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책] 급증하는 디지털 성범죄..프로파일러가 들려주는 범죄 심리

김태형 2022. 6. 25.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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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법촬영을 하고, 이를 퍼뜨리겠다고 협박을 하고, 선량한 시민을 끝 모를 고통 속에 빠뜨리게 하는 디지털 성범죄가 크게 늘고 있습니다.

한국여성인권진흥원의 '2021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018년 2,289건이었던 디지털 성범죄는 해마다 늘면서 지난해에는 10,353건에 이르렀습니다. 하루 평균 28건, 매시간 한 건 정도의 디지털 성범죄가 일어나고 있는 셈입니다. 일 년 내내, 온종일 일어나고 있다고 말해도 될 정도입니다.


유형별로 살펴봐도 심각성이 확인됩니다. 불법촬영의 경우 2018년 656건에서 2020년 2,228건으로 크게 늘었습니다. 실제 유포와 관계없이 피해 협박이 이뤄진 경우도 같은 기간 208건에서 1,939건으로 증가했습니다. 3년 만에 열 배 가까이 폭증한 셈입니다.


이처럼 디지털 성범죄가 급증하거나 폭증하고 있는데, 혹시라도 이러한 범죄를 알고 있거나 피해를 봤다면, 또는 주변의 누군가가 그런 상황에 놓여 있다면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요?

전직 경찰 프로파일러이자 동국대 경찰사법대학원 권일용 겸임교수는 책 '내가 살인자의 마음을 읽는 이유'에서 '주저 없이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에 연락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권일용 교수는 책에서 '디지털 성범죄는 피해자들의 삶과 영혼을 송두리째 파괴하는 아주 교활한 수법의 범죄'라면서 '범죄자들은 피해자들의 수치심과 두려움을 적극적으로 악용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는 24시간 상담과 신고가 가능하다'며 '1분 1초라도 서둘러 신고함으로써 더 큰 범죄를 차단하고 착취물을 삭제할 수 있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설명했습니다.

권일용 교수는 책 '내가 살인자의 마음을 읽는 이유'에서 데이트 폭력에 관해서도 설명하고 있습니다. 그는 '데이트 폭력 범죄자들과 상담해보면 놀랍게도, 그들은 자신이 상대방에게 엄청나게 많은 배려를 했는데도 상대방은 자신을 무시했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배려는 내가 원해서 해주는 것이 아니라 상대방이 원하는 것을 해주는 것'인데도 이들 범죄자는 배려에 대해 전혀 다른 개념을 갖고 있었다는 겁니다.

권 교수는 이와 같은 착각이 범죄로까지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면서, '주변에서도 연인 간의 사랑싸움이라거나 타인의 사생활이라고 치부하기보다는 뭔가 석연치 않은 점이 느껴질 때는 적극적으로 개입해 도와줄 필요가 있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그는 책에서 촉법소년 폐지 문제에 대해서도 언급했습니다. 권 교수는 '촉법소년들의 범죄가 과거 수박 서리를 하던 시절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심각해지고 있다'고 지적하고, '강화된 처벌과 제도적 보완도 절실하지만, 그에 앞서 그들에게 어떤 식으로 범죄에 대한 인식을 심어줄 것인가도 고민해 봐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KBS 유튜브 채널 ‘속고 살지마’에 출연해 프로파일러에 대해 설명하고 있는 권일용 교수 (2020.02.16.)


권일용 교수는 '외국에서 일부 성공을 거둔 대책 가운데 하나가 회복적 사법을 운영하는 것'이라면서 '예를 들어 자신이 저지른 범죄로 인해 피해자와 그 가족들이 얼마나 큰 고통을 받고 있는지, 얼마나 힘든 삶을 살고 있는지를 깨닫도록 해주는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책은 기술 발전, 경제 발전 등으로 사회가 바뀌어 가면 범죄의 성격이나 특징도 변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여러 사례를 들면서 설명하고 있기도 합니다. 예를 들어, 현금 대신 신용카드를 갖고 다니는 사람들이 크게 늘고 CCTV 설치와 블랙박스 보급이 증가하는 데다 과학수사 기법이 도입되면서 절도와 강도 등은 줄어드는 추세를 보이고 있지만, 인터넷과 모바일 시대가 되면서 불법촬영과 보이스피싱 같은 사이버 범죄나 사기 등은 늘어나고 있다는 겁니다.

특히 수많은 사이코패스와 대면했던 그는 오늘날의 사이코패스들은 오히려 경제 범죄 사건에서 훨씬 더 많이 발견된다며, '지능적인 사기 행각으로 한 집안을 순식간에 풍비박산을 만들어놓고 끔찍한 고통을 감당하지 못해 피해자들이 극단적인 선택을 하면, 사기당한 사람들이 잘못이지 내가 무슨 큰 죄를 저질렀느냐고 아무렇지 않게 말하는 범죄자들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권 교수는 변화하는 범죄에 맞서 수사도 예방도 변해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경찰의 역할도 진화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권 교수는 전자우편 인터뷰에서 '우리는 이제 눈에 보이지 않는 범죄와 싸워야 한다'고도 밝혔습니다.

그는 범죄 현장에서 두려움을 느끼지 않느냐고 묻는 분들이 있었지만 '범죄자나 범죄 현장에서 느끼는 두려움보다는 피해자와 피해자의 가족들이 겪는 그 순간의 고통들, 영원히 회복되지 않을 그 고통을 목격하는 것이 훨씬 더 힘들다'고 털어놓기도 했습니다. 특히 '아동을 대상으로 한 범죄 현장을 마주했을 때 참을 수 없는 분노와 고통을 경험한다'고 밝혔습니다.

권일용 교수는 30여 년간 수많은 강력사건 범죄 현장에 투입됐고, 1,000여 명에 달하는 범죄자를 대면한 경험이 있습니다. 그는 전자우편으로 진행된 인터뷰에서 '여러 범죄자를 만난 자신을 경험을 공유해서, 그들의 실체에 대해 사람들이 조금 더 이해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책을 쓰게 됐다'고 밝혔습니다. 권 교수는 또 '책을 통해 우리 사회 구성원들이 서로 무엇을 할 수 있을 것인가를 함께 고민하기를 바란다'는 뜻도 전했습니다.

김태형 기자 (inblue@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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