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로 속 들여다보고 당도 까다롭게 따지고..대형마트들은 '과일 전쟁' 중

롯데마트, 'AI 시스템'으로 과일 선별
홈플러스·이마트, 재배부터 직접 관리
온라인몰에 없는 '신선식품' 강점 살려

진주원예농협 선별장에 설치된 인공지능(AI) 선별기로 작업자들이 멜론을 선별하고 있다. 롯데마트 제공

"당도 13브릭스(Brix), 통과."

최근 진주원예농협 선별장에 설치된 컨베이어 벨트에 신품종 '하미과' 멜론이 올라왔다. 엑스레이를 촬영하듯 근적외선으로 멜론을 촬영해 당도와 중량을 측정하는 '인공지능(AI) 선별 시스템'인데, 당도 13브릭스가 넘어야만 롯데마트에 상품을 보낼 수 있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AI 선별 시스템'을 통해 당도와 숙도, 갈변 여부까지 확인하는 만큼 소비자가 멜론 고르기에 실패할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여름을 맞아 대형마트가 과일 상품 경쟁력을 끌어올리고 있다. 수입·이색 과일 상품군을 확대하던 것에서 나아가 유통 과정을 까다롭게 개편해 품질을 높이고 나선다. 온라인 장보기가 보편화됐지만, 아직까지 과일 같은 신선식품은 직접 보고 고르는 수요가 높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각 대형마트들은 기술력을 이용해 좋은 과일을 선별하거나, 과일 재배부터 수확까지 직접 관리하며 품질 좋은 과일을 매장에 들여놓고 있다.

온라인몰 상승세 위기감…신선식품 경쟁력 강화로

홈플러스는 16일 재배부터 수확까지 직접 관리하는 '신선농장' 브랜드를 론칭했다. 사진은 홈플러스 직원들이 신선농장 브랜드인 수박을 선보이는 모습. 홈플러스 제공

대형마트가 과일 품질 관리에 힘을 쏟는 이유는 매년 고객의 입맛이 까다로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이 3,154가구를 대상으로 진행한 식품소비행태 조사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과일류를 구입할 때 중요하게 고려하는 기준은 '맛'(40.8%)과 '품질'(22.8%)로, '가격'은 18.6%에 그쳤다. 과일 구입 시 가장 먼저 확인하는 정보는 '신선도'(41.4%)였다.

무엇보다 온라인 쇼핑이 성장한 시장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대형마트만이 갖고 있는 신선식품 상품 운영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위기감이 작용했다. 한 대형마트 관계자는 "온라인몰에서 신선식품을 구매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지만 아직까진 품질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대형마트에서 구매하는 과일은 품질 면에서 실패할 일이 없다는 걸 고객에게 각인시키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지난 16일 서울 시내 한 대형마트에서 시민이 참외를 살펴보고 있다. 뉴스1

①롯데마트는 AI 기술을 이용한 'AI 선별 시스템'으로 선별한 과일을 통해 상품성을 높이기로 했다. 10개의 렌즈로 근적외선을 쏘아 대량의 화상 데이터를 얻으면 이를 분석해 중량과 당도, 수분 함량과 후숙도까지 측정하는 기술이다. 롯데마트 관계자는 "기존에 활용했던 '비파괴 당도 선별기'에서 측정하기 어려웠던 내부 갈변이나 과숙 등의 결함을 선별해내는 것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했다.

대형마트는 농가 관리까지 직접 나섰다. ②홈플러스는 재배부터 수확까지 농가와 관리하는 '신선농장' 브랜드를 16일 론칭했다. 품질관리사가 농가를 찾아 재배 관리와 기술을 지도하고, 수확한 과일은 2회 검품 등을 거쳐 매장에 진열된다. ③이마트도 최근 신선식품 브랜드 '파머스픽'을 론칭하고 직접 선별한 우수 농가에서 생산한 과일을 선보이고 있다.

당도를 나타내는 단위인 브릭스(Brix) 표기도 보편화되고 있다. 이마트는 일부 품목에만 시범 운영하던 브릭스 당도 표시를 지난달부터 12개 품목으로 확대했다. 롯데마트, 홈플러스도 수박, 사과 등 달콤한 맛이 중요한 일부 과일에 한해 브릭스를 표기한다.

과거에는 매장 직원의 도움으로 과일을 고르거나 소비자가 과일을 고르는 방법을 알아보고 선별해 구매했다면, 당도 수준을 숫자로 표기해 과일을 일일이 고르지 않아도 편하게 구매할 수 있게 됐다. 대형마트 관계자는 "예전엔 브릭스란 표현이 소비자에게 낯설 것이라 판단해 잘 사용하지 않았지만 직관적으로 당도를 보여줄 수 있는 방법으로 활용하게 됐다"며 "원래도 일정 브릭스가 넘어야 매장에 진열될 수 있는데 이를 고객에게 각인시키면서 높은 품질을 강조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소라 기자 wtnsora21@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