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미성년자 이스포츠 선수의 불공정 계약 문제가 큰 논란이 된 지 2년 반이 지났다. 당시 이 사태는 게임을 잘 모르는 대중들에게도 널리 알려질 만큼 큰 관심을 받았다. 상황이 이렇게 악화될 때까지 방치되고 있었던 데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프로게이머의 특성상 미성년자이거나 낮은 연령의 선수들이 많기 때문이다. 당연히 계약 같은 복잡한 법률행위를 꼼꼼히 들여다 보기도 어렵고, 계약 대상이 해외팀일 경우 문제가 더욱 복잡해진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더불어
과거 선수들의 계약 대행 역할을 했던 브로커들에게도 큰 책임이 있다. 브로커는 비공식 대리인이기 때문에 투명성이 없고, 구속력도 없어 계약이 불안정할 수 밖에 없다. 전문적인 법률자문 지원이나 세무처리는 언감생심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브로커와 선수, 브로커와 구단간 맺어지는 이중계약부터 계약 수수료 사기, 주전선수 및 기본적인 선수 권한이 포함되어 있지 않은 불공정 계약, 정식의 취업비자가 아닌 관광비자 문제 등 다양한 피해 사례가 브로커로 인해 발생했다. 그럼에도 ‘업계 관행’이라는 말로 악습이 포장되어 불공정 계약들이 종종 맺어졌고, 결국 이 폐단은 앞서 언급한 사태로 이어지게 되었던 것이다.
한가지 흥미로운 점은 우리 이스포츠계가 이 일로 크게 홍역을 치루고 나자 브로커를 대신해 전문 에이전트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사실을 꼽을 수 있다. 이들 전문 에이전시 및 에이전트는 잿밥에만 눈이 어두웠던 브로커들에 비해 여러 면에서 차별화됐다. 연봉 협상 및 계약 대행같은 기본적인 역할 외에도 일정관리, 멘탈 케어, 마케팅 및 언론 대응, 법률 업무 대리까지 다양한 업무를 수행하는 곳들도 생기고 있다.
이같은 장점이 있는 반면, 보완이 필요한 부분도 많다. 일단 법률지식 및 계약에 대한 전문성과 이스포츠에 대한 이해도를 모두 충족하는 에이전트가 아직은 많지 않다. 나아가 사실상 브로커와 다를 바 없는 수준의 에이전트들도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그런가하면 선수 계약 과정에서 계약 수준에 대한 정보가 사전에 유출되어 논란이 된 적도 있고, 심지어 팀간 경쟁을 붙이기 위해 고의로 각 팀들이 제시한 계약 수준이 어느 정도인지 정보를 흘렸다는 소문이 돈 적도 있다. 또한 에이전트의 영향력이 점차 커져가는 것에 비해 과실에 대한 책임은 없다시피 하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스포츠 에이전트의 규격화와 제도화가 필요한 시점이다. 선수들의 권익이 보호되기 위해서는 전문성 있는 에이전트들만 활동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되어야 한다. 무분별한 에이전트의 난립은 이들에 대한 신뢰도를 낮추고 선수뿐만 아니라 팀에도 막대한 피해를 끼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제도화가 되기까지 넘어야할 장애물이 만만찮다. 허가제로 갈지 신고제로 갈지, 이스포츠 종목마다 특성이 상이한데 이를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IP와의 관계를 어떻게 설정할 것인지 등 고려가 필요한 사안이 수없이 많다.
또한 에이전트 시스템이 구속력을 가지기 위해서는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하는지도 판단이 필요한데, 현행법상 에이전트 관련 조항은 전무하다. 과거 스포츠산업진흥법에 에이전트 관련 조항을 넣으려는 시도는 있었다. 그러나 에이전트는 사적 영역이기 때문에 법을 통해 공적 영역에 넣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의견으로 인해 무산되었다. 좀 더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 이에 다음 글에서 이스포츠 에이전트가 제도권에 들어오기 위해서 검토되어야 할 사안들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고자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