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스포츠계, 잇따라 트랜스젠더 여성 출전 제한 조치

김세훈 기자 2022. 6. 25. 22: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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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헝가리 부다페스트에서 열린 세계수영선수권에 출전한 선수들이 물속으로 뛰어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경쟁은 스포츠에서 핵심 가치다. 경쟁이 공정해야 함은 물론이다. 스포츠에서 경쟁은 다른 분야와 달리 남녀가 구분돼 이뤄진다. 공정한 경쟁이냐, 성소수자 보호냐가 스포츠계에서 뜨거운 이슈가 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최근 국제수영연맹(FINA)은 성전환 선수가 여성부에 출전하는 걸 사실상 금지했다. 회원국들은 지난 19일 임시총회에서 성전환자 중 12세 이전 수술을 받은 경우만 여성부 출전을 허용하는 새로운 ‘성별 포용 정책’을 채택했다. FINA는 “FINA 대회에서 여성 트랜스젠더의 여자부 출전을 금지하는 내용이 포함된 정책이 회원단체 71.5% 지지를 받아 통과됐다”고 밝혔다. 후세인 알 무살람 FINA 회장은 “여성 트랜스젠더 여자부 출전 금지는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하는 조치”라고 말했다. 이 정책은 지난 20일부터 적용됐다. 다만 12세 이전에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하거나 남성으로 사춘기를 보내지 않은 여성 트랜스젠더는 적용 대상에서 제외됐다. 여기에 해당하는 여성 트랜스젠더는 여자부에 출전할 수 있다는 뜻이다.

FINA는 선수, 의·과학계, 법조 및 인권 등 세개 그룹으로 꾸려진 워킹그룹을 신설해 지난해말부터 연구를 진행했다. 성전환자 선수 출전 제한을 테스토스테론 수치로 결정하는 것을 넘어서 실제 비교우위가 발생하는 시점을 파악해 대안을 찾기 위한 목적이었다. 제임스 피어스 FINA 대변인은 “사춘기 이후 성전환하면 비교우위가 생긴다는 게 과학자들 의견”이라며 “우리도 그들이 비교우위를 갖지 않는다고 보지 않는다”고 말했다. 피어스 대변인은 “물론 이번 정책이 12세 이전 수술을 권장하는 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최근 세계트렌스젠더건강전문가협회는 성전환 최저 권장 연령을 호르몬 요법은 14세로, 수술의 경우 15~17세로 낮춘 바 있다.

여성 수영 선수로서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따낸 케이트 캠벨(호주)은 FINA 총회 연설에서 “경계선에 있는 트랜스젠더 커뮤니티를 더 고립시킬 수 있다는 게 안타깝다”면서도 “여성은 스포츠에서 동등해지려고 오래 싸워왔고, 그것은 성별 구별 덕분에 가능했다. 그 구별을 없앤다면 여성 선수에게 해로운 일”이라며 FINA 결정을 지지했다. 반면 성소수자 선수 옹호단체들은 “FINA 결정은 매우 차별적이고 해로우며 비과학적”이라며 “성 정체성과 다양성에 기초한 공정성과 포용성, 비차별에 대한 IOC의 기준에도 부합하지 않는다”고 반발했다.

FINA는 트렌스젠더 반발을 예상해 ‘열린 경쟁 부문’ 신설을 제안했다. 실무 그룹은 앞으로 6개월 동안 관련 방안을 연구한다. 피어스 대변인은 “(열린 경쟁 부문은) 트랜스젠더 선수를 포함해 모든 선수를 포함할 것”이라면서도 “세부 사항은 논의가 필요하고, 이 부문이 어떻게 구성될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고 말했다.

국제 스포츠단체들은 트렌스젠더 여성부 출전을 제한하는 정책을 내놓는 추세다. 국제사이클연맹은 테스토스테론 허용치를 낮추고 수치 유지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렸다. 세계럭비연맹은 2023년 국제대회에 트랜스젠더 여성 선수 출전을 금지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세계육상연맹도 FINA와 비슷한 수준으로 제한 정책을 강화하리라 예상된다. 세바스티안 코 세계육상연맹 회장은 “(스포츠에서는) 포용보다 공정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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