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경기 본 이형주 기자-토토라③] 그라나다, 꺼진 알함브라의 빛

이형주 기자 2022. 6. 25. 21: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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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라나다 CF 미드필더 루이스 미야. 사진|라리가 사무국 제공

[STN스포츠] 이형주 기자 = 토요일 토요일은 라리가다!

2021/22시즌 라리가는 연일 수준 높은 경기를 양산했다. 어느 때보다도 치열한 순위 경쟁이 펼쳐졌다. 세계 최고의 리그를 가늠해볼 수 있는 유럽축구연맹(UEFA) 리그 랭킹 1위를 다투는 리그다웠다. 이에 라리가 20개 팀의 시즌을 특집으로 매 토요일에 되돌아본다.

더불어 진행되는 금금세(금요일 금요일은 세리에다!), 일일E(일요일 일요일은 EPL이다!)도 기대해주시길 부탁드리면서, 독자 분들께 해외축구에 대한 제 진심이 전해질 수 있다면 그보다 더 좋은 결과는 없을 것이다.

금요일 시리즈 - [세리에 20개팀 결산-금금세③] '끝나야 끝난 것' 칼리아리
토요일 시리즈 - [라리가 20개팀 결산-토토라③] 그라나다, 꺼진 알함브라의 빛
일요일 시리즈 - [EPL 20개팀 결산-일일E①] 26일 송고 예정

◇[수백 경기 본 이형주 기자-토토라①] 알라베스, 최소 득점
◇[수백 경기 본 이형주 기자-토토라②] 레반테, 전반기 무승의 여파
◇[수백 경기 본 이형주 기자-토토라③] 그라나다, 꺼진 알함브라의 빛

-그라나다 CF (38전 8승 14무 16패) <18위>

알함브라 궁전의 빛이 꺼졌다.

그라나다는 그간 1부와 2부, 3부를 엘리베이터처럼 오가는 클럽이었다. 이는 꾸준한 성적을 내지 못하고 기복이 많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하지만 최근에는 완전히 달랐고, 그라나다의 전성시대가 열렸던 바 있다. 

디에고 마르티네스 전 감독은 탁월한 지도력을 토대로 2019/20시즌 리그 7위에 유로파리그 티켓을 따냈다. 2020/21시즌에는 9위로 Top10을 유지함과 동시에 유로파리그 8강 신화를 썼다. 그라나다 명소인 알함브라 궁전의 빛처럼 구단의 역사가 화려하게 빛난 순간이었다. 

당연히 그라나다 수뇌부는 마르티네스 감독과 오래도록 함께하고 싶어했다. 하지만 마르티네스 감독 본인이 쉬면서 재충전 및 자기 개발을 원했고 2020/21시즌을 끝으로 팀을 떠나게 됐다. 

그라나다 CF 디에고 마르티네스 감독. 사진|이형주 기자(스페인 발렌시아/메스타야)

그라나다는 새 감독을 물색했고, 스페인 대표팀 경험이 있는 로베르트 모레노 감독을 선임했다. 기대감으로만 따지면 마르티네스 감독보다 더한 성과를 낼 수도 있을거라 생각됐던 모레노 감독이지만 현실은 너무도 달랐다. 

그라나다의 전력보강도 잘 되지 않았다. 직전 시즌 그라나다는 얀헬 에레라, 호베르투 케네디, 네우엔 페레스, 도밍고스 키나, 헤수스 바예호 등 임대 선수들을 잘 활용했고, 로베르토 솔다도 등 베테랑 영입으로도 이득을 봤다. 하지만 올 시즌 영입은 미미했고 실패에 가까웠다. 팀을 떠난 후이 실바 골키퍼를 루이스 막시밀리아누로 대체한 것 외에는 성공 사례가 없다고 봐도 무방했다. 

그라나다는 개막 후 리그 7경기에서 3무 4패로 단 1승도 거두지 못했다. 적극적으로 감독 교체를 단행한 다른 하위권 팀들과는 달리 그라나다는 모레노 감독을 고수했다. 믿음을 준 것이지만 이것이 악수가 됐다. 

로베르트 모레노. 사진|뉴시스/AP

모레노호 그라나다는 8라운드부터 4경기 2승 2무로 살아나는 듯 했다. 1월 전후 성적도 리그 8경기 3승 5무로 좋았다. 하지만 1월말 이후 치러진 5경기서 5연패에 빠지더니 결국 3월 초 성적 부진으로 경질됐다. 

그를 대체한 루벤 토레시야 감독 대행이 팀을 잘 이끌었으나, 토레시야볼의 핵심이던 레프트백 카를로스 네바가 십자인대 부상으로 시즌 아웃을 당하는 등 부상 운이 따르지 않았다. 위기의 상황에서 그라나다는 아이토르 카랑카 감독을 선임했다. 

카랑카 감독은 부임 이후 4경기 무패를 달렸다. 37라운드 레알 베티스에 0-2로 패했지만, 여전히 그라나다는 자력 잔류가 가능했다. 

하지만 잔인한 운명의 여신은 그라나다를 외면했다. 마지막 38라운드에서 그라나다와 잔류 경쟁을 벌였던 레알 마요르카와 카디스 CF가 나란히 승리를 거머쥐었다. 두 팀 중 한 팀이라도 승리하지 못한다면 자력 잔류가 가능했던 그라나다였다.

또 두 팀이 나란히 승리한다고 해도 그라나다가 이긴다면 승점이 높아 다른 팀들의 상황은 신경쓰지 않아도 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이뤄지지 않았다. 

더 안타까웠던 것은 그라나다가 최종전인 RCD 에스파뇰전에서 페널티킥 기회까지 얻었다는 것. 시즌 내내 빼어난 활약을 펼쳤던 호르헤 몰리나에게 기회가 왔지만, 보기 드문 실축이 나왔다. 행운의 여신이 그라나다를 외면한 것 같았고 결국 그들은 강등의 쓴맛을 보게 됐다. 알함브라의 빛이 잠시 꺼지는 순간이었다. 

◇올 시즌 최고의 선수 – 루이스 미야

2년 전만 하더라도 미야는 2부 소속 미드필더였다. 그라나다가 미야를 향해 과감히 금액 투자를 했을 때 반신반의하는 시각이 많았다. 하지만 그는 1부에서도 그를 증명했다. 중원에서 헌신적인 모습을 보이는 것은 물론 프리키커로 팀에 기여했다.  

◇올 시즌 최우수 유망주(시즌 중 만 23세 이하) - 루이스 막시밀리아누

그라나다는 이번 여름 주전 수문장이던 후이 실바 골키퍼가 레알 베티스로 떠나면서 골키퍼 자리에 고민이 있었다. 하지만 또 다른 포르투갈 골키퍼 막시밀리아누가 그 자리를 완벽히 대체했다. 

시즌 내내 빼어난 활약을 펼쳤지만 최종전 페널티킥 실축으로 빛이 바랜 그라나다 CF 공격수 호르헤 몰리나. 사진|스페인 언론 모비스타

◇시즌 최악의 경기 – 38R RCD 에스파뇰전 (0대0 무)

경쟁팀들보다 앞서 있었던 그들은 승리만 하면 자력으로 잔류가 가능했다. 하지만 승리하지 못하며 강등이라는 안타까운 일을 겪게 됐다. 후반 결정적인 페널티킥을 얻어 최고의 키커인 호르헤 몰리나에게 맡겼지만, 노장 스트라이커의 실축이 나오며 그라나다가 고개를 떨궜다. 

◇시즌 최고의 경기 – 35R 레알 마요르카전 (6대2 승)

카랑카 감독 부임 이래 상승세를 탄 그라나다가 3번째 경기를 맞이했다. 잔류 경쟁팀과의 맞대결이라 외나무 다리 대결이었던 이 경기서 그라나다가 상대를 6-2로 완파하며 승점 3점을 가져왔다. 

STN스포츠=이형주 기자

total87910@stnsport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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