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상 속 미술>방탄 RM의 스위스 방문과 '미술 안식'

장재선 기자 2022. 6. 25. 0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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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환기 작‘여인들과 항아리’를 감상하고 있는 RM. 방탄소년단 공식 트위터.
스위스 아트바젤에 간 RM이 거리에서 해외 팬들과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SNS를 통해 퍼졌다. 유튜브 영상.
RM은 지난 22일 스위스에서 귀국할 때 공항에 팬들이 몰리자 난감한 웃음을 지으면서도 손 하트 요청에 응하는 등 침착하고 친절한 모습을 보였다. 유튜브 캡처

■ 영상 속 미술 - 2. 방탄 RM의 스위스 방문과 ‘미술 안식’

“도대체 개인 일정을 어떻게 알고 저렇게들 많이 몰려갔을까?” 방탄소년단(BTS)의 팬들이 이렇게 탄식을 터트렸습니다. BTS 리더인 RM이 지난 22일 귀국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본 탓입니다. 각 매체의 유튜브 등을 통해 실시간, 혹은 편집 중계된 영상은 RM이 출국 게이트를 나온 후 많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걸어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취재진 뿐 만 아니라 일반 팬들이 몰려들어 RM은 움직이기 버거울 정도였으나 시종 침착하고 친절하게 응대합니다.

RM의 일정이 알려진 것은, 그가 스위스 미술축제인 아트 바젤(Art Basel)을 방문했다는 소식이 SNS를 통해 퍼졌기 때문입니다.그가 지인과 함께 거리를 걷고 있는 것을 본 한 외국인 팬이 사인을 요청했고, RM은 기껍게 응했다고 합니다. 그 팬은 그 사실을 SNS에 올렸고, 그 이후 바젤을 관광하고 있던 세계 각국의 사람들이 그의 주위에 몰려들었습니다. ‘BTS 단체 활동 잠정 중단’ 파문을 겪은 후 여행을 하며 휴식을 취하려던 RM으로서는 예기치 않은 상황에 맞닥뜨린 것이나 팬들의 사인 요청에 시종 웃으며 응했습니다. 스위스 방송국이 그런 사실을 보도하며 RM의 친절함을 칭찬했더군요.

스위스 거리에서, 또 인천공항 출국장에서 RM을 에워싼 이들은 분명 그를 사랑하는 팬일 것입니다. 그 애틋한 마음이 충분히 헤아려집니다. “그러나 RM이 개인 일정을 누리고 싶어 한다면 그것을 지켜주는 게 좋지 않을까?” BTS 공식 팬클럽 아미(ARMY)의 일부 팬은 이런 뜻을 비쳤는데, 이 또한 공감이 갑니다.

재미 한인 커뮤니티에 올라온 글을 근거로 RM의 결혼설이 퍼진 것을 보면, 그가 얼마나 세간의 관심에 시달리는 지를 헤아릴 수 있습니다. 소속사가 공식 부인을 해도 사람들의 입방아는 멈출 줄을 모릅니다.

BTS가 단체 활동을 잠정 중단하겠다는 뜻을 밝힌 영상을 다시 보며, RM의 이런 발언에 새삼 귀를 기울이게 되더군요. “방탄소년단을 오래 하려면 제가 저로써 남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요.”

영상 촬영과 공개 시점에 대한 논란과는 별개로 BTS가 단체 활동을 잠시 쉬겠다고 한 본질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더 오래 활동하고 싶다는 것! 그것이 핵심입니다. 그러기 위해서 잠시 휴지기를 갖고 개인 활동만 하거나 충전하는 시간을 보내겠다는 것입니다.

그가 아트바젤에 간 것은 ‘저로써 남아 있어야 한다’는 소망과 같은 맥락에 있을 것입니다. 미술 애호가로서 세계 으뜸의 아트페어를 둘러보며 빼어난 작품들의 미감 속에서 휴식을 누리고 싶었겠지요.

RM이 국내에서도 미술관이나 화랑을 자주 찾는다는 것은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그가 애호하는 국내 대가들은 공통점이 있습니다. 김환기, 윤형근, 유영국, 윤중식, 이우환 …. 단순하면서도 고졸한 색과 구도로 추상 서정의 높은 아취를 보여준다는 것입니다. RM이 미술사의 맥락에서 작가를 애호하며, 동시에 안식과 위로를 주는 작품을 선호한다는 것을 헤아릴 수 있습니다.

그가 관심을 보이는 중견과 신진 작품들도 담백미를 추구한 것들이 많습니다. 당대 현실의 모순을 예술적으로 다루는 작가들을 선호하는 것이 한 특징이기도 합니다.

RM이 뮤지엄과 아트페어를 방문할 때마다 늘 화제가 됩니다. 팬들이 릴레이로 인증 샷을 남기는 ‘성지’가 되기 때문입니다. 미술관과 갤러리들은 불감청고소원(不敢請固所願)이라고 합니다. 감히 청하진 못하나 너무나 바란다는 것이다. RM이 오면, 그 사실을 홍보하고 싶어합니다. 소문을 내지 않겠다는 태도로 은근슬쩍 흘리지만, 내심은 동네방네 떠들썩하게 광고됐으면 하는 것이지요.

그렇기에 RM의 미술 애호가 시장을 왜곡할 수 있다고 보는 시각도 있습니다. 그가 선호하는 작가들은 시장의 인기를 구가하는 반면에 그렇지 못한 이들은 소외될 수 있다는 것이지요.

그런 측면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나 긍정 효과가 훨씬 크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 대중문화에 비해 일부의 전유물로 여겨지던 미술을 대중의 관심 영역으로 끌어오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의 행보를 주시하는 해외 언론과 팬들이 케이팝 뿐 만 아니라 한국 미술까지 주목하는 효과도 있습니다.

제번하고, 그가 미술을 통해 한껏 안식을 누리길 바랍니다. 예술 작품에 빠져 있을 때 느끼는 행복감이 앞날로 가는 새로운 에너지를 줄 것이기 때문입니다.

그런 소망에서 그의 뒷모습을 보고 끄적거렸던 운문을 여기 옮깁니다.

■ 그림에 스미다 - RM의 뒷모습

골똘히 그림을 보고 있는

그대의 뒷모습 여기저기

그림 속에 절로 스며들어

오늘 우리의 풍경이 된다

그대의 눈에 물든 색채가

춤과 노래로 반짝거리듯

내 마음이 기댄 풍경도

앞날의 꿈으로 출렁인다.

장재선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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