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고르기 vs 추세적 하락'..원유 투자 현주소는
올해 원유 투자 상품 수익률 고공행진 중
향후 전망 제한적..포트폴리오 확대 필요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각국 중앙은행들이 금리 인상을 단행하면서 코로나19 팬데믹(대유행) 당시 급등한 자산 가격의 거품이 빠지고 있다. 가상화폐를 비롯해 주식, 부동산 등이 조정 국면에 진입한 가운데 유일하게 가치가 상승한 자산이 있다. 원자재 및 에너지 섹터다.
그중에서도 국제 유가가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렸다. 관련 펀드의 성과도 덩달아 뛰었다. 다만, 최근 들어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급등과 급락을 반복하고 있어서다.
급변하는 가격 방향성을 예측하는 것도 쉽지 않다. 전문가들은 이럴 때 일수록 섹터 전반에 투자하는 간접 투자 상품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유가 랠리 불 지핀 요인은
23일(현지시간)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8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 선물 가격은 전 거래일 대비 1.92달러(1.80%) 하락한 배럴당 104.27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한 달 반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상승 랠리가 시작된 연초 가격 대에 비하면 아직 높은 수준이다.
런던ICE선물거래소에서 거래되는 브렌트유 8월 인도분 선물 가격 역시 배럴당 110달러 선이 무너졌다. 마찬가지로 지난달 12일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지만 올해 들어 40% 가까이 급등한 상태다.
WTI나 브렌트유 등 국제 유가가 거침없이 오르기 시작한 시기는 2월 하순부터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 전쟁으로 인한 동유럽발 지정학적 리스크가 본격적으로 부각되면서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실제 지난 3월초 두 유종의 선물 가격은 장중 배럴당 13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이는 2008년 7월 기록한 147달러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었다. 당시에는 미국의 러시아산 석유 수입 금지 방안 검토와 함께 사우디아라비아의 원유 가격 인상, 리비아의 생산량 감축 등이 동시에 겹치면서 원유 가격을 끌어 올렸다.
상황은 바뀌었지만 한 번 오른 가격은 아직까지 높은 수준에 위치해 있다. 공급 부족에 대한 우려가 꾸준히 제기되고 있기 때문이다.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 연합체인 오펙플러스(OPEC+)가 7~8월 간 석유 증산을 합의했지만 당분간 수요 이상의 공급이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어서다.
김소현 대신증권 연구원은 "공격적인 금리 인상과 경기둔화에 대한 우려로 원유 수요 둔화 우려가 높아졌지만 여전히 원유 공급 차질에 대해 더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판단한다"며 "단기적으로 원유 공급이 늘어날 수 있는 대안이 제한적"이라고 진단했다.
독주하는 원유 상품…투자 판단 안 설 땐
올해 들어 계속되는 유가 상승세는 관련 상품들의 성과도 끌어올렸다. 각종 기초 지수에 역베팅하는 인버스 및 곱버스(인버스 2배) 상품을 제외하면 가장 높은 수준의 수익률을 자랑하고 있기 때문이다.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운용 규모 100억원 이상의 펀드 가운데 연초 이후 가장 높은 성과를 올리고 있는 상품은 삼성자산운용에서 내놓은 '삼성WTI원유특별자산투자신탁 1[WTI원유-파생형](A)'이다. 6개월 남짓한 기간 동안 집계된 수익률만 55%를 넘어선다.
상장지수펀드(ETF)도 마찬가지다. 원유 선물에 투자하는 대표적인 두 상품인 'KODEX WTI원유선물(H)'와 'TIGER 원유선물(H)'도 같은 기간 수익률이 나란히 50%를 넘어섰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원유선물(H)이 55.4%로 소폭 앞서지만 크게 차이나지는 않는다.
대부분의 자산 가격이 곤두박질 친 것과 큰 대조를 이룬다. 다만, 최근 들어 변동성이 확대되는 모양새다. 큰 폭의 가격 등락이 계속되고 있어서다. WTI 선물의 경우 이달 14일(현지 시간) 배럴 당 3% 넘는 하락 폭이 관찰됐지만 이어진 다음 거래에서 2% 가까이 반등했다. 그리고 16일 6% 넘게 급락했다.
브렌트유 선물 가격도 크게 다르지 않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관련 상품 성과에 고스란히 반영되고 있다. 최근 3개월간 9% 가까운 수익률 내보인 삼성WTI원유특별자산투자신탁 1[WTI원유-파생형](A)의 한달간 성적은 1.4%다. 국제 유가가 뒷걸음질치면서 수익률도 축소됐다.
두 ETF 상품도 간신히 수익권 내에 위치해 있지만 기초 자산인 원유 선물 가격에 따라 마이너스 전환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당장에는 공급이 수요를 따라잡기 힘들 것이라는 전망에 힘이 실리고 있다.
현재와 같은 일시적인 숨 고르기 이후 반등을 통한 유가 고공행진이 계속된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다만, 미국을 필두로 유가 안정화 작업도 동시에 이뤄지고 있어 현재로선 유의미한 예측이 어려운 상황이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현재 국제 유가 전망을 두고 의견이 혼재돼 있는 상황"이라며 "추세적인 예측이 어려운 만큼 원유 투자를 고려하고 있다면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국내에 판매되고 있는 상품 중에서도 에너지 섹터 전반에 투자하는 상품도 찾아볼 수 있다"며 "현재로선 넓은 범위에 투자하는 상품이 고려 대상으로 적합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최이레 (ire@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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