에서 숨어있다가 밤에 활동하는 습성이 있다. 붕어말이나 마름 등 수초가 무성한 곳에 수컷이 산란구멍을 만들고 암컷이 알을 낳으면 수컷은 부화 후 먹이활동을 할 때까지 새끼를 보호하는 부성애가 강한 것도 특징이다.
특히 외부의 소음과 충격에 민감한데, 스트레스가 곧바로 동자개의 성장과 건강에 영향을 미친다. 새의 분뇨가 동자개 피부에 접촉해 발생하는 질병은 대량 폐사의 원인이기도 하다. 이 때문에 최근에는 건물 내부에서 콘크리트나 플라스틱으로 수조를 만들어 동자개를 양식한다.
동자개는 대표적인 토속어종으로 오랜 기간 식용으로 활용됐다. 동의보감에서는 동자개(황상어)에 대해 '부종을 내리고 소변줄기가 약할때 매우 효능이 좋으며 결핵으로 인한 임파선염에 피마자와 참기름을 섞어 환부에 바르면 효과가 좋다'고 기록했다. 거부감 있는 생김새와 달리 맛이 좋아서 조선시대 경기 지방의 진상품 목록에 포함됐으며 세종대왕 수라상에 '참게와 동자개가 들어간 매운탕이 올라갔다'는 기록도 있다.
동자개는 잔가지와 비늘이 없어 주로 매운탕으로 먹는다. 다른 어종과 달리 내장만 제거하고 통으로 매운탕을 끓일 수 있는 것도 특징이다. 단백질과 칼슘, 인, 마그네슘 등 미네랄 함량이 높은 고급어종이다. 해독과 살균, 숙취해소 등에 효과가 탁월하다고 한다. 일부 지역에선 어죽과 찜으로도 활용하기도 한다.
감수 = 임재현 국립수산과학원 중앙내수면연구소 해양수산연구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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