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0원' VS '0원' 최저임금 전쟁
최저임금 논의가 한창이다. 최저임금위원회는 지난 23일 오후 세종시 정부세종청사 회의실에서 제6차 전원회의를 진행했다.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회의에서 사용자위원은 내년 최저임금을 올해 수준으로 동결할 것을 제시했고, 근로자위원은 올해 최저임금인 시급 9160원보다 1730원 인상한 시간당 1만890원을 요구했다.
■물가는 오르고 임금은 제자리
지난 3월 이후 연일 기름값이 치솟아 2000원대를 넘은지 석 달째지만 진정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웬만한 식당의 밥값 역시 8~9000원을 훌쩍 넘는다. 실제로 통계청에서 제공한 소비자물가지수를 살펴보면 2022년 5월 기준, 물가상승률이 5%대에 다다르고 있다. 대부분의 물가가 오르는 상황에서 정작 근로자의 임금만 제자리에 멈춰 있다.
효자동에 사는 2인 가구 황 모 씨(33)는 “보통 4만~5만원이면 가득 넣을 수 있었던 경차를 타고 다녔는데 요즘엔 6만~7만원 정도가 들어 왠만한 거리는 걸어다니고 있고, 일주일에 한번 마트에서 식재료 등 장을 보는 데 평소와 비슷하게 구매해도 2만~3만원 정도 더 비용이 나온다”며 월급이 그대로인데 반해 월 생활비가 10만~20만원 정도 더 드는 상황이라고 했다.
■6월 28일 7차 전원회의 예정
이런 상황에서 최저임금위원회의 최저임금 결정이 주목되고 있다. 최저임금은 최저임금법에 따라 매년 3월 31일까지 고용노동부장관이 다음 연도 최저임금 심의를 최저임금위원회에 요청해야하며, 최저임금위원회는 심의 요청을 받은 날로부터 90일 이내에 고용노동부장관에게 최저임금안을 제출해야한다. 보통 매년 4월쯤 최저임금위원회가 개최돼 그해 7월쯤 다음 연도 최저임금이 결정된다.
현재 최저임금위원회 전원회의가 6차례 열렸으며 근로자위원과 사용자위원의 요구안이 달라 대립 중에 있다. 최저임금위원회는 공익위원 9인, 근로자위원 9인, 사용자위원 9인, 특별위원 3인으로 구성된다. 특별위원은 의결권이 없고, 현재 근로자위원은 1730원 인상한 1만890원, 사용자위원은 동결을 주장하고 있어 사실상 공익위원이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는 상황이다. 최저임금위원회 박준식(한림대 사회학과 교수)위원장에 따르면 7차 전원회의가 오는 28일쯤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최저임금안을 제출해야하는 시기가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 이후 2~3차례 전원회의를 통해 최저임금이 확정될 전망이다.
■최저임금의 ‘본래 취지’ 퇴색
최저임금제도는 국가가 저임금 노동자를 보호하기 위해 노·사간 임금결정과정에 개입해 매년 물가상승률 등을 반영한 최저임금을 결정, 사용자가 이 수준 ‘이상’의 임금을 노동자에게 지급하도록 법으로 강제하는 제도이다.
다시 말해 임금을 받는 노동자가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임금을 법적으로 보장하는 제도이다. 하지만 현실은 법으로 제한한 최‘저’임금이 최‘고’임금이 돼 ‘최저임금만 주면 된다’는 인식이 강하다. 매년 열리는 최저임금위원회는 노동조합이나, 사내제도가 잘 갖춰져 임금협상을 제대로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닌 노동자 또는 비정규직들에겐 커다란 임금협상이나 다름없는 상황이다.
지난 5월 국회에서 개최된 ‘최저임금 핵심 결정 기준으로 생계비 재조명 토론회’에서 이정아 고용정보원 부연구위원이 제시한 적정생계비 규모를 보면 △1인 가구 235만4000원 △2인 가구 371만6000원 △3인 가구 527만8000원 △4인 가구 633만6000원이다. 임금노동자 가구의 경상소득 대비 근로소득 평균 비율과 물가상승률을 고려해 계산됐다. 이 위원은 이에 근거한 2023년 최저임금으로 1만1860원(월 247만9000원)을 제안한 바 있다. 적정생계비의 83.7%를 충족하는 수준이다.
현재 최저임금위원회에서 근로자위원이 주장하는 1만890원은 이 위원의 제안을 바탕으로 소상공인 임금지급 능력 등을 고려한 것이다. 하지만 사용자위원은 ‘동결’을 주장하며 최저임금제도의 본래 취지를 퇴색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최저임금은 노동자의 생계비 중심으로 다뤄져야
노동인권 강사로도 활동하고 있는 최여울 노무사는 “중·고교 노동인권교육을 할 때 최저임금을 설명하면서 답답한 부분이 많다”며 “소상공인과 저임금노동자들을 대립하는 상황으로 몰고 가며 최저임금이 논의될 때마다 임금노동자의 생계비가 가장 중요하게 다뤄져야함에도 불구하고, 임금지불능력이 충분한 대다수의 사용주가 아닌 상황이 어려운 소상공인만을 내세워 최저임금 인상이 사회악인 것처럼 여기지는 것이 문제”라며 최저임금은 임금노동자의 생계비 중심으로, 소상공인 지원방안은 카드수수료·임대료 등의 다른 문제로 다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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