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유가 좋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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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유가 대단하긴 대단해. 칸에 가다니.” 친구가 말했다. 여자인 친구. 평소에도 아이유 노래를 즐겨 듣는 친구. 그래서 종종 친구에게 물었다. “아이유가 왜 좋아?” 나는 아이유가 좋지도 싫지도 않아서. 뭐랄까, 별 관심이 없달까. 그러고 보니 대단하긴 대단했다. 칸에 갔다, 아이유가. 배우로만 열심히 살아도 생애 한 번 가볼까 싶은 곳에, 첫 장편 영화 주연 데뷔 작품으로. 운이 좋아서라기엔 말이 좀 안 되지. 그런데 이 글은, 아이유 혹은 배우로서 그녀의 이름인 이지은이 연기를 얼마나 변별력 있게 잘하나를 논하지 않는다.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아이유가 왜 좋아?’다. 그럼에도 이야기를 꺼냈으니 부연하지 않을 순 없겠지. 이 글을 쓰기 위해 여러 사람에게 의견을 물었다. 친구 중 한 명이 아이유 연기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배우 이름은 ‘이지은’이지만, 이 글에선 ‘아이유’로 통일). “이병헌이 김혜자를 끌어안고 울면, 내 어머니가 돌아가신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아이유가 이어폰으로 이선균의 절규를 들으며 오열하는 걸 보면, 마치 내가 엿듣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요.” 앞의 예는 드라마 <우리들의 블루스>, 뒤의 예는 <나의 아저씨>다.
저 친구가 무슨 생각으로 아이유와 이병헌을 나란히 두고 이야기했는지는 모르겠다. 질문에 별 고민 없이 대답했으니 깊게 생각한 건 아닐 텐데, 이병헌 ? 그래서 유튜브로 <나의 아저씨>의 여러 장면을 찾아 보았다. 대단하긴 대단한 거, 맞는 것 같다. 누구랑 비교하는 게 중요한 게 아니라. (개인적으로 이병헌은 연기로만 놓고 보면 대한민국 국보라고 생각하는 편.)
여러 사람에게 더 물었다. 아이유가 왜 좋아? 그랬더니 한 친구가 반문했다. “아이유가 왜 싫어요? 저는 오히려 그걸 묻고 싶어요.” 나는 ‘싫다’라고 말한 적은 없는데, 내 질문에 ‘싫다’라는 감정이 담겨 있었을까? 그건 아닌데. 정말 몰라서 그런 건데. 사람들이 아이유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한 그 친구의 생각은 대략 이랬다. 천재다. 노래도 잘하고 작사와 작곡도 잘한다. 특히 작곡은 말도 안 되게 천재적이다. ‘가로질러’ 대신 ‘세로질러’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이처럼 감각적 어휘 조합에 대한 예를 몇 개 더 들어주었다. ‘연구름’이나 ‘선바람’도 그런 단어다. 의미를 떠나 느낌이 좋다. 이건 내 판단.
노래도 말할 거 없지 라는 건 그 친구 생각이고, 사실 나는 별로 들어본 적이 없어서, 유튜브에서 아이유 노래 모음이라는 콘텐츠를 클릭해서 전체적으로 들었다. 그런데 대부분 들어본 노래였고, 아, 이 목소리가 아이유였구나, 생각했고, 솔직히 잘해서 놀랐다. 굳이 표현하자면, 마음과 마음 사이로 스며든달까. 단순히 가창력에 관한 것이 아니라, 매력에 대한 것. 그런데 가수가 노래 잘하는 건 뭐 한편으로 당연한데, 뜬금없이 ‘아이유 국힙 원톱’이라는 표현을 발견하고야 말았는데, 국힙 원톱, 간단히 말해 ‘한국에서 랩 젤 잘하는 사람’ 정도인데, 일종의 ‘밈’이지만 여러 이유로 아이유가 거론되었는데, 그동안 아이유가 썼던 가사 중 랩의 요소들이 꽤 있었으며, 꽤 괜찮았다는 것이 뒤늦게 밝혀진 것. (방금 앞의 문장을 적으며 나도 랩 라임 요소를 넣었음. 긴 글 읽느라 지루할까, 필자의 배려.) 그래서 아이유는 정말로 랩을 선보인다. 그리고 매우 잘한다. 이건 내 판단 그리고 여러 래퍼와 팬들 판단. 여기서 중요한 건, 아이유가 국힙 원톱이 맞냐가 아니다. 아이유라면 그 정도는 대우해줘도 괜찮잖아, 라는 암묵적 동의. 그만큼 인정받고 있다는 것. 무엇으로든. 그래서 오히려 궁금해졌다. ‘나는’ 왜 아이유가 좋지도 싫지도 않았을까. “확실한 건 뭔지 아세요? 여자의 경우, 아이유의 장점과 본인이 조금만 접점이 있으면 좋아해요. 전혀 다른 캐릭터들, 예를 들어 성숙하고 섹시한 이미지, 성격 센 사람들은 ‘극혐’해요. 정확하게 여러 사례를 수집해서 밝혀낸 거예요.” 친구 중 후배인 여자가 말했다. 일단 난 남자라서 딱히 저 설명의 예시 인물에는 포함되지 않는다. 그리고 누구든 ‘극혐’까지는 안 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여러 사례를 평소에 왜 수집했는지 물어보고 싶었는데, 묻지 않았다. 누군가를 좋아하면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이니까. 친구의 분석을 내가 판단할 건 아니고, 글을 읽는 이들의 몫이다. 다만 이런 부연 정도는 적을 수 있을 것 같다. 나는 성숙하고 섹시한 이미지의 여성을 좋아한다. 개인적 취향. 그래서 아이유를 별로 인상적으로 보지 않았나? 물론 ‘극혐’은 당연히 안 하고!
그뿐만 아니라 나는 서서히 아이유가 좋아지고 있다. 이 글을 쓰면서 <나의 아저씨> 정주행을 시작했다. 그전에 유튜브로는 전체 내용과 명대사와 주요 장면을 섭렵했다. 마지막 회, 마지막 장면에서 아이유가 이선균과 재회할 때는 혼잣말로 “잘 컸네, 잘 자라주었어, 고마워”라고 했다. 그리고 비로소 알 것 같았다. 아이유를 왜 좋아하는지. 누군가는 아이유에게서 자신의 일부를 본다. 아이유는 너무 예쁘고 너무 재능이 넘치고 너무 운도 좋지만, 다른 세상 사람 같지 않은 것이다. 아이유가 한 명의 인간으로서, 음악인으로서, 배우로서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안도하는 것이다. 마치 자신이 좇는 자신의 모습인 것처럼. 또한 어떤 사람은 아이유가 성장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의 성장을 생각한다. 평범했던 아이유라는 내 친구가 어제보다 멋진 사람이 되어가는 것을 지켜보는 것이 즐겁고, 자신 역시 그렇게 될 수 있을 것 같다는 가능성을 떠올린다. 그래서 나는 이 글의 질문, ‘아이유가 왜 좋아’를 아이유는 어떻게 누군가의 ‘친구’가 되었나로 바꾸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친구들에게 의존해서 쓴 글이니 역시 친구 중 한 명의 인상적인 말로 이 글을 마무리하려고 한다. “내가 저렇게 멋진 가수의, 배우의 팬이라는 사실이 자랑스러워요.” 팬에게, 팬인 게 자랑스럽다는 말을 하게 해주는 연예인, 흔하지는 않지.
외국 여자가 ‘어깨빵’을 하고 지나가도 아무렇지 않은 듯 웃으려고 애쓰는 아이유를 보면서 오히려 분노하며 저런 삐리리를 봤나, 라고 하는 건 팬들이다. 아이유가 먼저 화내지 않아서. 성숙한 자세로 그냥 있어주어서. “야, 네가 내 친구 쳤냐?” 대신 발끈하게 되는 마음 지켜주려고.
아, 그런데 여러 명에게 아이유가 왜 좋아, 라고 물었는데, 나 아이유 안 좋아하는데, 라고 대답한 사람이 한 명도 없었다. 운이 좋았나? 정말? 모든 이유들이 선명하고 명백한, 지금 시점의 아이유.
Editor : 정소진 | Words : 이우성(시인, 크리에이티브 콘텐츠 에이전시 ‘미남컴퍼니’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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