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죄 헌법불합치 3년 불법인가? 합법인가? [탐사보도 뉴스프리즘]

보도국 입력 2022. 6. 25. 22:0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오프닝: 이광빈 기자]

시민의 눈높이에서 질문하고, 한국 사회에 화두를 던지며, 더 나은 내일을 만들어 가는 <뉴스프리즘> 시작합니다!

이번 주 <뉴스프리즘>이 주목한 이슈, 함께 보시죠.

[영상구성]

[이광빈 기자]

미국 연방대법원이 지난 50년간 낙태권 보장의 근거가 됐던 '로 대 웨이드' 판결을 결국 뒤집었습니다.

낙태 허용 여부가 각 주의 판단으로 넘어가면서 지역에 따라 규정이 달라지는 상황을 맞게 된 건데요.

낙태에 찬성하는 여론이 여전히 많은 가운데, 극심한 혼란과 갈등이 불가피해 보입니다.

워싱턴 이경희 특파원입니다.

[50년 만에 뒤집힌 낙태권 판결…미, 대혼란 불가피 / 이경희 기자]

반세기 동안 유지된 낙태권을 둘러싼 논쟁에 다시 불이 붙은 건 지난해 연방대법원이 임신 15주 이후 낙태를 금지한 미시시피주 법률을 심리하기 시작하면서부터입니다.

그러던 중 지난달 초 9명 대법관 중 5명의 찬성으로 낙태 합법화 근거가 된 '로 대 웨이드' 판례를 뒤집는 결정문 초안이 언론에 유출됐고 그날 이후 미국은 둘로 나뉘었습니다.

<현장음> "낙태권을 위해 일어나라! 낙태권을 위해 일어나라!" "우리는 포스트 ROE(낙태권 보장법안)세대입니다. 우리는 낙태를 폐지할 것입니다."

당시 대법원은 말 그대로 초안이라며 진화에 나섰지만 결국 50여 일 만에 나온 실제 판결은 달라지지 않았습니다.

트럼프 정부 시절 6명이 교체되며 짙어진 보수 색채가 그대로 드러난 것입니다.

판례를 뒤집은 대법관들의 판단 근거는 헌법이 낙태에 대한 권리를 부여한 적이 없다는 것으로 해당 판례 자체가 처음부터 매우 잘못됐고 그 결과 논쟁과 분열을 심화시켰다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이번 판결이 오히려 미국의 갈등과 분열을 한층 심화시킬 것이란 전망이 나옵니다.

50년 만에 대대적인 변화인 데다 여론조사를 통해 드러난 민심은 낙태권 지지가 훨씬 높기 때문입니다.

특히 이번 판결을 앞두고 낙태권 보장 지지 여론은 크게 늘어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을 보인 반면 낙태를 반대하는 여론은 최저치를 기록했습니다.

이번 판결로 낙태 허용 여부가 각 주의 판단으로 넘어가게 되면서 혼란은 벌써 나타나기 시작했습니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주들은 즉각 낙태 금지 방침을 밝히며 불법임을 경고하는 반면 민주당 소속 주지사들은 다른 주에서 낙태 원정을 오는 사람들을 지원하고 지켜주겠다고 밝혔습니다.

<존 오코너 / 미국 오클라호마주 법무장관> "오늘 아침부터 오클라호마에서 시행되거나 오클라호마에서 요청되는 낙태는 불법입니다."

<케이트 브라운 / 미국 오레곤 주지사> "우리는 낙태 치료를 위해 다른 주에서 오는 환자들을 계속 보호할 것입니다."

일각에선 이번 판결을 시작으로 인권 전반에 대한 후퇴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습니다.

실제 '로 대 웨이드' 판례 폐기에 동의한 보수성향 대법관 토머스 클래런스는 피임과 동성결혼 등을 인정한 대법원 판례도 재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하며 또 다른 논쟁의 불을 지폈습니다.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정치권의 갈등도 격화할 전망입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대법원이 미국을 150년 전으로 후퇴시켰다고 비판하며 의회를 향해 판결을 복원할 입법을 촉구했습니다.

또 낙태권을 지켜줄 후보를 선택해야 한다며 선거국면 쟁점화 의지를 드러냈습니다.

워싱턴에서 연합뉴스TV 이경희입니다.

[이광빈 기자]

헌법재판소의 헌법불합치 결정으로 지난해부터 낙태를 처벌할 수 없게 됐습니다.

하지만 이후 1년 반 동안 국회 차원의 논의와 후속 입법 작업은 제자리걸음입니다.

이 때문에 임신 중지 여성의 권리는 여전히 보호받지 못하고 있는 실정입니다.

나경렬 기자입니다.

[낙태죄 위헌 '입법공백' 계속…"안전한 임신중지 보장을" / 나경렬 기자]

<유남석 / 헌법재판소장(2019년 4월 11일)> "모두 헌법에 합치되지 아니한다. 이 조항들은 2020년 12월 31일을 시한으로 입법자가 개정할 때까지 계속 적용된다."

66년 만의 결정.

헌법재판소는 1953년 형법 제정 당시 도입된 낙태죄 처벌 조항이 헌법에 어긋난다는 결정을 내렸습니다.

임신한 여성의 자기 결정권을 과도하게 제한한다고 판단한 겁니다.

헌재는 이 결정을 내릴 당시 관련 법 조항 개정도 주문했습니다.

낙태 허용 범위를 어디까지 할지, 임신 중지 여성의 권리는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 등을 입법을 통해 정하라는 것이었습니다.

민주당과 정의당 의원들을 중심으로 관련 법안 발의가 이어졌습니다.

<박주민 / 더불어민주당 의원> "형법에서 낙태죄를 삭제하는 형법 개정안뿐 아니라 모자보건법 개정안도 냈어요. 인공적으로 임신을 중단하려는 여성들이 의사들과 상담할 수 있게 한다든지 관련된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하지만 국회를 통과한 법안은 아직 한 건도 없습니다.

의원들 사이 이견이 큰데다, 다른 안건에 밀려 논의조차 되지 못한 경우도 있었기 때문입니다.

관련 법이 없다보니, 임신 중지를 선택한 여성은 물론 의료계도 혼란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수술 가능한 임신 기간은 병원마다 제각각이고, 합법적으로 처방받을 수 있는 방법이 없어 출처를 알기 어려운 임신중지약을 구해 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여성단체는 이런 혼란을 수습하기 위해 입법 공백을 빠르게 메워야 한다고 주장합니다.

새로운 처벌 조항이나 규제 조항이 추가되는 건 낙태를 처벌할 수 없게 한 헌재 결정의 취지에 맞지 않는 만큼 여성의 자기 결정권, 나아가 건강권을 보장하는 방향으로 입법이 이뤄져야 한다는 겁니다.

<나영 / 성적권리와 재생산정의를 위한 센터 셰어 대표> "(임신중절 수술에) 건강보험을 적용하고 유산유도제를 승인해서 공식 의료체계 안에서 다뤄지도록 하는 것이 의료인들에게도 보다 안전한 임신중지를 보장하고 더 나은 의료체계를 만드는데…"

현재 음지화돼 있는 임신 중지를 법 테두리 안에서 다룰 때, 임신 중지를 선택한 여성을 보다 안전하게 보호할 수 있다는 겁니다.

연합뉴스TV 나경렬입니다.

[코너 : 이광빈 기자]

앞선 리포트에서 미국의 낙태 합법 여부 상황을 살펴봤는데요.

전 세계적으로 보면, 60개국에서 낙태법을 엄격하게 적용하고 있습니다.

주로 남미와 아프리카 동남부 일대 개발도상국들인데요.

산모의 생명이 위험할 경우 등 극히 예외적인 상황을 제외하고는 낙태를 금지하고 있습니다.

전 세계에서 낙태를 법적으로 허용하는 국가들의 숫자도 60개국 정도입니다.

유럽과 북미 등 북반구 국가들이 많은데요.

이들 국가는 주로 착상 후 12주 이내의 낙태는 전면 허용합니다.

독일에선 임신 12주 이내의 낙태는 합법입니다.

일본은 임신 22주까지 낙태를 허용합니다.

스웨덴은 임신 18주까지 낙태가 합법이고 18세까지는 무료로 시술받을 수 있습니다.

그런데 낙태를 전면 금지하거나 제한해온 남반구 국가들에도 변화가 생겨나고 있습니다.

특히 가톨릭 인구가 절대 다수인 중남미에서 합법화 바람이 뜨겁습니다.

그동안 중남미에서는 우루과이와 쿠바, 가이아나 3개국만 낙태가 합법이었습니다.

그런데 콜롬비아 헌법재판소는 지난 2월 "임신 24주까지 낙태를 처벌하지 않겠다"면서 행정부와 입법부가 관련 정책을 마련하라고 결정했습니다.

콜롬비아는 산모의 생명이 위험하거나, 성폭행과 근친상간 등을 통한 임신, 태아의 생명 유지가 어려운 심각한 기형을 제외하면 낙태가 불법이었습니다.

멕시코 대법원도 지난해 9월 낙태 금지를 위헌으로 판결했습니다.

에콰도르 의회도 지난 2월 성폭행으로 인한 임신의 경우 낙태를 허용하는 법안을 처리했습니다.

유럽 국가들은 대체로 낙태를 허용해왔는데, 낙태 불법 국가였던 초미니 가톨릭 국가인 산마리노가 지난해 9월 156년간 유지돼온 낙태 금지법을 폐지했습니다.

국민투표에 부친 끝에 77%의 국민이 낙태 금지법 폐지에 찬성했습니다.

아일랜드도 2018년에 국민투표를 통해 낙태죄를 없앴습니다.

폴란드에선 낙태 금지에 대해 여성들이 강하게 반발해와 관련 외신이 끊이지 않습니다.

2020년 기형 태아의 낙태에 대해 헌법재판소의 위헌 결정이 내려지자 여성을 중심으로 한 시위대가 성당을 점거하는 등 격한 시위를 이어갔습니다.

위헌 결정에 찬성하는 극우민족주의 단체들과 물리적 충돌을 빚기도 했습니다.

보신 것처럼 헌법재판소의 결정으로 낙태죄와 관련된 처벌은 효력을 잃었습니다.

시술을 진행한 의사들은 무죄를 선고받고, 낙태를 한 여성은 특별사면됐는데요.

하지만 보완 입법이 없다보니 여러 곳에서 피해를 보는 이들이 생겨나고, 임신 중단 의약품이 불법 유통되는 등 문제점도 여전합니다.

한채희 기자입니다.

[낙태 시술 '무죄' 잇따르는데…'입법 공백' 혼선·부작용 / 한채희 기자]

지난해 2월 대법원은 낙태 시술을 한 산부인과 의사에게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2019년 헌법재판소의 낙태죄 위헌 결정 이후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린 첫 사례입니다.

지난달에도 낙태 시술로 재판에 넘겨진 또 다른 의사 역시 무죄를 선고받았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은 이 의사에게 업무상촉탁낙태 혐의로 유죄를 선고한 원심을 파기하고 재심에서 무죄를 선고했습니다.

재판부는 의사낙태죄가 위헌결정을 받았기 때문에 혐의가 효력을 상실했다고 밝혔습니다.

낙태죄로 처벌받은 여성 역시 특별사면됐습니다.

법무부는 낙태죄로 금고형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이 여성을 올해 초 특별사면 대상에 포함시켰습니다.

<박범계 / 전 법무부 장관(2021년 12월 24일)>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을 존중하여 자기 낙태죄로 처벌받은 여성에 대해 법률상 자격제한을 회복하기 위한 복권을 실시합니다."

낙태죄 처벌이 사실상 불가능해지면서 낙태교사죄와 낙태강요죄 등도 처벌이 어려워졌습니다.

형법상 강요죄가 이를 대신할 수 있지만, 무리한 협박이 인정되지 않으면 처벌이 어려운 상황입니다.

<연취현 / 법률사무소 와이 대표변호사> "역시 남성에 의해 강요된 낙태에 대해서는 남성도 처벌받아야 하는 부분이다. 남성책임법이라고 하는데 그 부분도 고려되어야…"

입법 공백의 피해는 여성에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윤정원 / 국립중앙의료원 산부인과 의사> "효력이 없다고는 하지만 법이 없어진 건 아니라서 일선에서 모자보건법 기준으로 24주 이내까지 임신 중지를 못 하고 있는 걸로 알고 있고요."

이 때문에 임신 중단 의약품을 사고파는 글은 여전히 온라인상에서 성행하고 있습니다.

온라인에서 약을 구할 방법은 해외 사이트뿐인데, 접근이 어렵고 방법이 복잡해섭니다.

성분과 국적이 확인되지 않은 약품이 여전히 불법 거래되고 있습니다.

<이동근 /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 사무국장> "낙태죄 관련된 대체 입법이 제정돼 있지 않아 식약처와 정부 기관에서도 이와 관련된 허가 진행이라든지 의료적 가이드라인에 대한 정확한 확정을 하지 않는 부분이…"

낙태죄 처벌 헌법불합치 판결 이후 3년.

더 큰 혼란과 부작용을 막으려면 헌재의 판결 취지를 살려 태아 생명과 산모의 건강 모두를 살릴 수 있는 입법이 시급하다는 지적입니다.

연합뉴스TV 한채희입니다.

[클로징: 이광빈 기자]

"아이를 낳기 전에 죽이는 게 낳고 나서 버리는 것보다 죄가 가볍냐"

칸 영화제 수상작 '브로커'에서 나온 대사입니다.

3년 전 낙태죄 헌법불합치 결정이 내려진 후 지금까지 후속 법안이 마련되지 않아 낙태에 대한 기준법이 아직 존재 하지 않습니다.

이 때문에 현재 낙태법 개정을 둘러싼 찬반 논란만 이어지고 있습니다.

'여성은 자신의 신체에 대해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권리를 가지고 있다'

'태아는 인간으로 인정받고 존중되어야 한다.'

이렇듯 낙태법 개정의 찬반 논란이 극명하게 갈리는 상황에서, 정부와 국회는 산모 그리고 태아 모두를 고려한 명확한 기준을 하루빨리 세워야 하지 않을까요?

이번 주 뉴스프리즘은 여기까지입니다.

시청해 주신 여러분 고맙습니다.

연합뉴스TV 기사문의 및 제보 : 카톡/라인 jebo23

(끝)

네이버에서 연합뉴스TV를 구독하세요
연합뉴스TV 생방송 만나보기
균형있는 뉴스, 연합뉴스TV 앱 다운받기

Copyright © 연합뉴스TV.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