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경기 본 이형주 기자-토토라④] 카디스, 읍참마속의 심경
[STN스포츠] 이형주 기자 = 토요일 토요일은 라리가다!
2021/22시즌 라리가는 연일 수준 높은 경기를 양산했다.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순위 경쟁이 펼쳐졌다. 세계 최고의 리그를 가늠해볼 수 있는 유럽축구연맹(UEFA) 리그 랭킹 1위를 다투는 리그다웠다. 이에 라리가 20개 팀의 시즌을 특집으로 매 토요일에 되돌아본다.
더불어 진행되는 금금세(금요일 금요일은 세리에다!), 일일E(일요일 일요일은 EPL이다!)도 기대해주시길 부탁드리면서, 독자 분들께 해외축구에 대한 제 진심이 전해질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결과는 없을 것이다.
금요일 시리즈 - [세리에 20개팀 결산-금금세④] 살레르니타나, 제로백 느린 차
토요일 시리즈 - [라리가 20개팀 결산-토토라④] 카디스, 읍참마속의 심경
일요일 시리즈 - [EPL 20개팀 결산-일일E①] 26일 송고 예정
◇[수백 경기 본 이형주 기자-토토라①] 알라베스, 최소 득점
◇[수백 경기 본 이형주 기자-토토라②] 레반테, 전반기 무승의 여파
◇[수백 경기 본 이형주 기자-토토라③] 그라나다, 꺼진 알함브라의 빛
◇[수백 경기 본 이형주 기자-토토라④] 카디스, 읍참마속의 심경
-카디스 CF (38전 8승 15무 15패) <17위>
읍참마속의 심경으로 내린 결정이 효과를 봤다.
각 시즌 승격팀들의 우선 과제는 언제나 '잔류'다. 사실 우승 경쟁을 벌이는 팀들, 1부에 잔뼈가 굵은 팀들, 자본 규모가 좋은 팀들, 확실한 무기가 있는 팀 상대로 잔류한다는 것이 쉽지가 않기 때문이다.
그런데 승격 첫 시즌 잔류 못지 않게 어려운 것이 두 번째, 세 번째 시즌이다. 그 다음, 다음 시즌이라고 쉽기야 하겠냐만은 2~3번째 시즌 잔류는 매우 어렵다. 이유가 있다. 해당 팀의 색깔이 다른 팀들에게 노출돼 대처가 쉬워진다. 또 주축 선수들이 눈도장을 받아 팔리는 경우가 있어서다.
카디스는 전형적으로 이런 유형의 팀이었다. 지난 2020/21시즌 승격 첫 시즌에 훌륭한 적응을 보여주며 12위로 마쳤다. 하지만 그 다음 시즌인 2021/22시즌 17위로 겨우 잔류했고, 올 시즌 역시 17위로 가까스로 살아남았다.
카디스에 있어 알바로 세르베라 전 감독은 '신' 그 자체다. 지난 2016년 4월 3부리그에 있던 팀에 부임해 2부 승격을 거쳐 1부 승격을 이뤄냈다. 이후에도 앞서 언급됐듯 계속해서 라리가 무대에 살아남으며 팀을 한 단계 도약시킨 인물이기 때문이다.
직전 시즌 간신히 잔류한 카디스는 세르베라 감독 체제에서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자 올 시즌에 나섰다. 하지만 이는 쉽지 않았다.
세르베라 감독은 RPS의 축구 스타일을 보이는 감독이다. RPS란 축구 분석학에서는 축구를 플레이 스타일로 분류하는 두 가지 중 하나다. 능동적 플레이 스타일(PPS, Proactive Playing Style)과 수동적 플레이 스타일(RPS, Reactive Playing Style)이다. 능동, 수동에서 오는 단어 뉘앙스가 있지만 스타일을 표현한 것일 뿐 어느 것이 나쁘다 좋다가 아니다.
세르베라 감독은 4-4-2 포메이션을 기반으로 상대의 대응에 따라 유기적인 대응을 하는 수동적 플레이를 펼친다. 나쁘지 않은 전술적 움직임을 보여줬지만 갈수록 이것이 파훼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세르베라호 카디스는 전반기 단 2승에 그쳤고 결단을 내려야 하는 시점이었다. 때문에 옛 제갈량이 눈물을 흘리며 마속을 벤 고사에서 유래해 목표를 위해 소중한 사람과 결별하는 것을 뜻하는 읍참마속의 심경으로 세르베라 감독이 경질됐다.
당시 세르베라 감독이 경질 후 기자회견을 위해 카디스 홈 경기장에 방문했을 때 구름 같은 카디스 팬들이 몰렸고, 일부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다.
카디스는 이후 레알 바야돌리드서 자신의 축구를 보여줬던 세르지오 곤살레스 감독을 선임했다. 녹아드는데 조금 시간이 걸리기는 했지만 세르지오 감독 아래서 팀이 살아났다. 특히 알바로 네그레도, 루벤 소브리노, 루카스 페레스, 앙토니 로사노 등 공격진이 펄펄 날며 승점을 수확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승점을 쌓았지만, 전반기 부진으로 카디스는 최종전까지도 강등이 유력하는 상황이었다. 잔류를 위해서는 최종전 데포르티보 알라베스전에서 좋은 결과를 내고 다른 팀들의 상황을 지켜봐야 했다.
그 단두대 매치에서 카디스가 살아남았다. 카디스는 후반 30분 앙토니 로사노의 천금골로 1-0 승리를 거뒀고, 동시에 그라나다가 패배하며 극적으로 잔류했다. 선수단과 팬들 모두 옆에 있는 사람들과 안고 환호했다.
음찹마속의 심경처럼 세르베라 감독과의 이별은 참을 수 없는 고통이었다. 하지만 카디스와 세르베라 감독은 서로를 위해 다른 길을 걸었고 결과적으로는 좋은 결말이 나왔다.
◇올 시즌 최고의 선수 – 알폰소 에스피노
활어와도 같은 에너자이저 레프트백. 그야말로 미친 활동량을 보이며 수비 진영과 공격 진영을 오가며 활약한다. 올 시즌 물오른 활약을 펼친 그는 공격 포인트들도 양산해내며 팀의 잔류에 기여했다.
◇올 시즌 최우수 유망주(시즌 중 만 23세 이하) - 빅토르 추스트
레알 마드리드서 임대온 센터백 추스트는 카디스의 후반을 든든히 지켜줬다. 발전 가능성이 무궁무진한 이 센터백은 팀의 후방을 책임지며 실점을 최소화했고, 이는 팀의 잔류로 연결됐다.
◇시즌 최악의 경기 – 36R 레알 소시에다드전 (0대3 패)
카디스는 잔류를 위해 한 경기도 놓치면 안 되는 살얼음판 후반 레이스를 하고 있었다.
36라운드 소시에다드전 역시 필승의 경기였다. 하지만 이날 상대 두터운 중원에 유린당한 카디스는 0-3 패배를 안았다.
◇시즌 최고의 경기 – 38R 데포르티보 알라베스전 (1대0 승)
극적인 잔류를 확정지은 경기였다. 카디스는 1부리그에 남기 위해 승리하는 한편 다른 팀의 결과를 기다릴 필요가 있었다. 카디스는 후반 30분 이사크 카르셀렌의 크로스에 이은 앙토니 로사노의 슈팅 득점으로 1-0으로 승리했다. 이는 1부 잔류를 만드는 골이 됐다.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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