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수의 상징' 거북, 오래 살기도 하지만 노화도 잘 안 돼

이승구 2022. 6. 25. 14:30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연구팀 "거북의 장수 이유는 체온 유지에 에너지 안쓰기 때문"
단단한 껍질 지녀 채식동물이지만 포식자·질병 등으로부터 강해
단, 거북도 백내장 걸리고 심장 약해지는 등 노화 피할 순 없어
갈라파고스 거북. 게티이미지뱅크
 
거북이는 옛날부터 장수를 상징하는 동물로 여겨왔다. 이는 300살까지 사는 거북이의 긴 수명 때문이다. 

그런데 거북이는 다른 동물들에 비해 노화의 속도도 느린 것으로 밝혀졌다. 일부 종은 노화는커녕 거꾸로 젊어지기도 했다. 

이는 거북이가 인간 등 포유류들처럼 자신의 에너지를 체온 유지를 위해 쓰지 않기 때문이라고 연구팀은 추정했다. 

23일(현지시간) 미국 일간 뉴욕타임스(NYT)의 보도에 따르면 거북 등 냉혈동물이 노화하지 않는 이유를 연구해온 연구자들은 사이언스 저널에 2편의 연구결과를 발표했다. 

이전의 노화 연구는 주로 포유류나 조류 등 온혈동물을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물고기와 파충류, 양서류와 같은 냉혈동물이 훨씬 수명이 길다. 

예를 들어 유럽 남부 지중해 연안 동굴에 서식하는 올름이라는 도롱뇽은 100년 가까이 살고, 자이언트 거북은 200년을 산다. 올해 초 세이셸 군도의 조나산이라는 이름의 자이언트 거북은 190회 생일을 맞았다. 

연구팀은 거북이를 비롯해 코모도 도마뱀, 가터뱀, 청개구리 등 파충류와 양서류 77종을 조사했다. 연구한 논문은 이들의 대사 특성이 노화와 수명에 미치는 영향을 수십 년 동안 자료를 수집해 분석했다. 

연구자인 베스 레인케 노스이스턴 일리노이대 진화생물학 교수는 “광범위한 분류학적 방법으로 노화 진행의 핵심을 파악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바다거북. 게티이미지뱅크
 
이렇게 오래 살기 위해서는 완만한 노화 곡선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동물은 성적으로 성숙해지면 대부분의 에너지를 노화 세포의 치유가 아닌 번식에 사용한다. 이러한 신체적 악화 또는 노화는 나이 든 동물들이 포식자나 질병에 취약해지면서 사망 위험이 늘어나는 원인이 된다. 그러나 일부 냉혈동물들은 나이를 먹어도 노화를 경험하지 않는다.쇠해지지 않는다. 

냉혈동물들이 노화를 잘 이겨내는 이유를 설명하는 한 가지 가설은 이들이 주변 환경에 의존해 체온을 조절하기 때문에 흡열 대사를 하는 온혈동물과 달리 에너지 소모가 많은 대사를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그러나 레인케 박사와 동료들이 발견한 것은 좀 더 복잡했다. 그들은 냉혈동물 중에서도 크기가 비슷한 온혈동물보다 노화가 빠르게 진행되는 종이 있음을 지적했다. 도마뱀과 뱀의 노화 속도는 편차가 크지만 일부 악어와 도롱뇽, (뉴질랜드 서식) 수수께끼 큰 도마뱀은 극단적으로 노화 속도가 느리다. 

그러나 모든 품종의 노화 속도가 느린 것이 거북과 장수거북이다. 

다른 논문은 거북의 노화가 느린 점에 대해 집중적으로 파헤쳤다. 연구자들은 동물원과 수족관에 사는 거북 52종의 노화현상을 추적했다. 

그 결과, 알다브라 자이언트 거북과 팬케이크 거북 등 조사대상의 75%가 노화가 거의 진행되지 않는 것을 확인했다. 그리스 거북과 검은 늪거북은 거꾸로 젊어지기도 했다. 나이가 들수록 잔존 수명이 길어진 것이다. 80%가량이 현대 인간보다 노화 속도가 느렸다. 

거북이들은 대사 속도가 느린 점에서 항노화 동물의 표준이라고 할 수 있다. 연구자들은 또 거북의 단단한 껍질 덕분에 거북이들이 오래 살 수 있다는 점도 지적했다. 거의 채식 동물인 거북이지만 단단한 껍질의 보호를 톡톡히 받는다는 것이다.

하와이 거북이. 게티이미지뱅크
 
조사대상 거북들이 포획된 상태에서 잘 보호받으며 산다는 것을 고려할 때 노화 속도가 느리다는 건 이례적이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극저온 보존 상태에서도 노화가 진행되는 인간과 달리 포획돼 생활하는 거북이는 동물원의 환경이 노화를 느리게 만드는 증거가 될 수 있다. 안락한 외기 온도 속에서 과일과 채소를 충분히 먹으며 살 수 있기 때문이다. 

논문 저자인 서던 덴마크대 인구 생물학자 리타 다 실바는 “동물원에 있는 거북들과 야생 거북을 모두 조사한 끝에 보호받는 거북이의 노화가 느려진다는 것을 확인했다”라고 말했다. 그는 “인간의 경우 환경이 갈수록 개선되고 있지만 노화 속도는 늦춰지지 않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장수거북의 멸종 위기가 수십 년 동안 이어지고 있다. 이에 대해 거북이들도 영원히 젊지는 않다고 서던 캘리포니아대 노인학자 칼렙 핀치가 밝혔다. 노인들과 마찬가지로 늙은 거북은 눈이 나빠지고 심장이 약해진다는 것이다. 

“백내장에 걸려서 손으로 먹이를 먹여야 하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눈이 먼 거북은 야생에서 생존할 수 없다. 따라서 거북도 나이를 먹는다는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강조했다. 

굼뜨게 움직이는 거북이들도 세월을 이길 수는 없지만, 수명을 연장하고 나이가 먹으면서 노쇠해지는 것을 막는데 필요한 통찰력을 제공한다. 

다 실바 박사는 “거북이의 노화 진화 과정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면 거북이와 사람의 노화 사이의 연관성을 찾아낼 수 있을 때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구 온라인 뉴스 기자 lee_owl@segye.com

Copyright © 세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