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가 좋은 이유

서울문화사 2022. 6. 25.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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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힙 원톱 아이유가 칸으로 향했다. 지금까지 차근차근, 단계별로 높은 곳을 향해 올라간 그녀에게 칸은 정점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브로커> 와 칸이 30세 아이유를 다시 보는 계기가 된 건 확실하다. 그녀를 싫어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누구에게나 사랑받으며 커리어까지 높게 쌓는 아이유의 진짜 매력이 궁금했다.

“아이유가 대단하긴 대단해. 칸에 가다니.” 친구가 말했다. 여자인 친구. 평소에도 아이유 노래를 즐겨 듣는 친구. 그래서 종종 친구에게 물었다. “아이유가 왜 좋아?” 나는 아이유가 좋지도 싫지도 않아서. 뭐랄까, 별 관심이 없달까. 그러고 보니 대단하긴 대단했다. 칸에 갔다, 아이유가. 배우로만 열심히 살아도 생애 한 번 가볼까 싶은 곳에, 첫 장편 영화 주연 데뷔 작품으로. 운이 좋아서라기엔 말이 좀 안 되지. 그런데 이 글은, 아이유 혹은 배우로서 그녀의 이름인 이지은이 연기를 얼마나 변별력 있게 잘하나를 논하지 않는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이유가 왜 좋아?’다. 그럼에도 이야기를 꺼냈으니 부연하지 않을 순 없겠지. 이 글을 쓰기 위해 여러 사람에게 의견을 물었다. 친구 중 한 명이 아이유 연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배우 이름은 ‘이지은’이지만, 이 글에선 ‘아이유’로 통일). “이병헌이 김혜자를 끌어안고 울면, 내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아이유가 이어폰으로 이선균의 절규를 들으며 오열하는 걸 보면, 마치 내가 엿듣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앞의 예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뒤의 예는 <나의 아저씨>다.

저 친구가 무슨 생각으로 아이유와 이병헌을 나란히 두고 이야기했는지는 모르겠다. 질문에 별 고민 없이 대답했으니 깊게 생각한 건 아닐 텐데, 이병헌 ? 그래서 유튜브로 <나의 아저씨>의 여러 장면을 찾아 보았다. 대단하긴 대단한 거, 맞는 것 같다. 누구랑 비교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개인적으로 이병헌은 연기로만 놓고 보면 대한민국 국보라고 생각하는 편.)

여러 사람에게 더 물었다. 아이유가 왜 좋아? 그랬더니 한 친구가 반문했다. “아이유가 왜 싫어요? 저는 오히려 그걸 묻고 싶어요.” 나는 ‘싫다’라고 말한 적은 없는데, 내 질문에 ‘싫다’라는 감정이 담겨 있었을까? 그건 아닌데. 정말 몰라서 그런 건데. 사람들이 아이유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한 그 친구의 생각은 대략 이랬다. 천재다. 노래도 잘하고 작사와 작곡도 잘한다. 특히 작곡은 말도 안 되게 천재적이다. ‘가로질러’ 대신 ‘세로질러’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이처럼 감각적 어휘 조합에 대한 예를 몇 개 더 들어주었다. ‘연구름’이나 ‘선바람’도 그런 단어다. 의미를 떠나 느낌이 좋다. 이건 내 판단.

노래도 말할 거 없지 라는 건 그 친구 생각이고, 사실 나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어서, 유튜브에서 아이유 노래 모음이라는 콘텐츠를 클릭해서 전체적으로 들었다. 그런데 대부분 들어본 노래였고, 아, 이 목소리가 아이유였구나, 생각했고, 솔직히 잘해서 놀랐다. 굳이 표현하자면, 마음과 마음 사이로 스며든달까. 단순히 가창력에 관한 것이 아니라, 매력에 대한 것. 그런데 가수가 노래 잘하는 건 뭐 한편으로 당연한데, 뜬금없이 ‘아이유 국힙 원톱’이라는 표현을 발견하고야 말았는데, 국힙 원톱, 간단히 말해 ‘한국에서 랩 젤 잘하는 사람’ 정도인데, 일종의 ‘밈’이지만 여러 이유로 아이유가 거론되었는데, 그동안 아이유가 썼던 가사 중 랩의 요소들이 꽤 있었으며, 꽤 괜찮았다는 것이 뒤늦게 밝혀진 것. (방금 앞의 문장을 적으며 나도 랩 라임 요소를 넣었음. 긴 글 읽느라 지루할까, 필자의 배려.) 그래서 아이유는 정말로 랩을 선보인다. 그리고 매우 잘한다. 이건 내 판단 그리고 여러 래퍼와 팬들 판단. 여기서 중요한 건, 아이유가 국힙 원톱이 맞냐가 아니다. 아이유라면 그 정도는 대우해줘도 괜찮잖아, 라는 암묵적 동의. 그만큼 인정받고 있다는 것. 무엇으로든. 그래서 오히려 궁금해졌다. ‘나는’ 왜 아이유가 좋지도 싫지도 않았을까. “확실한 건 뭔지 아세요? 여자의 경우, 아이유의 장점과 본인이 조금만 접점이 있으면 좋아해요. 전혀 다른 캐릭터들, 예를 들어 성숙하고 섹시한 이미지, 성격 센 사람들은 ‘극혐’해요. 정확하게 여러 사례를 수집해서 밝혀낸 거예요.” 친구 중 후배인 여자가 말했다. 일단 난 남자라서 딱히 저 설명의 예시 인물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리고 누구든 ‘극혐’까지는 안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러 사례를 평소에 왜 수집했는지 물어보고 싶었는데, 묻지 않았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친구의 분석을 내가 판단할 건 아니고, 글을 읽는 이들의 몫이다. 다만 이런 부연 정도는 적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성숙하고 섹시한 이미지의 여성을 좋아한다. 개인적 취향. 그래서 아이유를 별로 인상적으로 보지 않았나? 물론 ‘극혐’은 당연히 안 하고!

그뿐만 아니라 나는 서서히 아이유가 좋아지고 있다. 이 글을 쓰면서 <나의 아저씨> 정주행을 시작했다. 그전에 유튜브로는 전체 내용과 명대사와 주요 장면을 섭렵했다. 마지막 회,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유가 이선균과 재회할 때는 혼잣말로 “잘 컸네, 잘 자라주었어, 고마워”라고 했다. 그리고 비로소 알 것 같았다. 아이유를 왜 좋아하는지. 누군가는 아이유에게서 자신의 일부를 본다. 아이유는 너무 예쁘고 너무 재능이 넘치고 너무 운도 좋지만, 다른 세상 사람 같지 않은 것이다. 아이유가 한 명의 인간으로서, 음악인으로서, 배우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안도하는 것이다. 마치 자신이 좇는 자신의 모습인 것처럼. 또한 어떤 사람은 아이유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성장을 생각한다. 평범했던 아이유라는 내 친구가 어제보다 멋진 사람이 되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즐겁고, 자신 역시 그렇게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가능성을 떠올린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의 질문, ‘아이유가 왜 좋아’를 아이유는 어떻게 누군가의 ‘친구’가 되었나로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친구들에게 의존해서 쓴 글이니 역시 친구 중 한 명의 인상적인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내가 저렇게 멋진 가수의, 배우의 팬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워요.” 팬에게, 팬인 게 자랑스럽다는 말을 하게 해주는 연예인, 흔하지는 않지.

외국 여자가 ‘어깨빵’을 하고 지나가도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려고 애쓰는 아이유를 보면서 오히려 분노하며 저런 삐리리를 봤나, 라고 하는 건 팬들이다. 아이유가 먼저 화내지 않아서. 성숙한 자세로 그냥 있어주어서. “야, 네가 내 친구 쳤냐?” 대신 발끈하게 되는 마음 지켜주려고.

아, 그런데 여러 명에게 아이유가 왜 좋아, 라고 물었는데, 나 아이유 안 좋아하는데, 라고 대답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운이 좋았나? 정말? 모든 이유들이 선명하고 명백한, 지금 시점의 아이유.

Editor : 정소진 | Words : 이우성(시인,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에이전시 ‘미남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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