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정사에 재혼하러 간 아빠, 딸도 등록해버렸다 [박상혁 OTT 충전소]

한겨레 2022. 6. 25. 09: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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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의 연애'에 관심이 많은 시대다.

결혼할 마음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만남은 가능할까? 나의 삶이 더 중요한 사람도 연애할 수 있을까? 설사 사랑을 시작한다 해도 그 사랑은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까? 이 드라마는 이것에 대해 얘기한다.

데이팅 앱을 활용한 가벼운 만남도, 결혼정보회사를 통한 진지한 만남도 모두 손쉬워졌지만, 오히려 나의 삶에 대해 공감받고 응원받고 싶은 마음을 채우기는 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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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혁의 OTT 충전소]아버지 역은 <고독한 미식가> 의 마쓰시게 유타카
딸 쿄카 역은 <노다메 칸타빌레> 의 우에노 주리

[박상혁의 OTT 충전소]일드 <지속 가능한 사랑입니까>

일본 <티비에스>(TBS)에서 방송한 드라마 <지속 가능한 사랑입니까>. 왓챠 제공

‘남의 연애’에 관심이 많은 시대다. 연애 프로그램 열풍에 이어 결혼한 부부, 이혼 직전의 부부, 이미 이혼한 부부의 삶까지 콘텐츠로 소비된다. 헤어졌던 엑스, 첫사랑, 오래된 커플, 돌싱까지 모두 예능으로 소환되었다. 이런 흥행이 어쩌면 ‘나의 연애’를 시작할 용기가 없어서는 아닐까? 혹시 지금 ‘나의 사랑’에 회의가 들거나 불만이 있어서? ‘우리는 특별하다’라는 환상으로 사랑은 시작되지만 결국 ‘남들과 다름없는’ 현실적인 고민의 덫에 걸려 허우적거린다. 서로의 과거가 발목을 잡고 미래에 대한 고민이 현재의 사랑을 위협한다. 그래서 이 드라마를 보기 시작한 것은 순전히 제목 때문이었다. 사랑의 지속가능성을 고민하다니 너무나 신박하다. <지속 가능한 사랑입니까>는 일본 <티비에스>(TBS)에서 방송했고 우리나라에서는 왓챠에서 볼 수 있다.

요가 강사인 ‘쿄카’는 요가 스튜디오를 창업할 생각에 하루하루가 바쁘다. 그래서 지금은 결혼할 이유도, 여유도 없다. 나의 몸과 머리, 마음 전부를 나를 위해 쓰고 싶다. 3년 전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아버지와 단둘이 살고 있다. 혼자서는 아무 것도 못하는 아버지를 보면서 다른 가족만 챙기다가 떠난 어머니의 삶이 떠오른다. 어머니는 정말 행복했을까? 어느 날 쿄카는 아버지 아침을 준비하다가 “이제 새로운 사람을 만나라”고 잔소리를 하고 만다. 아버지는 결국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한다. 그러면서 딸의 이름도 함께 등록해버린다. 그리고 드라마는 로맨틱 코미디답게 갑자기 새로운 사람을 만나게 된 두 사람의 좌충우돌이 펼쳐진다. 현실적인 문제에 고민하는 딸의 연애와 포기할 건 포기하고 시작하는 아버지의 연애를 동시에 보는 즐거움이 있다. 그래서 일본어 제목에는 ‘아빠와 딸의 결혼행진곡’이라는 조금 ‘올드하지만 확실한’ 부제가 붙어 있다

사실 결혼하기 싫은 것이지 연애하기 싫은 것은 아니다. 하지만 남들이 흔히 말하는 결혼적령기. 결혼할 마음이 전혀 없는 상황에서 새로운 만남은 가능할까? 나의 삶이 더 중요한 사람도 연애할 수 있을까? 설사 사랑을 시작한다 해도 그 사랑은 언제까지 지속 가능할까? 이 드라마는 이것에 대해 얘기한다.

쿄카 역은 <노다메 칸타빌레>로 유명한 우에노 주리이며 아버지는 <고독한 미식가>의 마쓰시게 유타카이다. 남자 주인공은 지금 일본에서 잘나가는 30대 배우 중 한명인 다나카 게이다. 일본 드라마 팬들에게는 배우만으로도 볼 이유가 충분하지만, 큰 것 한 방을 기대하는 요즘 우리 시청자에게는 조금 잔잔할 수도 있다.

최근 필자의 회사 동료가 재혼하려고 용기를 내어 결혼정보회사에 등록했다. 그래서 요즘 이 친구의 ‘결혼 활동’을 실시간으로 듣는 재미가 있다. 몸무게를 솔직히 적는 순간 3등급이 되었다든가, 만남 옵션에 자만추(자연스러운 만남을 추구)를 체크했더니 딱딱하고 어색한 소개팅 자리가 아니라 우연히 만나는 것처럼 연출해줬다는 등 그가 들려주는 신기한 이야기에 모두 들뜬 분위기다. 아무튼 결혼정보회사의 노하우 때문인지, 재혼을 향한 뜨거운 열정 때문인지 요즘 이 친구는 열애 중이다.

드라마 속 표현에 따르면 “25살 넘은 사람을 팔다 남은 케이크에 비유하던 무지막지한 시대에 비하면”, 지금 우리의 삶은 훨씬 다양해졌고 서로 다른 삶의 방식이 존중받고 있다. 하지만 취향과 삶의 방식이 다양해지면서, 나와 잘 맞는 사람을 만나는 것이 더욱 어려운 일이 되고 말았다. 데이팅 앱을 활용한 가벼운 만남도, 결혼정보회사를 통한 진지한 만남도 모두 손쉬워졌지만, 오히려 나의 삶에 대해 공감받고 응원받고 싶은 마음을 채우기는 쉽지 않다. 선택이 많아졌다고 반드시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지금 당신의 사랑은 얼마나 지속 가능한가요?

씨제이이엔엠 피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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