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블린도 문제없다".. 무용론을 날려버릴 전차의 진화 [박수찬의 軍]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에 반격하는 과정에서 전차를 적극 활용하고, 러시아군 전차가 현대전을 제대로 치를 준비가 되어있지 않았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전차 무용론’은 잦아들었다.
우크라이나 전쟁을 전후로 세계 각국이 지상군 장비 생산업체들은 신형 전차 또는 기존 전차의 성능개량을 잇따라 제안하고 있다.
비록 ‘전차 무용론’이 사그라들기는 했으나, 재블린과 앤로우(NLAW) 등 대전차무기가 전차를 공격하는 과정에서 큰 효과를 거둔 것은 사실이다.
드론이 소리 없이 적 전차 위에 나타나 폭탄을 투하하는 것은 ‘전장의 왕’이라 불리던 전차의 위용을 무색하게 했다.
레오파드 전차를 개발해 세계 각국에 수출했던 독일은 자국 업체를 중심으로 새 전차를 공개했다.
라인메탈은 13~1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유로사토리 2022’ 방위산업 전시회에서 130㎜ 주포로 무장한 KF51 전차를 공개했다.
KF51은 3명으로도 운용할 수 있을 정도로 자동화 수준이 높다. 중량도 현재 쓰이는 전차들보다 가볍다.
링스 120은 현실적인 비용으로 합리적인 기간 안에 최고 수준의 작전 성능을 낼 수 있는 전투 시스템을 제공하는 것을 목표로 개발됐다.
기본적인 형태는 링스 보병전투차 계열인 KF41의 차체에 레오파드 2 전차에서 파생된 120㎜ 활강포를 결합한 구조다. 자동 표적 탐지 및 추적 기능이 있는 360도 카메라 시스템을 갖춰 승무원의 작업량을 줄여준다.
능동방어장치를 장착해 적 로켓 추진 수류탄과 대전차미사일 공격을 저지하는 기능도 갖췄다.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표준을 적용해 서방 국가들이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
오는 10월 미 육군협회 국방전시회(AUSA)에서 공개될 것으로 알려진 차세대 에이브럼스의 티저 영상을 외신들이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차체와 포탑은 새롭게 설계됐다.
30㎜ 기관포를 장착한 원격사격체계(RCWS)를 포탑 상부에 탑재해 드론 공격에 대응한다. 신형 포탄을 쏠 수 있는 120㎜ 활강포와 대전차미사일 공격을 저지할 능동방호체계를 탑재한다.
프랑스 방산업체 넥스터도 기존에 개발했던 르클레르 전차를 개량한 르클레르 XLR을 제안하고 있다. 1990년대 초반에 개발됐던 르클레르는 프랑스와 아랍에미리트(UAE), 요르단에서 쓰이고 있다.
처음 등장했을 당시에는 우수한 성능을 지닌 전차로 평가받았으나, 현재는 성능개량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필리핀이 주문한 사브라 경전차는 105㎜ 또는 120㎜ 전차포를 사용한다. 자동장전장치와 포수 조준경, 헬멧 장착 디스플레이, 사격 통제 시스템, 능동방어시스템 등 엘빗 시스템이 개발한 주요 장비들을 탑재한다.
◆한국도 신개념 전차 개발 준비해야
현재 한국은 K1 계열과 K2 전차를 운용중이다. K1 전차는 여러 차례 개량을 거듭하면서 위력을 강화, 한반도에서 지상군 전력의 핵심이 됐다.
이라크 전쟁 이후 전차 간의 대규모 전투 가능성은 감소하는 대신 전차가 보병을 지원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다. 한반도 유사시 한국군 전차도 북한군 보병을 공격하거나 아군 보병부대를 돕는 작전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
남한 지역은 도로와 교량, 철도망이 잘 구축되어 있다. 55t에 달하는 중량을 지닌 K2 전차가 자유롭게 이동하며 전투를 치르는 데 문제가 없다.
반면 북한 지역은 다르다. 고속도로 총연장은 658㎞로 한국(4767㎞)의 13% 수준에 불과하다. 고속도로를 제외한 도로의 포장율은 10% 미만이고, 간선도로 대부분이 왕복 2차선 이하에 불과해 도로 폭이 좁다.
교량도 일제 시대에 건설된 것을 개보수하거나 일부를 추가로 만든 것으로 1970년대 남한수준과 유사한 상황이라는 평가다.
이같은 상황에서 전투중량이 무거운 전차나 장갑차가 북한 지역에서 신속하고 광범위하게 이동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전차, 장갑차 기동이 제약을 받으면 보병은 이동 및 화력지원 수단을 원활하게 제공받기가 어려워진다.
중량이 가볍고 차폭은 좁지만 기동력은 우수하고, 화력은 전차와 동등한 수준의 보병용 화력지원차량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이와 더불어 무인포탑을 설치해 승무원 수를 줄이는 노력도 필요하다.
제한적 수준의 전자전을 펼칠 수 있는 장비도 필요하다. 전자전 장비가 있다면, 적 드론이 접근할 때 재밍을 감행해 이를 무력화할 수 있다. 미래 전장에서 드론의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전차 승무원들도 유사시 전자전을 실시할 수 있어야 한다.
제1차 세계대전 당시 처음으로 등장한 전차는 100여년 동안 수차례에 걸쳐 ‘전차 무용론’을 겪었다. 대전차포가 실전투입됐을 때나 대전차미사일이 위력을 발휘할 때는 상당한 위기를 겪었다.
하지만 전차는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발전된 기술을 받아들여 끊임없이 성능을 높인 덕분이다. 전차가 기술적 발전을 거듭하며 변화를 꾀하는 것을 멈추지 않는다면, 전차는 앞으로도 전장에서 주력의 위치를 지킬 것으로 전망된다.
박수찬 기자 psc@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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