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로 가자!" 도지코인, 범죄 악용↑..'댕댕이 코인'의 두 얼굴
도지코인 몸값이 올라가자 이를 노린 '검은 손'도 늘어났다. 지난 22일(현지시간) 블록체인 분석업체 '엘립틱 커넥트'(Elliptic Connect·이하 '엘립틱')은 "도지코인 인기가 높아지면서 범죄자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며 "범죄와 관련된 수백만 달러 가치의 도지코인 거래를 확인했고, 스캠·폰지 사기를 비롯해 테러조직 자금 조달 및 아동 성착취물 거래 등에도 활용되고 있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공개했다.
엘립틱에 따르면 지난해 이스라엘 국가테러방지금융국이 압수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관련 가상화폐 지갑 84개 중에는 4만235달러(약 5200만원) 상당의 도지코인이 들어있는 지갑도 포함돼 있었다. 이스라엘 정부가 압수한 하마스 연계 가상화폐 금액은 △테더 413만2107달러(약 53억7100만원) △비트코인 339만6305달러 (약 44억1500만원)△트론 16만5555달러(약 2억1500만원) △이더리움 5만1129달러(약 6646만원) △도지코인 4만235달러(약 5200만원) △기타 2140달러(약 280만원) 순이다. 엘립틱은 "비트코인과 테더에 비해 도지코인 비중은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나, 하마스같은 무장조직이 다양한 가상화폐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는 증거"라고 분석했다.
이외에도 2020년 중국 당국이 폰지 사기와 관련된 도지코인 2000만달러(약 260억원) 이상을 압수한 사례, 지난해 터키에서 발생한 1억1900만달러(약 1540억원) 규모의 도지코인 채굴 사기 등도 언급됐다. 이 같은 절도·사기범죄에 도지코인이 활용된 사례는 50건 이상으로, 피해액은 수억달러로 추산된다. 도지코인은 극우단체의 자금조달이나 마약 거래에도 사용되고 있다고 엘립틱은 전했다.
최화인 블록체인 에반젤리스트는 "가상화폐가 범죄에 악용된다는 건 그 가상화폐의 활용성이 크다는 증거"라며 "특히 도지코인은 전 세계적으로 유동성이 크고 상장된 거래소도 많아 현금화에 적합한 옵션이 됐다. 다른 밈 코인들이 소리소문 없이 사라지는 반면, 도지코인의 경우는 일론 머스크라는 일종의 자산 인프라가 있는 것"이라고 봤다.
한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 역시 "도지코인이 밈 코인이긴 하지만 주목도가 높아 사용하는 이들이 많다"며 "비트코인이나 이더리움만큼 메이저는 아니지만 충분히 거래되고 있는 만큼 활용도가 크다"고 말했다.
범죄에 악용된 밈 코인은 도지코인만이 아니다. 지난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오징어게임'을 모티프로 제작된 '스퀴드 코인'은 프로젝트 자체가 사기로 드러난 바 있다. 개당 가격 2800달러(약 340만원)까지 급상승했던 스퀴드 코인은 개발진이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코인을 모두 현금화하면서 휴짓조각이 됐다. 같은 해 K팝 트렌드를 선도할 대표 밈 코인으로 홍보된 '진도지 코인' 역시 개발진이 전체 물량의 15%를 한 번에 매도해 20~30억원의 이익을 챙긴 뒤 잠적하며 스캠코인으로 밝혀졌다.
홍기훈 홍익대 경영학과 교수는 "밈 코인은 사업성을 목적으로 만든 코인이 아니다보니 백서 내용도 부실한 점이 많다"며 "밈의 특성상 자산 가치는 없기 때문에 밈 코인을 사야 한다면 투자 수단보다는 장난감처럼 재미 요소로만 보는 게 더 맞을 것"이라고 말했다.
최 에반젤리스트도 "밈 코인은 마니아들의 게임 문화처럼 재미로 즐기는 형태"라며 "순간의 트렌드를 보고 '재미로 사보는 것' 정도의 존재이지, 투자 개념으로 접근하기에는 적절치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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