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장서 돌아온 지 50년 만에 '귀한 선물'
[KBS 전주] [앵커]
오늘(25일)은 6·25 전쟁 72주년입니다.
목숨 걸고 군인의 본분을 다했지만 힘겹게 일상을 버티는 호국영웅들이 적지 않은데요.
한 노병이 늦게나마 그가 치른 희생을 보상받았습니다.
오정현 기자입니다.
[리포트]
[성보경/베트남전 참전용사 : "거기 갔다 온 지가 50년, 벌써 50년. 나이를 먹다 보니까 전우들 생각도 나고…."]
75살 노병.
베트남 전장에서 살아 돌아왔을 때, 고생은 끝이라고 여겼습니다.
비행기가 뿌리는 물이 그저 모기약인 줄 알았던 죄로 고엽제 병 굴레에 50년이나 갇힐 줄은, 그땐 몰랐습니다.
[성보경/베트남전 참전용사 : "좀 힘이 들거나 그러면 등에 여드름처럼 막 붉혀요. (뒤가요?) 응, 뒤에. 무지하게 가려워. 긁어도 긁어도 한도 없고…."]
보상을 바란 건 아니었지만 조국을 위해 희생했노라, 떳떳하기엔 힘겨운 삶이었습니다.
남은 건 누추한 집 한 채와 지금의 이병 월급에도 못 미치는 참전 명예 수당.
그런 그에게 조국이 반세기 만에 통 큰 선물을 안겼습니다.
오래돼 낡은 집은 허물고 그 자리에 번듯한 새집을 세웠습니다.
[박정환/육군참모총장 : "대한민국이 있는 한 (나라사랑 보금자리 사업은) 지속될 것입니다. 새로운 집에서 건강하고 오래오래 사시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노병이 새집을 둘러봅니다.
고맙고 또 기쁘지만, 전우가 떠올라 다시 숙연해집니다.
같은 마을에서 나고 자라, 전쟁터에서도 함께 했던 70년 지기를 다섯 달 전 떠나보냈습니다.
[성보경/베트남전 참전용사 : "(친구가) 고엽제로 죽은 지 얼마 안 돼. 그런 생각을 될 수 있으면 안 하려고 해요. 머리가 무거워져. 하면 할수록…."]
노병은 그가 젊었을 때 한 희생을 기억해달라 강요하지 않았습니다.
그저 영령이 된 전우들이 보고 싶을 뿐이라고 되뇌었습니다.
["먼저 간 전우여! 우리 집에 한번 놀러 오소. 반가이 맞아드리겠습니다!"]
KBS 뉴스 오정현입니다.
촬영기자:김동
오정현 기자 (ohhh@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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