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주류의 반란'..고전 애니·브로맨스·서브컬쳐 '차트 점령' 왜?

윤현성 입력 2022. 6. 26. 0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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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사내용 요약
웨이브, 아톰 등 고전 애니 독점 공개…"과거 추억 효과 커"
왓챠, '시맨틱 에러' 등 브로맨스 선점…확실한 타겟층 노린다
게임도 '마이너 장르' 강세…'우마무스메', 양대 앱마켓 인기 1위
"끊임없는 콘텐츠 갈증, 소외 장르까지 영향…접근성도 높아져"

지난 24일부터 웨이브에서 독점 제공되는 테즈카 오사무의 대표작 '우주소년 아톰'과 '밀림의 왕자 레오' 포스터. (사진제공=미디어캐슬)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윤현성 기자 = '비주류'의 역습이다. 최근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 게임 등 콘텐츠 시장에서 다소 소외되어 있던 장르들이 전면으로 등장하고 있다. 브로맨스, 고전 애니메이션, 일본풍 서브컬쳐 게임 등 마이너 장르들이 예상을 뛰어넘는 인기를 얻으며 새로운 블루오션으로 부상하고 있다.

'고전 애니 명작' 끌어오는 웨이브…'카드캡터 체리'·'슬램덩크' 흥행 이어 '아톰'까지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OTT의 대표 주자인 '웨이브'는 전날부터 일본의 전설적인 만화가 테즈카 오사무의 작품 약 25편을 선보였다. 가장 대표적인 '우주소년 아톰'을 비롯해 '밀림의 왕자 레오', '블랙 잭', '리본의 기사' 등 1970~80년대 선풍적인 인기를 얻었던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독점 제공하게 됐다.

웨이브의 이같은 전략은 앞서 선보였던 '레트로 애니'의 성공 사례에 힘입은 것으로 보인다.

웨이브 관계자에 따르면 테즈카 오사무 작품 전에 독점 공개된 '카드캡터 체리'는 공개와 동시에 애니메이션 부문 차트 톱3에 이름을 올렸다. 그 이후에도 한 달 동안 순위 1~2위를 차지하며 '귀멸의 칼날', '진격의 거인' 등 최신 작품들과 견줘 경쟁력이 뒤쳐지지 않았다.

이외에도 '슬램덩크 리마스터링', '드래곤볼', '포켓몬스터', '짱구는 못말려' 시리즈 등 레트로 애니메이션들이 성인층에서까지 많은 인기를 끌었다는 설명이다. 포켓몬스터의 경우 '포켓몬 빵'의 선풍적 인기의 영향으로 최근 시청 시간이 약 3배나 급등했고, 슬램덩크와 드래곤볼은 상시 톱5에 이름을 올리는 등 '스테디셀러'가 된 지 오래다.

이 관계자는 "추억의 애니메이션 등을 찾는 수요층이 확실히 있는 편이다. 어린이들 뿐만 아니라 과거에 봤었던 어른들이 같이 보면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며 "애니메이션 CP(콘텐츠 제공자)들과 지금도 계속 협의하면서 과거 작품 중 괜찮은 것들을 입수하는 작업을 진행 중이다. 단순 공개만이 아니라 콜라보 등도 진행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왓챠, 더 생소한 '브로맨스'로 차별화…'시맨틱 에러' 등 인기 차트 상위권 점령

RPG가 점령한 게임 시장에 日 서브컬쳐 상륙…'우마무스메' 출시 직후부터 약진

또 다른 토종 OTT인 왓챠는 고전 애니보다도 더 마이너한 '브로맨스 장르'에 집중하고 있다. 브로맨스 장르는 일부 이용자들에게는 생소함을 넘어 거부감까지 줄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타깃층이 명확한 만큼 확실한 성과를 낳고 있다.

웹소설 플랫폼 리디의 '시맨틱 에러'를 원작으로 한 동명의 왓챠 오리지널 작품이 지난 2월 첫 공개된 이후 3개월 가까이 왓챠 톱10의 1위 자리를 수성한 것이 대표적이다. .

시맨틱 에러 뿐만이 아니다. 왓챠 인기작 상위권에 이름을 올리고 있는 '수업중입니다', 지난달 왓챠 독점작으로 공개된 웹툰 원작의 '춘정지란', 시멘틱 에러와 같이 리디 웹소설을 원작으로 드라마화를 앞두고 있는 '신입사원' 등 브로맨스 장르 작품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

왓챠의 이같은 틈새 공략은 콘텐츠가 범람하는 상황에서 확실한 차별화를 통해 입지를 다지려는 것으로 읽힌다. 브로맨스 장르 등으로 명확한 타깃층을 겨냥하겠다는 것.

박태훈 왓챠 대표는 올해 2월 열린 '2022년 왓챠 미디어데이'에서 "다양성을 극대화해 개인의 취향을 충족시키는 게 해외 시장에서도 경쟁력 있는 왓챠만의 차별성"이라고 강조한 바 있다.

이같은 '비주류 강세' 현상은 OTT업계에서만 일어나는 것이 아니다. 주로 AOS(온라인 배틀게임), MMORPG(온라인 역할수행게임), FPS(1인칭 슈팅 게임) 등의 장르가 주류인 게임 업계에 일본에서 찾아온 '미소녀 게임'의 약진이 두드러지고 있다.

일본 시장에서 1년 넘게 매출 1위를 차지한 '우마무스메 프리티 더비'는 지난 20일 카카오게임즈를 통해 한국에서 정식 서비스를 시작했다. 우마무스메는 국내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뒤 하루 만에 구글플레이와 애플 앱스토어에서 인기 순위 1위를 달성했다. 매출 순위도 양대 앱마켓에서 모두 1~5위를 오가는 중이다.

우마무스메는 실존하는 경주마의 이름과 영혼을 이어받은 캐릭터를 육성하고, 레이스에서 승리하는 것을 목표로 경쟁하는 일종의 육성 시뮬레이션 게임이다. 다만 이 경주마들이 실제 말의 형상이 아니라 '미소녀 캐릭터'로 표현됐다는 점에서 서브컬쳐 장르로 분류될 수 있다.

리니지M, 오딘: 발할라 라이징, 리니지W, 리니지2M 등이 매출 상위권을 놓치지 않는 데서 알 수 있듯 우마무스메가 속한 모바일게임 시장은 MMORPG 장르가 지배해왔다. 특히 최근 상위권에 올라서는 데 성공한 신작 게임은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디아블로 이모탈' 등 강력한 IP(지식재산)를 등에 업은 작품들이다. 이런 상황에서 생소한 서브컬쳐 장르가 기존 모바일 게임흥행 공식을 깨뜨리고 있는 셈이다.

[사진=카카오게임즈] *재판매 및 DB 금지

전문가들은 이같은 비주류의 약진 현상의 원인에 대해 "새로운 콘텐츠에 대한 갈증으로 인해 마이너 장르를 향한 시선이 늘어나는 영향이 적지 않다"고 분석했다. 비주류 장르가 떠오르는 이유는 매우 복합적이지만, 기존 인기 장르의 되풀이로 인해 그에 대한 권태가 커지며 낯선 장르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졌다는 설명이다.

김헌식 대중문화 평론가는 "OTT 등을 기준으로 보면 워낙 경쟁자들이 많아지면서 마이너 콘텐츠도 적극적으로 확보하는 추세에 있다. 또 기존에 인터넷에 산재돼있던 마이너 콘텐츠들이 OTT라는 하나의 플랫폼으로 결집되는 영향도 있다"며 "기존 인기 장르들에 대한 지겨움도 없지 않다.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갈구하는 소비자층 입장에서는 기존에 눈을 돌리지 않던 마이너 장르에까지 관심을 갖게 되는 일종의 확장 현상이 일어난 셈"이라고 설명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hsyh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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