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리호에 핵탄두 넣으면 ICBM 될까.."기반 같을 뿐 완전히 달라"

문다영 2022. 6. 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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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BM 핵심 기술은 '대기권 재진입'..열 차폐·정밀 자세 제어 기술 요구돼

(서울=연합뉴스) 문다영 기자 =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II)가 발사에 성공하면서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의 연관성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온라인상에서는 누리호 위성 덮개(페어링) 안에 위성 대신 핵탄두를 넣으면 ICBM이 되느냐는 물음도 자주 눈에 띈다.

역사적으로도 ICBM과 위성발사체는 비슷한 시기에 개발됐으며, 로켓 엔진과 단 분리 등 대부분의 기반 기술이 같은 것은 맞다.

하지만 핵심 기술과 설계, 사용 목적이 달라 호환될 수 없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설명이다.

발사 성공하는 누리호 (여수=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국내 독자 기술로 개발된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가 21일 오후 전남 고흥군 나로우주센터에서 2차 발사되고 있다. 이날 누리호는 성능검증 위성과 위성 모사체 분리를 성공적으로 마치면서 세계 7번째로 1톤(t) 이상의 실용적인공위성을 우주 발사체에 실어 자체 기술로 쏘아올린 우주 강국 반열에 올랐다. 2022.6.21 yatoya@yna.co.kr

ICBM 핵심 기술은 '대기권 재진입'…"누리호 기술과 천양지차"

26일 전문가들이 공통적으로 꼽은 위성발사체와 ICBM의 가장 큰 차이점은 '대기권 재진입' 기술 여부다.

위성발사체는 목표 고도에 위성을 올려두면 임무를 마치지만, ICBM은 목표물 타격을 위해 다시 지상으로 내려와야 한다. 전혀 다른 목적으로 쏘아 올려지기 때문에 궤적이 다른 것이다.

위성발사체는 초기에 수직으로 상승하다가 점점 지구 곡면과 평행한 궤적으로 가속한 뒤 위성을 분리한다.

이때 발사체는 위성이 지구의 중력에 이끌려 떨어지지 않도록 정확한 궤도 속도를 확보해야 한다.

누리호의 경우 700㎞ 고도에서 초속 7.5㎞의 속도를 확보해야 하는데, 1차 발사 때 목표 속도에 도달하지 못해 위성모사체가 추락하고 말았다.

반면 ICBM은 고추력의 엔진을 활용해 위성보다 높은 고도로 탄두를 들어 올린 뒤, 최고 고도에서 엔진을 정지하고 지상 위의 목표 대상까지 떨어진다.

장영근 한국항공대 항공우주기계공학부 교수는 "탑재 위성의 최대 고도는 임무 및 요구되는 궤도 변수에 따라 400∼700㎞ 정도"라며 "1만㎞의 사거리를 가지는 ICBM은 최소에너지 궤적에서 1천㎞ 이상의 최고 고도에 올라가야 한다"고 말했다.

또, 낙하하는 ICBM의 비행체와 탄두는 대기와의 마찰에서 발생하는 엄청난 열과 공기저항을 이겨내고 목표 지점으로 정확하게 향해야 한다.

따라서 열차폐막(Heat Shield)을 위한 특수한 소재 개발과 재진입 방향 제어를 위한 정밀유도제어기술 등이 핵심기술로 요구된다.

김종암 서울대 항공우주공학과 교수(한국항공우주학회장)는 "위성발사체가 원하는 고도에 올라갈 때와 ICBM이 낙하할 때 필요한 자세 제어 기술은 완전히 다르다. 천양지차다"며 "비행체가 낙하할 때의 주변 공기흐름과 중량, 저항 등을 정확히 알고 계산해야 한다"고 했다.

장영순 항우연 발사체체계개발본부장도 "누리호의 페어링이 탄소복합재이고 겉에 단열재 코팅이 되어있지만, (대기권으로) 되돌아갈 때 견디는 수준이 아니다"며 "(ICBM은) 엄청난 속도에서 탄두를 분리하고 목표를 맞춰야 해 (누리호와는) 완전히 다른 얘기다"고 말했다.

누리호 2단 점화 (서울=연합뉴스) 한국형 발사체 누리호(KSLV-Ⅱ)에 실린 성능검증위성과 위성 모사체가 21일 2차 발사에서 궤도에 안착했다. 대한민국은 이로써 세계 7번째로 1톤(t) 이상인 실용적 규모의 인공위성을 우주 발사체에 실어 자체 기술로 쏘아올린 우주 강국의 반열에 올랐다. 누리호는 이날 오후 4시에 발사돼 성능검증 위성과 위성 모사체 분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 사진은 누리호에 달려있던 카메라에 찍힌 1단 분리와 2단 점화 장면 영상을 캡쳐한 것이다. 2022.6.21 [한국항공우주연구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photo@yna.co.kr

누리호는 액체추진 발사체…군사적 목적에 적합하지 않아

군사적 목적의 미사일에 누리호처럼 극저온으로 된 액체 연료와 추진제가 필요한 발사체를 쓰는 것이 적합하지 않은 측면도 있다.

액체 연료 발사체는 고체 연료와 비교해 효율이 높다는 장점이 있지만 복잡한 구조로 설계돼 있어 발사 전 점검과 준비에 오랜 시간이 걸린다. 또 연료와 산화제가 액체산소, 액체수소 등 극저온이라 실온에서 쉽게 기화하기 때문에 발사 당일에 장시간에 걸쳐 주입해야 한다.

누리호만 보더라도 조립동에서 발사대로 이송해 점검을 마치고 발사하는 데 이틀이 걸렸다.

반면, ICBM에 주로 쓰이는 고체 연료는 보관이 용이하고 비용도 적게 들며 필요할 때 신속하게 사용할 수 있다.

이형진 인하대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무기 시스템이라는 것은 필요할 때 바로 쓸 수 있어야 하니 고체 연료가 선호된다"며 "고체 연료는 미리 만들어 두고 갖고 있다가 쓰고 싶을 때 점화시켜 바로 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도 "일반적으로 액체연료 및 액체 산화제는 발사 직전에 주입해야 하고, 주입 시간이 비교적 오래 걸리기 때문에 상대방의 감시정찰자산에 포착될 가능성이 높다"며 전시에 사용하기 적합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한편, 우리 군에서는 고체연료 기반 발사체 사용을 제한해온 '한미 미사일 지침'이 작년 5월 한미정상회담을 계기로 종료되면서 관련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지난 3월에는 순수 우리 기술로 개발한 고체 추진 우주발사체'의 첫 시험발사가 성공했다.

개발이 완료되면 소형위성 또는 다수의 초소형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투입할 수 있어, 누리호와 더불어 국내 우주산업 활성화를 견인하는 또 다른 축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그래픽] 우주발사체 고체 - 액체 추진기관 비교 bjbin@yna.co.kr 페이스북 tuney.kr/LeYN1 트위터 @yonhap_graphics

zer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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