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욱 "박해일과 탕웨이, 항상 서로에게 감동하고 감동주며 일했다" [인터뷰M]

김경희 입력 2022. 6. 2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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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헤어질 결심'으로 제75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며 57회 칸 영화제의 심사위원 대상, 62회 칸 영화제의 심사위원 상 등 감독으로 받을 수 있는 칸 영화제의 상을 다 받은 박찬욱 감독과 화상 인터뷰를 진행했다.

iMBC 연예뉴스 사진


'친절한 금자씨' '박쥐' '아가씨'에 이어 이번 '헤어질 결심'을 통해서 이영애, 김옥빈, 김민희, 김태리, 탕웨이까지 지속적으로 매혹적인 여성 캐릭터를 그려낸 박찬욱 감독이다. 여성 캐릭터에 더 각별하게 만들어내는 이유가 있냐는 질문에 박찬욱 감독은 "성을 구별해 캐릭터를 만들지 않는다. 남자건 여자건 똑같은 정성으로 대한다. 더군다나 캐릭터를 만들 때 남성이기 때문에 혹은 여성이기 때문에 이렇게 행동해도 되는 건가를 생각해 본 적도 없다."라며 성을 구분 짓거나 어떤 성을 돋보이게 할 의도는 전혀 없었다고 이야기했다.

그러며 자신의 작품에 등장하는 캐릭터들의 설정 기준을 구체적으로 밝혔다. "어디선가 본 것 같은 면이 있어야 그 캐릭터의 행동이 이해되는 거니까 친숙하고 이해 가는 범위 안에서 조금씩 독특한 인물들을 만든다. 그런데 또 너무 지나치면 종잡을 수 없는 인물이 되니까 적당한 선을 지켜가는 것이 필요하다. 독특하다는 건 여러 성격의 조합에서 나온다. 어떤 한 사람은 하나의 형용사로만 규정되지 않는다. 사람은 생각 외로 다양한 면을 가진다. 선입견을 가지고 보기에는 다른 면도 있다. 다른 자리에 가서 특정 사람과 만나면 뜻밖의 행동도 한다. 그런 다양한 면을 가진 존재라는 걸 인정하면 '태주' '서래' 등이 뜻밖의 면도 있어야 생명력과 개성을 가지고 재미를 느낄 수 있을 것"라며 평범한듯하지만 독특함이 있고, 그 독특함은 특정 사람이나 상황을 만날 때 발현되는 사람이 작품 속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했다.

'헤어질 결심'의 주인공은 탕웨이와 박해일이다. 보통은 시나리오를 먼저 쓰고 그 시나리오에 어울릴 배우를 캐스팅하는데 이번에 박찬욱 감독은 다른 방식으로 작업을 했다. 몇 번째 함께 작품을 만들고 있는 정서경 작가와 작품을 구상하던 중 "박해일을 상상하면서 각본을 써보자고 제안했었다. '예를 들면, 어떤 작품에서 연기하는 박해일이 아니라 실제 박해일. 담백하고 깨끗하고. 상대를 배려해 주는 인간 박해일을 이 캐릭터에 도입하자는 생각을 하고 썼다"라고 이야기하며 그래서 시나리오 없이 한 시간짜리 이야기로만 박해일을 캐스팅했다고 한다.

탕웨이도 마찬가지였다. "캐릭터에 맞는 사람을 캐스팅한 게 아니라 그 반대다. 탕웨이가 먼저였다. 그녀를 캐스팅하기 위해 주인공을 중국인으로 결정했다. 사실 탕웨이를 잘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로 창조된 거다."라고 탕 웨이어야 했던 이유를 밝힌 박찬욱 감독은 "사적으로 알지 못했으니까 그녀가 출연했던 영화를 보며 받았던 막연한 인상과 그녀의 매력이 뭔지를 생각하고 궁금해하고, 이런 모습의 탕웨이를 보고 싶다는 생각도 하면서 각본을 썼다."라며 탕웨이가 연기한 '서래' 캐릭터가 어떻게 만들어졌는지를 이야기했다.

박 감독은 "제가 아는 탕웨이는 '색계' '만추' '황금시대'에서의 모습뿐이었다. 각본이 완성되기 전에 그녀를 만나 캐스팅 제안을 했고, 출연하겠다는 의사를 받은 다음에 각본을 더 썼다. 그 단계에서는 탕웨이를 1:1로 만나 알아가는 과정과 각본을 완성하는 과정을 동시에 진행했다. 새롭게 알게 된 탕웨이가 각본에 반영되며 완성되었다."라고 캐릭터 완성의 과정을 설명하며 "실제로 만나보니까 생각했던 것보다 장난기가 있는 사람이더라. 그리고 좀 더 고집스러운 면도 있었다. 나는 이렇게 해야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다 내지는 내 작업 방식은 이렇다는 소신이 뚜렷한 사람이었다. 그런 면을 각본에 반영했다"라며 영화를 보며 느껴지는 '서래'의 모습은 실제 탕웨이의 모습과 비슷한 면이 상당히 많다는 걸 이야기했다.

이는 박해일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박해일이 '해준'과 닮은 건 당연하다. '해준'은 경찰 공무원이라는 확고한 직업의식을 가진 사람이다. 그래서 시민에게 봉사하는 직업이라는 것에서 모든 게 출발한다고 봤다. 형사라고 부를 때와 경찰 공무원이라고 부를 때는 좀 다르지 않나? 그래서 '해준'은 용의자일지라도 유죄 확정이 나기 전까지는 공정하고 친절하게 대한다. 그러면서도 뛰어다니며 범인을 잡아야 하니까 운동화는 어쩔 수 없이 신지만 예의상 검정 구두와 비슷한 검정 운동화를 신는 고지식한 사람이다. 그런 사람이 자기의 윤리를 배반하게 되는 처지에 놓일 때는 딜레마와 고통이 커질 거라고 봤다."라며 '해준'의 캐릭터는 어떤 점에 중점을 두었는지를 설명했다.

박 감독은 박해일이 '해준'을 연기할 때 자신의 모습을 관찰해서 대입시켰다는 말에 대해서 "흔히 있는 일이다. 남자 배우들은 남자 감독에게서, 여자 배우들은 여자 감독에게서 뭔가를 찾아내는 경향이 원래 있다. 아무래도 디렉션을 하게 되면 말흘 때 억양을 이렇게 해달라거나 행동을 어떻게 해달라고 주문하게 되는데 그걸 따라 하다 보면 그런 일이 생기기 쉽다"라며 그럴 수도 있다며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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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일하며 느끼게 된 탕웨이의 매력이 뭐냐는 질문에 박 감독은 "지독한 프로페셔널이다."라도 단박에 답했다. 그는 "한국어 대사가 탕웨이에게는 외국어인데, 한국어 대사를 소리 나는 대로 달달 외워서 흉내 내는 것에서 만족하지 않고 기초 문법부터 해야 한다고 고집을 부려서 미련하리만큼 한국어를 배웠다. 자기 대사뿐 아니라 상대 대사도 다 외워서 무슨 말을 해도 금방금방 이해하며 연기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그 사람의 한국어는 비록 우리와 발음이 똑같지 않더라도 단어 하나, 조사 하나, 어미 처리 하나까지 자기의 의도가 담기고 해석이 담긴 대사였다. 그리고 우직하다. 뭘 해도 기초부터 한 계단씩 밟아가야지 훅 뛰어간다는 건 상상도 못하는 사람이더라. 자기 머리로 논리적으로 이해되어야 다음으로 넘어가는 성품이더라."라며 탕웨이가 캐릭터 연기나 작품 이해를 위해 얼마나 한국어 공부를 열심히 하며 대본을 소화하려 했는지를 들려줬다.

기존의 박 감독 작품과 다른 방식으로 캐스팅된 박해일, 탕웨이였지만 극 중에서 두 배우의 호흡은 독특하면서도 좋았다. 두 배우의 케미 만족도에 대해 박 감독은 "두 사람은 천성이 워낙 사려 깊고 자상하기 짝이 없는 인간들이라 잘 만난 것 같다. 항상 서로에게 감동하고 감동을 주고받으면서 일했다"라는 말로 만족스러워했다.

그러며 "두 배우를 캐스팅할 때 그들의 케미가 좋다 나쁘다가 정해져있는 건지 잘 모르겠다. 어떤 조합을 상상하든 이 조합은 머릿속에 안 그려진다는 독특한 조합이 있다고 해도 그들이 연기를 잘하고 좋은 감독을 만나면 좋은 케미가 나올 수밖에 없다고 믿는다. 타고난 게 안 맞는 케미는 없다고 본다. 거저 되는 게 아니고 노력을 많이 해야 한다. 서로에 대해 많이 알고 상대가 어떤 상태인지 배우들끼리만 통하는 걸 배려해 주고 배려를 느끼면 더 감동하고 서로에게 잘해주려 하게 되면서 좋은 연기가 나오지 않나. 연기는 상호작용이다. 서로에게 기대고 의지하며 주고받는 것"이라며 자신이 생각하는 케미의 비결을 밝혔다.

결국 박해일과 탕웨이가 현장에서 서로를 위해 많은 노력을 하고 배려를 해주고 그런 순간이 거듭되며 감동이 되어 둘도 없는 케미로 발산되었고 이 둘은 거장 박찬욱 감독을 만났기에 뜻밖의 조합이었지만 훌륭한 케미를 선보이게 된 것이라는 해석을 할 수 있는 말이었지만 박찬욱 감독은 그 어떤 배우들을 데려와도 최고의 케미를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산에서 벌어진 변사 사건을 수사하게 된 형사 ‘해준’이 사망자의 아내 ‘서래’를 만나고 의심과 관심을 동시에 느끼며 시작되는 이야기를 그린 '헤어질 결심'은 6월 29일 개봉한다.

iMBC 김경희 | 사진제공 CJ EN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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