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석은 다가가고, 용산은 거리두기?..李·대통령실 '묘한 엇갈림'(종합)
尹대통령·이준석 만남 가질까..'이미 두 차례 무산설'도 나와
(서울=뉴스1) 조소영 기자,이호승 기자,한상희 기자 = 윤석열 대통령과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이달 중순쯤 비공개 만찬을 했다는 언론 보도에 대해 대통령실과 당측 설명이 묘하게 엇갈리는 기류다. 이 대표가 다가가자, 용산 대통령실은 한 발짝 뒤로 물러나 거리두기를 하는 모양새다.
25일 동아일보는 이 대표의 '성상납 증거인멸 교사 의혹' 관련 징계가 논의된 지난 22일 당 윤리위에 앞서 두 사람의 회동이 성사됐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이와 함께 이 대표 측은 당내 현안 논의를 위해 용산 대통령실에서의 윤 대통령과 추가 비공개 회동을 추진했다. 그러나 이는 회동 몇 시간 전 이 대표 측으로 취소 통보가 됐다.
뒤이어 열린 당 윤리위는 김철근 당대표 정무실장에 대한 징계 절차에 착수하고, 이 대표의 징계 의결은 2주 늦췄다. 일각에서는 이에 대해 이 대표가 그나마 명예롭게 자진사퇴를 할 수 있도록 시간을 벌어주는 예우를 준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당장 이날 대통령실은 해당 보도에 대해 즉각 부인했다. 대통령실은 출입기자단 공지를 통해 "윤 대통령이 이달 중순 이 대표와 비공개 만찬을 했다는 일부 언론 보도는 전혀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다만 이 대표는 '만남의 여지'를 남겼다. 그는 이날 국립대전현충원을 참배한 뒤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에 문의해달라"고 말을 아끼면서도 "특정한 시점에 특정한 만남이 있었느냐 여부는 당대표 입장에서 대통령 일정을 공개할 순 없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 "여당과 대통령실 측은 여러 가지 정책 현안에 대해 상시적으로 소통을 하고 있다"며 "그렇기 때문에 그런 것에 대해서 시기적인 의미를 부여하는 것은 정치적 해석이라고 보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의 발언으로 미뤄볼 때 비공개 회동 자체는 사실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대통령실은 일말의 여지도 없이 만남 자체를 부인했다. 정치권 안팎에서는 이런 '묘한 엇갈림'을 두고 이 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내 갈등 상황에 개입을 꺼리는 대통령실측 입장이 상당히 반영됐다는 해석이 나온다.
특히 최근 윤 대통령 지지율이 취임 후 처음으로 데드크로스(긍정과 부정 평가의 역전) 현상이 나타나는 등 여론이 나빠진 상황에서 당 내홍이 새 정부로 옮겨붙기 전에 차단해야 한다는 판단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윤 대통령은 전날(24일) 용산 대통령실 청사 출근길에 이 대표에 대한 징계 등 당내 갈등 상황에 대한 물음에 "당무에 대해서는 대통령이 언급할 사안이 아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이 대표는 최근 '윤심'(尹心·윤 대통령의 의중)에 기대는 모습이 포착된다.
이 대표는 윤리위 징계 결정이 미뤄진 다음날(23일) KBS 라디오에서 "윤 대통령에게 이런 문제에 대해 직접 듣지 않았다"면서도 "간접적인 어떤 당 운영에 대한 생각, 이런 것들을 봤을 때 이분들(윤핵관)이 (대통령의 의중을) 잘못 이해하고 있는 것"이라고 했다.
같은 날 그는 중앙대학생위원회 고려대 지부 창립총회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도 "윤리위가 어떤 행동을 할 때 대통령 의중인지 의심하는 분도 있고 용산에서의 의지가 있었는지 의심하는 분들도 있는데 전혀 그런 상황은 아닐 것"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24일에도 윤 대통령에게 '에두른 메시지'를 남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당일(24일) 부산 유엔기념공원을 찾아 참배한 뒤 기자들에게 "윤 대통령께서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참석하시는 문제도 있고 정신이 없으신 상황"이라며 "대통령의 첫 외교 행보인 만큼 당무 부분에 있어서 누를 끼치지 않기 위해 당에서 여러 가지로 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대신 이 대표는 친윤(親윤석열)계 핵심 인사인 장제원 의원에게 비판의 화살을 돌리는 모습이다. 이 대표는 전날 페이스북에 "디코이(decoy·유인용 미끼)를 안 물었더니 드디어 직접 쏘기 시작하네요"라며 "다음 주 내내 간장 한 사발 할 거 같다"고 밝혔다.
이는 장 의원이 지난 23일 매일경제와의 전화통화에서 "이게 대통령을 도와주는 정당이냐"고 이 대표를 사실상 공개 저격한 데 대해 반박으로 읽혔다.
정치권에선 '디코이'는 이 대표와 연일 충돌하고 있는 배현진 최고위원을, 간장은 '간철수'(간보는 안철수 의원)와 '장제원 의원'의 앞글자를 딴 것으로 해석했다.
이 대표는 별도의 페이스북 게시글에서 안 의원 측을 향해 "윤리위에 특별한 관심이 있군요. 뭔가 아는 것도 많은 것 같고"라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기도 했다.
이로써 추후 이 대표와 윤 대통령이 추가적으로 만남을 가질지 여부에 관심이 모이는 상황이다. 윤 대통령은 조만간 나토 정상회의 계기 순방에 나서는데, 이 순방 일정 뒤 내달 7일 추가 윤리위가 열리기 전 이 대표가 윤 대통령을 만나 윤리위 문제를 정리하려 할 것이란 말이 흘러나온다.
이 대표는 전날 부산에서 기자들과 만나서는 "윤리위 문제, 이런 걸 가지고 대통령과 소통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기 때문에 애초에 그런 것은 범주가 아니다"고는 했었다. 윤 대통령 첫 순방길에 여당 지도부의 배웅이 있을지도 주목되나 '불필요한 의전'은 생략될 것이라는 말도 나온다.
한편 TV조선 보도에 따르면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남은 이미 두 차례 무산된 것으로 알려졌다. 매체는 지난 20일 윤 대통령과 이 대표의 만찬 회동이 잡혔다가 막판에 취소됐다고 전했다. 아울러 이에 앞서 이달 중순쯤에도 이 대표가 윤 대통령에게 만남을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고 보도했다.
앞선 보도 등과 상황을 종합해보면 윤 대통령과 이 대표는 당 윤리위가 개최되기 전 시점에 한 차례 만남을 가지기는 했다. 그러나 이후 윤리위를 이틀 앞둔 6월20일 추가 만남은 취소됐고 이외에도 한 차례 더 회동이 무산됐었다는 것이다.
cho11757@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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