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이팩, 캔 생수 나왔다..사먹는 물 '탈 플라스틱' 가능할까

편광현 2022. 6. 26.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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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레기사용설명서] 10회
지난 1월 국내 한 생수 제조 기업에서 화학적 방법으로 반복 재활용이 가능한 페트병을 개발했다고 밝혔다. 사진 산수음료

■ 쓰레기사용설명서는...

「 "쓰레기 함부로 버리지 마라. 다시 보면 보물이니"
기후변화의 시대, 쓰레기는 더 이상 단순한 폐기물이 아니라 재활용·자원화의 중요한 소재입니다. 중앙일보 환경 담당 기자들이 전하는 쓰레기의 모든 것. 나와 지구를 사랑하는 '제로웨이스트' 세대에게 필요한 정보를 직접 따져보고 알려드립니다.

대형마트, 편의점 등에 잔뜩 쌓여있는 생수 제품은 99% '페트(PET)' 소재다. 탄산음료나 술 같은 다른 음료는 캔이나 유리병으로 나오는데, 유독 생수는 페트병만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엔 이유가 있다. 페트병이 가볍고 튼튼하다는 게 가장 크다. 생산 단가가 저렴해 기업에 유리하고, 투명하게 비치는 물이 깨끗한지 확인할 수 있어 소비자도 선호한다. 하지만 연간 120억개에 달하는 플라스틱 쓰레기가 쏟아지는 게 문제다. 플라스틱은 잘 썩지도 않고 만들 때 탄소도 많이 배출한다.

이 때문에 최근 생수 시장에선 플라스틱을 대체해 새로운 용기를 만드려는 시도가 이어진다. 캔에 생수를 담은 프리미엄 제품이 출시돼 주목을 받거나, 종이팩 생수가 나오기도 했다. 2년 전에는 정부가 나서 편의점 내 모든 생수를 유리병으로 대체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외국에서도 국내보다 앞서 캔·팩·유리병 생수가 등장했지만, 여전히 플라스틱 생수병이 가장 흔하다. 과연 생수 시장의 탈(脫) 플라스틱은 가능할까? 환경을 지키기 위해선 생수병이 어떤 소재로 만들어져야하는지 따져봤다.


캔에 담긴 생수 없는 이유는 '재활용 품질'


펩시의 생수 브랜드 ‘아쿠아피나’의 캔 생수. 홈페이지 캡처
지난달 캔에 생수를 담아 팔겠다는 기업이 국내서 처음 등장했다. 페트병 대신 재활용률이 10배 높은 알루미늄 캔을 사용해 환경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한다. 캔 생수 기업 이그니스에 따르면 버려진 캔은 약 60일 만에 새로운 캔으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페트병만큼 가볍고 내구성이 강한 데다, 여닫을 수 있는 별도 뚜껑까지 있어 소비자 편의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국내 알루미늄 캔 재활용 비율은 80% 이상이다. 7%대인 플라스틱보다 훨씬 높다. 알루미늄 캔은 고온에서 녹여 알루미늄 제품으로 다시 쓰인다. 이 과정에서 버려진 캔에 묻은 각종 불순물이나 오염 물질이 모두 연소하기 때문에 재활용이 쉬운 편이다. 이론적으로 제대로 모이기만 한다면 버려진 캔이 다시 새 캔이 되는 '무한 반복' 재활용이 가능하다. 독일 등에선 일회용 캔 무인회수기가 별도로 있을 정도다.

이론적으로는 친환경에 가깝지만, 재활용 품질이 낮은 게 장애물이다. 자원순환업계에 따르면 국내에서 재활용되는 알루미늄 캔의 약 70%는 녹인 금속 안에 있는 산소를 제거하는 폐산제로만 쓴다. 폐산제는 한 번 사용한 이후엔 다시 재활용되기 어려운 제품이다. 결국 캔 100개가 버려졌다면 이 중 30개 미만만 다시 새생명을 얻기 때문에 필요한 만큼 캔을 또 생산해야 한다.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장은 "알루미늄 캔을 알루미늄 캔으로 재활용하는 '캔 투 캔'(can to can)에 정책 지원을 해줘야 한다. 그렇지 않고선 탄소를 배출하면서 새 캔을 계속 만들 수밖에 없으니 효율이 떨어진다"고 말했다.


종이도 재활용 한계, 유리는 기업·소비자 반발


지난해 12월 환경단체 회원들이 종이팩 재활용 체계 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뉴스1
또 다른 생수 용기 후보는 종이팩이다. 지난해 한 협동조합에서 멸균 종이팩에 생수를 담아 출시하면서 "생산 과정상 플라스틱이나 유리보다 탄소 배출이 적다"고 홍보했다. 팩 뚜껑도 사탕수수로 만들어 제품 전체가 친환경적이다.

하지만 종이 포장재를 여러 겹으로 쌓고 중간에 알루미늄층도 들어가는 바람에 재활용이 쉽지만은 않다. 버려진 종이팩은 다시 종이팩이 되기보단 종이 타월, 화장지 등 다른 형태로 넘어가는 편이다.

에비앙의 유리병 생수. 홈페이지 캡처

탈 플라스틱 대책 중 하나로 유리병 생수 정책이 추진된 적도 있다. 2020년 12월 정부는 플라스틱 폐기물 감축 대책을 발표하면서 편의점의 페트병 생수를 유리병 생수로 바꾸겠다고 했다. 해외에선 이미 유리병 생수가 판매되고 있고, 특히 고급 레스토랑 등에선 유리병 생수가 적합하다는 이유에서다. 유리병은 재활용률이 60%대로 높은 편이다.

하지만 유리병은 무겁고 깨질 가능성이 높아 불편하다는 지적이 많았다. 환경부는 "모든 생수가 아니라 식당이나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낱개 병부터 교체하겠다"고 한발 물러섰지만, 기업·소비자 반발이 심해 더는 시행하지 못했다. 기업은 유리병 도입시 물류비가 많이 들어 부담을 느꼈고, '물은 공짜'라고 생각하는 문화 때문에 소비자들도 가격이 비싼 유리병 생수를 살 이유가 없었다.


"플라스틱 최선" 의견도…'보틀투보틀' 관건


투명 페트 수거함에 쌓여있는 생수 페트병. 중앙포토
그래서 생수 업계에선 '완벽하진 않지만 지금으로선 플라스틱이 환경적으로 최선'이란 의견도 나온다. 현행 법령상 향이나 맛이 첨가된 음료는 고온 살균 작업을 해야 하므로 두꺼운 플라스틱병을 쓰거나, 캔, 종이팩, 유리병에 담아야 한다. 하지만 아무런 화학 처리를 하지 않아도 되는 먹는 샘물(생수)은 물이 새지만 않게 아주 얇은 페트병에 담을 수 있다.

삼다수를 제조하는 제주개발공사에 따르면 생수 페트병에 들어가는 플라스틱 양은 일반 음료 페트병의 10% 미만이다. 플라스틱 사용량이 현저히 적은 셈이다. 생수 업체들은 아예 비닐 라벨을 없애는 등 쓰레기를 최소화하는 노력도 확대하고 있다.

재활용 측면에서도 플라스틱은 빠른 속도로 개선되고 있다. 정부가 투명 페트병 별도 분리배출제를 시행하고 있고, 생수 기업들은 자사 고객들이 사용한 페트병 수거에 직접 나서면서 고품질 자원이 모이고 있기 때문이다. 국내선 이제 초기 단계지만, 병을 그대로 다시 병으로 만드는 '보틀투보틀' (bottle to bottle) 재활용에 가장 가까운 소재가 페트병일 수 있단 얘기다. 강경구 제주삼다수 R&D센터장은 "페트병은 플라스틱 중에서도 재활용률이 가장 좋은 소재다. 특히 투명하기 때문에 생수엔 가장 적합하다"고 말했다.


"진짜 친환경 생수 아직 없어, 연구 필요"


지난 3월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가득 쌓여 있는 무라벨 페트병 생수. 뉴스1
전문가들은 자원 순환이란 큰 틀에서 가장 친환경적인 생수 용기를 찾으려는 연구가 부족하다고 꼬집는다. 가볍고 저렴한 플라스틱이 소비자 선택을 받아 재활용률을 높이고 있지만, 더 좋은 대안을 찾는 걸 게을리해선 안 된단 설명이다. 완벽히 친환경 소재라고 할만한 생수 제품은 아직 존재하지 않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홍수열 소장은 "생수병을 다시 생수병으로 만드는 '보틀투보틀'이 가능한 소재가 결국 친환경이다. 지금으로선 진짜 친환경이라고 할 만한 생수 제품은 없기 때문에, 앞으로 더 많은 시도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편광현 기자 pyun.gwang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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