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토씨 하나에 전 세계가 일희일비..Fed가 뭐길래
[스페셜 리포트] Fed가 뭐길래
“1990년대만 해도 ‘나스닥 종목’ 아니냐고 그랬어요. 그만큼 관심이 없었죠.” 30년 차 채권 애널리스트 A 씨는 최근 미국 중앙은행(Fed)에 대한 세기의 관심이 새삼스럽다. 그때만 해도 한국에서 Fed를 아는 사람들은 몇 명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금은 다르다. 정부 관료, 경제 전문가, 투자자, 경제 공부를 시작한 대학생 등 모두 제롬 파월 Fed 의장의 입만 바라보고 있다. 아침을 파월 의장의 얼굴 보는 것으로 시작한다는 투자자들도 많다. 미국의 금리 결정은 주가·환율·물가·부동산 등 글로벌 경제 전체에 큰 영향을 미친다.
그들은 어떻게 세계 경제의 지배자가 됐을까. 세계 경제를 움직이는 큰손, Fed와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 대한 궁금증을 정리했다.
Q. 왜 지금 Fed인가요?
1년 새 각종 경제 지표가 엉망이 됐다. 고유가·고금리에 더해 코스피지수는 연신 추락 중이다. 원·달러 환율은 거듭 지붕을 뚫고 치솟는 중이다. 이유는 다양하다. 하지만 그 배경을 쫓다 보면 결국 하나의 기관과 마주친다. 세계 경제를 주무르는 Fed다.
2020년 코로나19 사태란 전대미문의 쇼크에 전 세계가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하자 Fed는 돈을 뿌렸다. 기준금리 인하와 양적 완화(QE)가 그들이 선택한 무기였다. 전 세계 중앙은행은 Fed의 뒤를 쫓았다. 이후 주식·채권·부동산·암호화폐까지 모두 강세로 돌아섰다.
양적 완화는 죽어 가는 경제에 숨통을 불어넣는 긴급 처방전이다. 중앙은행이 돈을 대규모로 발행해 찍어낸 돈으로 국가가 발행한 채권인 국채나 민간 기업이 발행한 회사채를 매입해 시중에 돈을 대량으로 유입시키는 통화 정책이다. 나라에 돈의 공급이 늘어나면 돈의 가치는 떨어지게 된다. 양적 완화는 금리 인하보다 더 급격하게 돈의 가치를 떨어뜨린다. 돈의 가치가 떨어지면 자산의 가치는 올라간다. 부동산·주식·원자재 등 실물 자산의 가치가 급격히 상승한다. 코로나19 사태 당시 불황에도 자산 시장이 급등한 이유다.
파티는 끝났다. 2022년 3월까지 이어진 Fed의 양적 완화 정책이 반대로 선회했다. 2020년과는 정반대 상황이다. Fed에서 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기구인 FOMC는 지난 3월 치솟는 물가를 잡기 위해 2년 만에 처음으로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올리며 제로 금리 시대에 종언을 고했다. 2020년 3월 1.25%에서 1.00%포인트 인하한 0.25%로 조정한 이후 무려 2년간 제자리였던 기준금리의 변화다.
이후 조정은 가팔랐다. 5월 22년 만의 최대 폭인 0.5%포인트(빅 스텝) 금리 인상을, 6월 그보다 한 단계 뛴 0.75%포인트 금리 인상이라는 자이언트 스텝을 밟았다. 1994년 이후 28년 만에 처음 있는 일이다. 파월 의장은 “(6월) 인상에도 불구하고 연방기금금리는 아직 1.6% 수준에 있다”며 “위원회(FOMC)는 금리를 신속하게 더욱 정상적인 수준으로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은 출렁였다. 예견된 금리 인상에도 속도와 규모를 놓고 혼돈이 멈추지 않았다.
Q. ‘Fed에 맞서지 말라’고요?
파월 의장의 발언은 10년 전을 떠올리게 한다. 2013년 6월 13일 벤 버냉키 당시 미국 Fed 의장이 “2014년 중반 양적 완화를 중단하겠다”고 발언한 다음날 세계 주요 증시의 주가가 큰 폭으로 떨어지고 금리와 환율은 치솟았다. 버냉키 전 의장의 말 한마디에 세계 경제가 뒤틀리자 시장은 이를 ‘버냉키 쇼크’라고 불렀다.
파월 의장과 버냉키 전 의장. 어떻게 이들의 말 한마디에 세계 경제가 좌우될 수 있을까. 빌 클린턴 전 미국 대통령은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인물이 누구인지 묻는 기자의 질문에 곧장 곁에 있는 사람을 가리켰다. 앨런 그린스펀 Fed 전 의장이다. Fed의 무소불위의 힘을 보여주는 유명한 일화다. 오죽하면 미국 증시에는 ‘Fed에 맞서지 마라(Don’t fight the Fed)’는 격언이 있을 정도다.
실제 파월 의장은 CNBC와의 인터뷰에서 “Fed의 힘은 제한이 없다”고 말했다. 이러한 힘으로 코로나19 사태 당시 경제 쇼크에 맞서기 위해 무제한 양적 완화는 물론 회사채를 직접적으로 매입하기 시작했고 주정부의 채권도 사들였다. 유례가 없는 전방위적 행보였다.
Fed의 강력한 영향력은 세계 기축 통화인 ‘달러’의 통화량을 조절하는 유일한 기관이라는 데서 온다. 미국은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양적 완화를 통해 달러를 지속적으로 찍어 냈다. 양이 많아지면 돈의 가치는 떨어지는 것이 상식이다.
하지만 미국 달러는 상식과 동떨어진 모습을 보인다. 글로벌 금융 위기 이후 달러 가치는 일시적으로 흔들린 적이 있지만 여전히 굳건한 위상을 지키고 있다. 달러화가 세계 제1의 기축 통화이기 때문이다. 세계 경제가 불안할수록 사람들은 그래도 믿을 수 있는 것은 달러라고 생각한다. 안전 자산 달러가 가진 ‘역설’이다.
Q. Fed, FOMC 정확히 뭣 하는 곳이에요?
달러의 통화량을 조절하는 유일한 기관, Fed는 어떻게 탄생했을까.
미국에서 1907년 공황이 일어났다. JP모간의 주도로 이 공황을 수습했다. 이후 중앙은행 설립 필요성에 대한 여론이 높아지자 미국의 가문들이 나섰다. 1910년 JP모간·로스차일드·록펠러 등의 가문을 대리하는 인물들이 JP모간이 소유하고 있던 조지아 앞바다에 있는 지킬섬에 모였다. 이 회의를 주도한 인물은 넬슨 올드리치 상원의원으로 존 록펠러(2세)의 장인이었다. 이들은 중앙은행을 민간 주도로 설립하기로 의견을 모았다. 올드리치 의원이 이 법안을 준비했지만 반대파에 의해 실패로 돌아갔다.
민간 주도 중앙은행 설립에 또 다른 걸림돌이 있었다. 1912년 대통령 선거에서 재선이 확실시되던 월리엄 하워드 태프트 대통령이었다. 그는 금융 트러스트의 편이 아니었다. 이 연임을 막기 위해 금융가는 전임 대통령이었던 시어도어 루스벨트를 출마시켰다. 루스벨트 전 대통령이 태프트 대통령의 표를 잠식하며 민주당의 우드로 윌슨이 대통령에 당선된다. 윌슨 대통령은 1913년 의회를 통과한 연방준비법에 서명함으로써 Fed가 탄생한다. Fed의 주요 주주가 민간 금융사가 된 역사적 배경이다.
조직 형태도 특이하다. 다른 나라처럼 중앙은행 하나만 있는 형태가 아니다. 연방이라는 미국의 특성 때문이다. 중앙은행이 생기면 대도시 은행의 이익과 소도시, 농촌 지역 은행 이익이 대립된다는 우려를 불식하기 위해 본부는 워싱턴에 두고 각 지역별로 12개의 연방준비제도 소속 은행을 설립했다. 가끔 뉴스에 뉴욕 연방은행 총재, 시카고 연방은행 총재가 등장하는 이유다.
이렇게 1913년 창설된 Fed는 미국의 중앙은행으로 연방준비제도이사회, 12개의 연방준비은행(FRB : Federal Reserve Bank),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 Federal Open market Committee : FOMC)와 약 2800개의 회원 은행 등의 독립 기관으로 구성됐다.
12개 연방준비은행의 운영을 감독하는 것이 워싱턴에 있는 연방준비제도이사회다. 이사회 구성원은 의장과 부의장을 포함해 총 7명으로, 미국 대통령이 지명하고 상원의 투표로 승인된다.
이 중 글로벌 경제 대통령이자 이사회의 수장인 Fed 의장은 4년의 임기 동안 의장직을 수행하며 이후 연임이 가능하다. Fed 의장의 말 한마디 무게는 엄청나다. 경기에 대한 판단, 향후 금리 정책에 대한 전망 등을 발언할 때마다 세계 경제가 크게 출렁인다. 버냉키 쇼크나 파월 발언 이후 경제 지표가 급변화한 사례들이 단적인 예다.
이 이사회 안에 FOMC가 있다. 통화량을 줄이거나 늘림으로써 나라 경기를 조절하는 ‘통화 정책’을 결정하는 기관이다. 한국은행의 금융통화위원회와 같은 통화 신용 정책의 최고 의결 기관이다.
FOMC는 최대 12명의 의결권을 가진 위원으로 구성된다. Fed 의장(FOMC 의장)을 비롯한 이사회 위원 7명, 뉴욕 연방준비은행 총재(FOMC 부의장)와 기타 11명의 준비은행 총재 중 4명(매년 교대로 투표권 행사)이 1년에 8번의 정기 회의를 개최한다. 이 중 3·6·9·12월에 열리는 FOMC가 매우 중요한 성격을 가진다. 세계가 주목하는 바로 그날이다.
Q. Fed의 목표는 옳은 일만 하나요?
Fed의 목표는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이다. 그중 최대 고용은 과거 다른 나라에서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한국은행 등 많은 나라 중앙은행이 물가 안정 외에 다른 목표를 법적으로 명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물가에만 집중하면 고용 등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다시 Fed 얘기로 돌아가자. 미 의회는 Fed가 두 마리 토끼 잡기에 집중할 수 있게 정치적 압력에서 자유롭게 구조를 짰다. 임기를 지정하고 11명의 준비은행 총재의 경우 매년 교대로 투표권을 주는 식이다. 또 Fed가 통화 정책을 어떻게 관리하고 있는지에 정기적으로 증언하고 의회에 보고할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이사회와 FOMC의 결정은 대통령이나 다른 누구의 승인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독립성 보장이다.
Fed는 의회 예산 절차를 통해 자금을 받지 않는다. 연준의 수입은 주로 시장 운영을 통해 취득한 정부 증권에 대한 이자에서 나온다. Fed는 미국 정부에 달러를 발행해 주는 대신 미국 정부에서 이자를 받는다. 주주를 위한 일부 배당금을 제외하고 나머지는 미국 재무부에 귀속된다.
하지만 Fed의 독립성에 의혹은 뒤따른다. 정부가 아닌 민간에서다. 실제 Fed는 한 나라의 중앙은행이지만 속살을 들여다보면 민간과 공공의 성격을 동시에 갖고 있다. Fed 역시 “연방준비제도의 일부는 민간 부문 기관과 일부 특성을 공유하지만 이사회는 공익을 위해 설립됐다”고 설명한다. Fed의 실질적 임무를 집행하는 뉴욕연방준비은행은 세계적인 금융가들이 소유한 6개 은행이 지분의 절반 이상을 소유하고 있다. 이 밖에 나머지 11개 연방준비은행의 자본금에도 대형 민간 은행 소유주의 출자금이 포함돼 있다.
중국 쑹흥빙은 ‘화폐전쟁’이란 책에서 “연방준비은행을 주도하는 것은 뉴욕 은행가”라며 “Fed가 개인 소유의 민영 은행”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는 연방준비은행을 설립한 진정한 막후 세력으로 미국 대부분의 인프라 산업과 자원을 관장하는 JP모간그룹과 스탠더드오일·씨티은행 등 월가 자본을 꼽았고 그들이 구성하는 자본의 핵심 축이 미국을 통제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책 ‘달러’의 저자 엘렌 H. 브라운 역시 월가의 은행들이 출자해 만든 엄연한 민간 은행으로, Fed로 인해 세계 경제가 위험에 빠지고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다. 그는 “달러를 발행할 권한이 없는 정부와 국민이 하나같이 거대 은행가들이 내준 달러의 부채 거품 위에 올라앉게 됐다는 것이 문제의 본질”이라며 “근거 없는 달러의 발행과 부채를 기반으로 하는 현대의 금융 시스템이 거품의 배경이자 근본 원인이며 이 덫에 지금 미국과 전 세계가 함께 걸려든 것”이라고 꼬집는다.
Fed 측은 이러한 주장이 억측이라고 반박한다. 연준법에 따라 미국 의회의 통제를 받는 엄연한 국가 기구로, 준비은행은 영리를 목적으로 운영되지 않기 때문에 개인 회사에서 주식을 소유하는 것과는 다르다는 것이다.
Q. 앞으로 인플레이션은 어떻게 될까요?
Fed가 정한 미국 물가 상승률 목표치는 2%다. Fed는 장기적으로 2%의 인플레이션이 최대 고용과 물가 안정을 잡으려는 연준의 목표와 가장 일치한다고 보고 있다. 앨런 그리스펀 전 의장 시절에 이와 가장 유사한 수준에 접근했다.
현 파월 의장 또한 6월 자이언트 스텝 발표 이후 “저와 동료들은 물가 상승률을 목표치인 2% 수준으로 되돌리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 둔화를 감수하고서라도 금리를 올리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현재 미국의 5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은 8.6%로 1981년 이후 최고치를 찍고 있다. Fed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목표치인 2%에 다다르려면 기준금리를 최소 4% 이상, 7%까지도 올려야 물가를 잡을 수 있다.
앞서 파월 의장은 지난 5월 빅 스텝 직후 0.75%포인트 금리 인상 가능성에 선을 그었지만 잡히지 않는 물가에 자이언트 스텝으로 금리를 대폭 인상하는 초강수를 뒀다. 시장은 7월에도 또 한 차례의 자이언트 스텝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실제 Fed 인사들은 물가에 강력히 대응해야 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연달아 내놓고 있다.
인플레이션을 잡기 위한 Fed의 나비 효과는 경기 침체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7월 우리는 다시 Fed의 결정을 주목하고 있다.
책으로 더 깊게 이해하는 Fed
‘Trillion Dollar Triage’
닉 티미라오스 지음 l 리틀브라운앤컴퍼니(원서)
제롬 파월 Fed 의장과 Fed가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과 코로나19 사태란 전대미문의 전염병에 맞서 싸우며 어떻게 경제 쇼크를 다뤄 왔는지 보여주는 최신 작. 이 책은 역대 Fed 의장들이 80년에 걸쳐 경험한 문제들을 단 4년 만에 모두 경험했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파월 의장의 역할과 Fed의 역사에 대해 기술한다.
‘화폐전쟁’
쑹훙빙 지음 l 차혜정 역 l 알에이치코리아
‘코로나19 사태 이후 세계 경제, 어디로 가는가.’ 세계적인 금융 위기 전문가 쑹훙빙 환구재경연구원 원장이 화폐의 미래에 대해 말한다. 환율 전쟁, 금 시장 변화, 미·중 갈등 등을 예고해 큰 화제를 모은 ‘화폐전쟁’ 시리즈는 미국을 비롯한 세계 금융의 중심에 금융 재벌 세력이 깊숙이 개입돼 있고 나아가 현재의 국제 질서가 부실한 토대 위에 서 있다고 주장한다. Fed에 대한 의혹을 좀더 파헤치고 싶다면 추천.
‘달러’
엘렌 H. 브라운 지음 l 이재황 역 l 이른아침
근현대 300년 동안의 세계사는 달러와 금융 시스템의 잔혹한 사기, 약탈의 역사다? 이 책은 달러를 기축 통화로 삼고 있는 현대 국제 금융 시스템에 핵심적인 결함이 있다고 주장한다. 인플레이션의 실체는 무엇이고 미국은 왜 빚더미에도 끊임없이 돈을 찍어냈을까. 달러와 미국 중앙은행(Fed)을 세계 경제의 악의 축으로 보는 정밀 진단 보고서.
‘달러의 부활’
폴 볼커 지음 l 안근모 역 l 어바웃어북
‘인플레 파이터’이자 세계의 경제 대통령으로 불린 폴 볼커 전 미국 중앙은행 의장의 저작. 이 책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달러가 흥망성쇠하는 역사적 변곡점들을 심도 있게 다룬다. 저자는 전 세계 자본과 금융, 통화 질서를 관장했던 고위 관료들과 무소불위 권력자들 사이에서 벌어졌던 역사적 사건들을 마치 한편의 서사극처럼 책장을 넘기는 내내 긴장감을 놓을 수 없도록 흥미진진하게 서술한다.
정채희 기자 poof34@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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