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홍수의 삼라만상 71] 반가운 촌가 벽에 걸려있는 시래기

정리=박명기 기자 2022. 6. 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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냉장고에 얼려둔 무청 시래기를 냉동실 바닥에서 발견했다.

올 봄 시장에서 파는 말린 무청을 불려 박박 씻고 문질러 한 번씩 시래기 된장국을 해 먹으려고 짜서 주먹 크기로 보관해 둔 것인데 두 개가 바닥에 숨어 있던 것이다.

한겨울 말려 봄부터 여름까지 한 해의 가난했던 시절 밥상에 올려 먹던 시래기를 오늘은 끓여 짜내고 묻히고 국까지 끓여 말아 먹는 생각에 벌써 시장기가 맴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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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근한 농가의 풍경에 시래기 끓이는 유년 시절 할머니의 모습 그립다

 

냉장고에 얼려둔 무청 시래기를 냉동실 바닥에서 발견했다. 올 봄 시장에서 파는 말린 무청을 불려 박박 씻고 문질러 한 번씩 시래기 된장국을 해 먹으려고 짜서 주먹 크기로 보관해 둔 것인데 두 개가 바닥에 숨어 있던 것이다. 

이 놈을 녹여 불리고 짜서 10년 묵은 된장을 넣고 시래기 된장국을 끓여야겠다. 홍성에서 형님이 보내 주신 쌀로 밥을 해서 말아 먹을 생각에 벌써부터 침이 고인다.

요즘 부쩍 식재료에 관심도 많아졌다. 시래기국을 생각하니 어린 시절 한 겨울 어머니가 담벼락에 말려 걸어둔 시래기가 있는 풍경이 떠오른다. 

언젠가 강원도 민둥산에서 하룻밤을 지내고 내려오는 길에 촌가 벽에 걸려있는 시래기 뭉치를 발견했다. 농가 벽에 볏집으로 엮어 만든 새끼 줄로 엮어 말린 시래기를 사진으로 찍으며 푸근한 농가의 풍경에 시래기 끓이는 유년 시절 할머니의 모습을 상상하니 이내 군침이 돌았다.

요즘은 집에서 시래기를 무치거나 국으로 끓여먹는 주부들이 생각만큼 많지 않은 것 같다. 시래기는 보관이 오래가고 냉동해 놓으면 바로 끓여먹는 비타민과 영양이 풍부한데 음식을 하는 주부들은 식구들을 위해 한 번쯤 만들어보면 이보다 쉬운 요리는 없는데 말이다.

한겨울 말려 봄부터 여름까지 한 해의 가난했던 시절 밥상에 올려 먹던 시래기를 오늘은 끓여 짜내고 묻히고 국까지 끓여 말아 먹는 생각에 벌써 시장기가 맴돌기 시작했다.

글쓴이=주홍수 애니메이션 감독-만화가 sisi9000@naver.com

주홍수 감독은?

30년 넘게 애니메이터로 만화가로 활동을 해왔다. 현재 자신의 원작 OTT 애니메이션 '알래스카'를 영화사 '수작'과 공동으로 제작 중이며 여러 작품을 기획 중이다. 그림과 글과 엮어낸 산문집 '토닥토닥 쓰담쓰담'을 2022년 1월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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