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장하은 "무당 역 부담? MZ세대와 별다를 것 없죠"
기사내용 요약
'지금부터 쇼타임'으로 눈도장…김희재와 로맨스
쿠팡플레이 '안나'서도 활약…롤모델은 전도연
[서울=뉴시스] 최지윤 기자 = 장하은(23)은 이제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나 배우 한다'고 말이다. 어렸을 때부터 막연히 연기자를 꿈꿨지만, 마음 속에 품고만 있었다. 대학에서 경영학을 공부하면서도 공허함을 채우지 못했다. 2019년 무작정 휴학 후 아르바이트해 모은 돈으로 연기학원부터 끊었다. 소위 '배우 할 얼굴은 타고났다'고 생각했는데, 점점 연기에 소질을 보였다. 1년여 만인 2020년 JTBC 드라마 '부부의 세계'에 '지선우'(김희애) 아역으로 출연했고, 지난해 tvN '마인'에서는 '한수혁'(차학연) 약혼녀 '노아림'으로 눈도장을 찍었다. 최근 막을 내린 MBC TV 드라마 '지금부터, 쇼타임!'에선 무당 '천예지'로 분해 톡톡 튀는 매력을 뽐냈다.
"최근 친구들에게 '배밍아웃'(배우+커밍아웃) 했다. 학교에서 팀 프로젝트를 하거나, 새로운 친구를 사귀면 '김희애 아역이랑 닮았다' '마인에서 부잣집 딸로 나오지 않았느냐' 등의 얘기를 많이 들었다. 얼마 전에는 친구의 친구가 '쇼타임 나오는 분 아니냐'고 묻더라. 대학 선·후배들도 이제 내가 연기하는 걸 알게 됐다. 이번처럼 역 하나를 맡아 끝까지 끌고 간 처음이다. '잘 할 수 있을까?' 걱정했는데, 무사히 마쳐서 다행이다."
이 드라마는 귀신 보는 마술사 '차차웅'(박해진)과 신통력을 지닌 열혈 순경 '고슬해'(진기주)의 코믹 수사극이다. 장하은은 만신 '나금옥'(차미경) 손녀이자 무녀 '천예지'로 분했다. 예지는 꽃다운 나이에 무당의 길을 걷게 됐지만, 슬퍼하지 않고 당당했다. 장하은은 오디션에서 극본대로 연기하지 않았다. 애초 예지는 도도하고 새침한 캐릭터였지만, 동네 친구처럼 친근하게 표현했다. 이형민 PD는 '장하은식으로 준비해달라'면서 믿고 맡겼다.
무당을 연기하는 데 부담을 느끼기보다, '어떻게 하면 그들의 마음을 사려 깊이 볼 수 있을까?' 고민했다. "무당을 향한 인식이 예사롭지 않지만 '여느 사람과 다름없다'고 생각했다. 선입견을 가질 필요가 없었다"며 "촬영할 때 PD님과 작가님이 편견이 생길 수 있는 대사를 고치기도 했다. 오히려 MZ세대, 사랑 듬뿍 받고 자란 대학생 딸처럼 행동했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무당을 만나 조언도 구했다며 "친구 지인이 (무당) 선생님이라서 만났다. '우리도 사랑하고 맛있는 것 좋아하고 유튜브, TV도 많이 본다. 단지 신을 모시고 있을 뿐'이라고 한 점이 공감됐다"고 덧붙였다.
첫 연기 도전인 트로트가수 김희재(27)와 호흡도 빛났다. 파출소 순경 '이용렬'(김희재)과 로맨스로 재미를 더했다. 예지는 용렬이 부자인 줄 알고 좋아했지만, 사실을 알게 된 후에도 풋풋한 사랑을 보여줬다. "사실 예지가 발랑 까지고 돈을 좋아하지만 '줏대는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다"며 "사람마다 대하는 방식이 달라도 예지 본연의 모습을 잃지 않으려고 했다. 솔직하지만 사랑스러워 보이려고 노력했다"고 귀띔했다. "오빠가 부른 '꼰대인턴'(2020) OST '오르막길'을 들으면서 감정 이입했다"며 "용렬의 사소한 모습부터 큰 매력까지 메모장에 적었고, 단계별로 좋아하는 모습을 표현했다"고 덧붙였다.
"희재 오빠는 방송, 무대 경험이 많아서 현장에서 빠르게 적응했다"며 "보육원 봉사활동 후 막걸리 마시는 신에서 '차차웅'(박해진)이 마술을 부렸다. 예지가 차웅을 좋아하는 모습을 보고 용렬이 질투했다. '예지씨한테 노래를 받치겠다'며 애드리브로 이름을 넣어 부르는 모습을 보고 '역시 트로트계 아이돌이구나' 싶었다. 나도 모르게 신이 나서 춤을 췄다. '방구석 콘서트' 느낌이었다. 진짜 재미있었다"고 회상했다.
박해진(39)을 비롯해 진기주(33), 정준호(53) 등 선배들과 호흡하며 배운 점도 많다. 특히 "정준호 선배는 완벽에 가깝게 준비해왔다. PD님이 디렉션을 주면 칼춤, 손동작 등을 무한 반복으로 연습했다. 쉬는 시간에 떠들거나 잠깐 여유를 갖기보다 '이 그림이 어떻게 나올까?' 머릿속으로 고민하는 게 보였다"며 "나도 저렇게 '꾸준한 배우가 돼야지'라고 다짐했다"고 털어놨다. "고규필, 정석용 선배는 힘을 들이지 않아도 원래 그 캐릭터 같았다"며 "웃길법한 부분에서 웃음을 주는 게 아니라 놓치고 지나갈 부분을 잡아서 과하지 않게 표현해 놀랐다"고 덧붙였다.
장하은은 24일 공개한 쿠팡플레이 드라마 '안나'에도 출연했다. 극중 '유미'(수지)가 안나(정은채)로 신분을 속여 입시 미술학원 교사로 일하는데, 장하은은 미국 예일대에 합격한 제자로 등장했다. 계속 오디션을 보며 지칠 법도 한데 자기개발을 소홀히 하지 않았다. 배우 고보결(34), 문지인(36) 등과 함께 풋살을 하며 체력도 키웠다. "계속 일기를 쓴다"면서 "놓치고 넘어갔던 부분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촬영이 끝났다고 풀어지지 않고, 연기 고민하면서 좀 더 나아갈 힘을 얻는다. 아직 제자리걸음이더라도 한 번 더 생각해보면서 나아갈 기회가 생기는 것"이라고 짚었다.
롤모델로는 배우 전도연(49)을 꼽았다. 세월호 참사를 다룬 영화 '생일'(감독 이종언·2019)을 보고 감명 받았다며 "미세한 표정, 움직임 하나도 그 인물로 보였다. 그냥 가만히 앉아서 웃고 있는데도 유가족의 마음이 절절히 느껴졌다. '어떻게 저렇게 감정을 오롯이 담아서 전달할 수 있을까?' 싶더라. 신기하고 멋있었다. 선배 특유의 비음 섞인 하이톤, 자연스러운 주름도 좋아한다"고 털어놨다.
"다시 나의 모습을 찾아가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금부터 쇼타임을 시작할 때 일기장에 '이제부터 시작이야'라고 적었는데, 뭔가 욕심이 섞여 있는 것처럼 들렸다. 너무 힘을 주다 보면 여유가 없어져서 마인드 컨트롤하려고 한다. 많은 사람이 장하은을 알게 되면 좋겠지만, 그 인물로 보였으면 한다. 예쁜 역은 처음이었는데, 오히려 안 꾸민 모습이 더 나 같을 때도 있다. 망가지는 것도 자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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