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즈 라이트이어'가 보여준 식량위기 해법..머지않아 현실된다
[편집자주] '테크업팩토리'는 스타트업과 투자업계에서 가장 '핫'한 미래유망기술을 알아보는 코너입니다. 우리의 일상과 산업의 지형을 바꿀 미래유망기술의 연구개발 동향과 상용화 시점, 성장 가능성 등을 짚어봅니다.
15일 개봉한 디즈니·픽사 신작 '버즈 라이트이어'엔 관객들에게 다소 생소하게 다가오는 장면이 하나 있다. 주인공 버즈 라이트이어가 묵는 숙소 주방 싱크대 서랍장엔 아침용·점심용·저녁용으로 표기된 도시락 상자 수십여개가 켜켜이 쌓여 있다. 버즈는 이중 저녁용 도시락을 꺼내 연다. 그 안엔 삼각형 모양의 젤 같은 물질이 각기 다른 색상으로 3개가 들어가 있다. 이중 하나엔 '고기'라고 표기돼 있다. 이는 3차원(D) 푸드 프린터와 식물성 단백질 소재를 이용해 만든 '대체육'을 묘사한 것이다.
3D 푸드 프린터는 재료나 모양·식감을 판매자가 설계한 데로 만들 수 있다. 업계에 따르면 대량 수공업으로 이뤄지던 기존 식품산업이 3D프린터 기술과 융합하면서 면역력·영양가·저칼로리 등 기능성이 강조된 '개인 맞춤형 소량 생산' 형태로 변하고 있다.
'미래 식품'을 만들어 내는 3D 프린팅 기술이 진화를 거듭하면서 이젠 스크린 뿐만 아니라 우리 실제 생활 속으로도 점점 파고들고 있다.
◇고기를 '출력'하는 시대=3D 푸드 프린터는 우리 식탁을 바꿔 놓고 있다. 코트라(KOTRA,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에 따르면 이스라엘 대체식료품 개발 스타트업 알렙 팜스(Aleph Farms)는 동물 세포를 이용해 사람이 섭취할 수 있는 인공육류를 생산한다.
동물에서 채취한 근섬유를 동물의 체외에서 배양하고 이를 3D 프린터를 사용해 실제 스테이크와 흡사한 질감과 모양으로 출력해낸다. 작년 세계 최초로 배양 꽃등심 생산에 성공했다.
일본 오사카대 마츠자키 미치야 교수 연구팀은 지난해 중순 3D 프린터로 와규 배양육을 인쇄하는데 성공했다. 소 줄기세포를 근육과 혈관, 지방 섬유로 분화시킨 뒤 이를 층층이 쌓는 방식으로 와규 소고기 조직을 그대로 구현한 것이다.
국내에선 이화여대 기술지주 자회사인 슈팹이 3D 푸드 프린터를 활용해 만드는 대체육의 식감 개선과 함께 체내 흡수를 원활하게 할 수 있는 재료의 미세 구조를 연구하고 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전세계 3D 식품 프린팅 시장 규모가 2023년까지 연평균 46.1%씩, 약 64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코트라 관계자는 "우주나 사막, 남북극 지방 등 육류 수급이 수월치 않은 지역에서도 앞으로 안심, 등심 등 취향별로 스테이크를 선택해 출력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로켓도 찍어낸다=우주 산업에서도 3D 프린팅 기술이 각광받고 있다. 미국 스타트업 '렐러티비티 스페이스'는 3D프린터로 로켓(발사체) 부품을 제작한다. 로켓 조립을 위해선 소량·다품종 부품을 제작해야 한다. 이를 위한 금형·주조 작업에 적잖은 비용과 시간이 든다.
이 업체는 자체 개발한 3D 프린터로 엔진을 포함한 모든 부품을 제작한다. 조립식이 아닌 각 부품이 연결된 형태로 로켓부품을 통으로 찍어내므로 기존 부품을 100분의 1 수준으로 대폭 줄였을 뿐 아니라 로켓 제작 기간도 60일 이내로 단축시킬 수 있다는 게 회사 측의 설명이다. 렐러티비티는 3D프린터로 만든 로켓 '테란R'를 오는 2024년 우주로 쏘아올릴 계획이다.
◇귀도 만들어 이식한다=지난달 미국 재생의학 분야 바이오테크 기업인 3D바이오쎄라퓨틱스는 3D 프린터로 사람의 세포를 이용해 생체조직 귀를 제작, 이식하는데 성공했다. 3D 프린터는 각종 의료기기도 제작할 수 있다. 국내 바이오기업인 세렌메디도 이달 3D 프린터로 부목(제품명: 엑스캐스트)을 개발, 발목 골절환자에게 처음 적용했다. 전문가들은 환자 맞춤형 임플란트, 세포를 3차원적으로 출력해 만든 인공 조직 등 앞으로 3D 프린팅 기술을 적용할 분야가 계속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3D 프린팅 기술이 전통 제조 방식을 바꿀 수 있는 '게임 체인저'가 되어 가고 있지만 국내 사정은 사뭇 다르다. 기술 성장이 더뎌 아직 초기 시장에 머문다. 한국과학기술정보연구원(KISTI)이 발간한 '3D프린팅 산업 활성화 방안 연구' 보고서에 따르면 3D프린팅 기술을 산업화하는 데 기반이 약한 상태로 해외 기업이 앞서 개발한 기술을 추격하는 수준에 머물고 있다는 진단이다.
보고서는 국내 3D프린팅산업 저성장 배경으로 수요기업의 보수적인 투자, 관련 분야 융합형 고급인력 부족 등을 꼽았다. 김재수 KISTI 원장은 "현재 3D프린팅 산업에 참여하고 있는 기존 기업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스타트업들이 신규로 참여해 소재, 장비, 소프트웨어, 애플리케이션 영역에서 시장을 선도할 수 있는 혁신적인 솔루션을 개발하는 등의 협업체계 구축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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