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일도초의 목표, 1승 상대 아닌 힘겨운 팀

이재범 2022. 6. 25. 16:5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점프볼=이재범 기자] “열심히 하면서 끈질기게 상대를 괴롭히는 팀, 1승 상대가 아니라 잘 하고 힘겨운 팀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

김경태 코치가 다시 제주 일도초로 돌아왔다. 2013년부터 일도초를 이끌었던 김경태 코치는 2020년 강원도 강릉에서 유소년 농구클럽에서 일반 아이들을 가르쳤다.

일도초가 올해 새로운 지도자를 찾았고, 김경태 코치가 지난 3월 복귀했다.

지난 22일 만난 김경태 코치는 “다시 오는 과정에서 다른 분들께서 오해를 하신다. 그 전 코치님께서 계속 일도초 코치를 하실 수 없었다”며 “(제주) 중앙여중도 코치님께서 다른 곳으로 옮기신 뒤 지도자 공모를 3차까지 했는데 아무도 지원을 하지 않아 팀이 없어졌다. 일도초도 그럴 위기라서 일도초 동문 등의 요청도 있었다. 학교에서 지도자 공모를 해서 지원해 다시 왔다”고 복귀 과정을 설명했다.

엘리트 농구를 잠시 떠나 클럽에서 아이들을 가르친 경험이 지도 철학에도 변화를 줬다.

김경태 코치는 “클럽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면서 보는 시선이 달라졌다. 그 전에는 이기는 농구와 기술 향상에 집착했다. 클럽을 통해 농구를 재미있게 즐기는 학생들이 많다는 걸 알았다. 이전에는 승부와 연습경기, 운동 환경을 걱정하고, 이기게 하는데 고민이 많았다. 클럽에서는 농구공만 줘도 좋아하고, 기술 하나를 알려줘도 좋아했다”며 “이전 7~8년 동안 가르쳤던 많은 선수들 중에서 선수를 계속 하는 게 10% 미만이다. 결국은 이들에게만 집중했던 거 같은데 나머지 선수들은 농구를 통해서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다는 이야기를 들으니까 제가 마음을 내려놓으면 다른 선수들이 농구를 즐길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열심히 하다 보면 함덕초처럼 좋은 선수들이 모여 성적도 날 수 있다. 그렇지만 그런 환경이 갖춰지기는 힘들기에 재미있게 가르치려고 한다”고 했다.

이어 “그 중에 계속 농구를 할 수 있는 선수가 1명이라도 나오면 좋겠다. 제주도에서 올라가서 운동을 하고 있는 김세창(데이원), 권순우(상명대) 등 이런 선수들이 계속 나왔으면 하는 마음이 크다”며 “과연 환경이 받쳐줄지는 모르겠다. 우리가 열심히 한다고 되는 건 아니다. 여러 생각이 든다”고 덧붙였다.

현재 일도초는 학년마다 한 반만 있으며, 1학년 중에서 남학생이 5명이라고 한다. 시간이 지난 뒤에는 남학생 대부분이 농구부를 해야 팀이 운영될 수 있는 어려운 여건이다.

일도초는 6월 초 열린 2022 전국 유소년 하모니 주말농구 권역별리그 호남권역 남자 초등부 대회에서 1승 4패를 기록했다.

김경태 코치는 “우물 안 개구리였다. 코로나19 때문에 대회 참가를 거의 못했다. 지난해 윤덕주배에 나간 걸로 안다. 대회에 출전하면 고학년 위주로 뛰더라도 저학년이 따라가서 보고 배우는 게 많다. 그런데 코로나19로 그런 경험도 하지 못했던 선수들이 대부분”이라며 “이번에 대회 준비를 하면서 왜 열심히 해야 하는지, 다른 팀이 어떻게 준비하는지 알게 되었다. 전패를 할 거라고 생각하고 배우고자 하는 마음으로 나갔다. 1승이라도 하면서 배웠다. 특히 5학년이 이번에 좋은 경험을 했다. 이들에게는 지금 형들과 경기를 하는데 내년에 다시 붙으면 더 좋아질 거라고 이야기를 해줬다. 어떤 경기는 내용이 좋아서 자신감을 얻었다. 선수들도 대회를 갔다 온 뒤 생각이 바뀌었다. 열심히 해서 이겨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더라. 이것만으로도 좋은 변화”라고 첫 대회에서 많은 패배에도 큰 성과를 거뒀다며 만족했다.

일도초는 10월 열릴 예정인 윤덕주배 연맹회장기 전국남녀초등학교 농구대회에 참가할 예정이다. 팀을 재정비할 시간을 가지고 있다.

김경태 코치는 “내년에 초점을 맞춰서 훈련을 하려고 한다. 지금 5학년이 4명이고, 클럽 대회에서 키 큰 선수를 봐뒀다. 이 선수를 합류시키는데 노력을 할 거다. 윤덕주배 때 성과를 내기보다 내년을 위한 준비 단계로 여기고, 내년에 재미있게 해보려고 한다”며 “제주도 팀이라고 무시 당하는 팀은 되지 말자고, 열심히 하면서 끈질기게 상대를 괴롭히는 팀, 1승 상대가 아니라 잘 하고 힘겨운 팀이라는 이미지를 만들고 싶다”고 다짐했다.

학생수가 적은 일도초는 힘겹게 농구부를 운영하고 있다. 일도초와 함덕초에서 농구를 시작한 다수의 선수들이 현재 중고교 무대에서 프로 선수의 꿈을 키워나가고 있다. 일도초가 명맥을 이어나가야 제주도에서 농구의 꿈을 키우는 선수가 계속 나올 수 있을 것이다.

♦ 일도초 선수 명단
고주현(167cm, F)
나지성(166cm, C)
양우준(153cm, G)
나경현(150cm, G)
강정후(153cm, G)
민병선(160cm, F)
양선우(148cm, G)
손준형(145cm, F)
차승헌(140cm, G)

#사진_ 이재범 기자

Copyright © 점프볼.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